은 알콜중독 증상이라던데 -_-
어제(도;) 술을 마셨는데, 보스 그리고 직장 동료 몇 명 이렇게 마셨다. 시작은 고상했다. 스테이크 코스와 와인 +_+
스테이크가 진짜 맛있어서 입에서 살살 녹더라는. 주책가 깊숙이 있는 곳이라 아는 사람만 찾겠던데 평일저녁인데도 만석이었다. 다음에 조카데리고 한 번 가야겠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홉시 반? 쯤 보스가 잘 아시는 술집으로 2차를 갔다. 가슴이 훅-_- 파진 검은 미니원피스를 입은 여사장이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첨엔 아가씨들이 옆에서 술도 따라주고 했었는데 요즘은 알아서들 세팅만 딱 해주고 그럼 저흰 나갈께요. 이야기 나누세요. 한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양주+맥주 폭탄이 몇 차례 돌아가고,
아마도 내가 잠깐 잠들어버린 듯 한데(또 필름이 끊겼어!!! 우엉. ㅠ_ㅠ;)
문득 정신을 차려서 주위를 둘러보니, 여자후배A는 소파에 옆으로 누워서 콜콜 달게 자고 있고(역시 어린 아이들은 뭘 해도 귀엽더라는. 내 나이는 혀만 꼬여도 꼴보기 싫은 진상녀 -_-;) 남자후배 한 명은 기계반주에 맞춰서 열창-_-을 하고 있고, 보스는 대취하셔서 의식이 출장하셨고 다른 여자후배 B는 방 한 구석에서 대취한 보스를...
더이상 말 못 하겠다. 다만, 술이 확 깨더라는. ㅠ_ㅠ
술버릇이 그정도면 범죄. B가 원래 얘기할 때도 몸을 좀 가까이 붙여오고 좀 추근추근하는 경향이 있긴 했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언젠가부터 술이 들어가면 정말....
또 말 못 하겠다. -_ㅠ
나는 여자친구랑 걸어갈 때도 팔짱을 낀다거나 하면 불편해진다. 팔짱끼지 말라는 매몰찬 말을 하지는 못하기에 그냥 참고 있지만 -_-; 엄마가 팔짱 끼면 간지럽다고 (엄마는 심지어 팔 안 쪽을 조물조물 만지기까지 한단 말이다. 간지러워!) 빼버린다. 나의 스킨쉽은 조카에게만 열려있다. +_+;;;;; 이래서 연애를 못 하는 거겠지 -_-;;;;;
이런 내 눈으로 보자니, B의 행태에 술이 확 깬 건 당연. 지난번에 내가 아끼는 친구에게 그러는 걸 보고 굉장히 화가 난 적이 있었는데 둘 다 성인들이고 상호합의하에 행해진 일이라면 내가 비난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타인에게 윤리적 평가를 내릴 수 있겠는가. 너는 내가 애정하는 사람이니 내 눈앞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 걸 못 보겠다. 말하는 건, 내가 보기 괴로우니 그러지 말아달라 하는 건데(그건 나쁜 행동이니 너는 그러면 안 된다. 는 표면적인 이유이고) 내가 괴로운 건 내 문제일 뿐이다.
거기다, 보스는 내가 특별히 아끼는 사람도 아니기에 -_-
그치만, 이성과 감성은 달라서, 꼴보기 싫은 건 꼴보기 싫은 거다. -_-;;;;;;;
새벽 세시가 지나서 여사장님이 제발 좀 집에 가라고 애원하셔서 주섬주섬 나왔는데, 정신을 잃으신 보스는 술집의 종업원이 차로 모셔다 드리기로 하고(단골이시라 집도 알고 있다 해서 다행;) 남자후배는 도망가고 -_-+ 여자후배 두 명을 택시에 태우는데, B는 자꾸만 문을 열고 나오는 거다. 한 잔 더 해야지 집에 못 간다고 -_-;;;;;;;;;;;;;;;;;;;;;;;;;;;;;;;
홧김에-_- 머리를 콱 눌러서(미드에서 범죄자들 경찰차에 태울 때처럼;;;) 택시에 확 떠밀어서 태우기를 몇 번. 겨우 두 명을 데려다주고 집에 도착하니 네시가 다 되었더라는. 조간신문이 현관문앞에 ㅠ_ㅠ;
정신은 혼미한데 머리가 복잡해서 잠도 안 오고. ㅠ_ㅠ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을 털어내버리고 싶은데 안 된다. 내가 B를 원래 싫어했던 게 아니라면 그 술버릇이 이정도까지 꼴보기싫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술자리에서는 좀 떨어져앉겠지만 평소에 괴롭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젠 평소에 B를 보아도 술자리에서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더더더더더더더더 -_- 싫어지는 것이다. 이런 내가 싫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성격. 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두는 내가 싫다. B를 대할 때 표정관리가 안 되는 내가 싫다. 사람을 싫어하는 내가, 더 싫다. ㅠ_ㅠ
출근했더니, 남편에게 새벽에 들어왔다고 혼났는지 (아니면 어제 내가 사심있게 머리를 콱 눌러준 기억이 난 걸까-_-) B의 주변에는 검은 구름이 드리워져있다.
나도 우울하다. 요즘은 기분좋게 술 마신 날도 다음날은 울적해진다. 오늘은 종일 더 괴롭다.
내 답답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이곳이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면서(도대체 이런 얘기를 누구에게 할 수 있단 말인가. ㅠ_ㅠ) 결국에는 타인에 대한 비난인데, 내가 이러고 있다는 게 한심하다. 너나 잘 하렴. 이런 목소리가 머리속에. -_-;;;;
마음을 더 바로잡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