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세 캔, 하나는 500cc, 마시고 나니 좀 어리둥절한 기분.

술마시다가 
문득 생각난 건데 직장 보스의 손녀딸이 첫돌을 맞았다. 이 공주님은 우리끼리 얘기로 은수저가 아니라 다이아몬드 수저쯤 물고 태어났다고 일컬어지는데, 어쨌든 미국에서  태어나 돌잔치를 위해 귀국하셨단다. 공주님의 엄마 아빠, 는 미국에서 대학원에 다니고 있고 학비와 생활비는 보스와 보스의 사돈이 다 책임지고 있으며 한국에서 엄격한 심사를 통해 뽑은 한국인 유모 한명과 미국 현지에서 고른 히스패닉 유모 한명이 공주님을  보살피고 계신다고. 

직장동료 모양, 여러번 언급되었던 인물로 나와는 성정이 안 맞는 인물인데 요즘은 아.이렇게도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거로구나 하고 뭔가 깨달음의 계기가 된달까 하는 기분 어쨌든 -_-; , 가 오늘 이 공주님 얘기를 하면서 말하기를

나는 내 애들한테 내가 베풀어주면서도 내 애들이 진짜 좋겠다 싶어서 샘이 났었는데 이 아이는 정말로 부럽네요

라고 했다. 그녀가 평소 제일부러워하는 인물이 패리스 힐튼이라고 여러 번 말한 적 있어서 부에 대한 갈망이 큰건 알고 있었는데 자신의 아이에게도 부럽다 샘난다 하는 표현을 쓰는게 좀 놀라웠다. 언젠가는, 다시 태어나면 절대 결혼하지 않고 애도 낳지 않고 자유롭게 살겠다.고도 했는데 그렇게 생각은 할수 있지만 거리낌없이 말할수있다는데 깜놀. 내가 결혼만 안 했어도 애만 없었어도라고 하는 건 지금의 상황을 깡그리 부정하는게 아닌가. 남편은 그렇다치고-_-  스스로 원한것도 아닌데 태어난 아이들은 잘못도 없이 존재를 부정당하는게 아닌가. 당시 이렇게 얘기했다가 역시 결혼하지 않고 편하게-_-  살고있다보니 타인의 괴로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몰렸었다. 뭐 사실이 그럴지도.

내가 너무 세상을 울적하게 바라보는건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세상에 던져졌다. 이 험한 세상에 태어나게 한 것을 어른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보상해야하고 아이들이 혼자 설 수 있도록 보살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 어릴 때 누려보지 못한 것들을 자신의 아이들에게 '베풀어'  주고 있다 . 자신의 아이들은 얼마나 복받은것이냐. 라는 그녀의 말은 나를 슬프게 만든다.

나에게는 아주 사랑하는 조카아이 둘이 있다. 일곱살, 두돌 이렇게 되었는데 결혼하지 않은 고모답게 얘들만 보면 귀여워서 죽는다.^^;
주말이면 둘중하나,대개는 큰 아이, 는 떨어뜨려 놓고 가서 내가 재우고 일요일 늦은 오후에 데려다 주는데, 잠든 아이를 보면 왜 그런지 마음이 아프다. 뭐라고 해야할까 이 순정한 얼굴로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려냐.  이런 기분?  또는,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네가 태어나서 이 고모는 너무나 기쁘구나. 평생 충성할께 이런기분?

조카들을 위해 이런저런것들을 신경쓰지만 내가 가져보지 못한 것들을 가졌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부럽다거나 너희들은 복받았다는 생각은 하지못하겠다. 그냥 나는..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엄마가 아닌 고모답게, 힘든 훈육은 엄마에게 맡기고-새언니 미안해요!- 무책임하게도, 오로지 사랑만 할 뿐이다.

그나저나 태블릿 피시에서 페이퍼 쓰는건 너무힘들구나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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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2-03-13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큼 마시고 태블릿 피시로 이렇게 쓰는 걸 보니까 문나잇님 짱이구나. 나랑 한잔 합시다 (현재 시각 오전 9시 12분)

moonnight 2012-03-13 11:26   좋아요 0 | URL
아앗. 네꼬님. 제가 너무 좋아하는 일이 휴일 아침에 눈뜨자마자 시원한 맥주를 쭈욱 들이키는 거랍니다. 사랑하는 네꼬님과 한잔하고 싶어요. >.< (팬심 모드 ^^;)

밤에 태블릿 피시의 쪼끄만 화면 들여다봤더니 눈도 아프고 얼굴도 뜨겁고 -_- 머리는 띵하고, 힘들었어요. 그래도 잘 썼죠? 으쓱. (잘난척 -_-;)

다락방 2012-03-13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만 저는 어쩐지 알 것도 같아요. 부럽다고 말하는 그 기분. 나는 누리지 못한 것들은 지금 태어난 아이들은 당연히 누리고 사는것에 대한 질투와 시기. 그런건 저도 가끔 튀어나오곤 하는걸요. 제가 가진건 질투와 시기라기 보다는 어떤 씁쓸함에 가깝긴 하지만 말이죠. 최규석의 만화 [대한민국 원주민]에서 작가의 말에 그런 말이 나오거든요. 이 아이들은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것을 당연히 자기 것인줄 알겠구나, 하는거요. 적당히 학벌 좋은 부모, 그런 부모의 사회적 위치 같은 것들이요. 자기 자식에게도 그런식의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문나잇님께는 낯설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찾아오기도 하는게, 저는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그렇게 말씀하시는 그 동료분이 아무것도 갖지 못한채 태어나서 지금의 자신이 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다면 더욱 그럴테고 말이죠.


그리고,
저도,
제 조카의 존재가 엄청나게 고맙고 사랑스러워요. 저 역시 이모답게, 힘든 건 조카의 엄마에게 맡긴채로(;;) 사랑만 줄 뿐입니다. 사랑만요. 아, 물질적인 것도.. ( '')

moonnight 2012-03-13 12:30   좋아요 0 | URL
내가 누리지 못한 많은 것들을 누리는 아이들을 보면, 내게도 이런 기회가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은 저 역시 들어요. 그치만 자신의 아이들 얘기를 하면서 굉장히 생색을 내는 듯한 뉘앙스가 저는 불편했던 거예요. 생색을 낸다는 건 보답을 바란다는 것일 테니까요. 아이들이 잘 클 수 있도록 물질이든 사랑이든 자신이 처한 상황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히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저의 엄마는 제게 "네가 어렸을 때 너무 가진 게 없어서 이렇게 정신 못 차리고-_- 조카들에게 해대는구나. "라고 맘아파하시기도 하는데, 그런 보상심리도 있겠지만 저는 그저 조카들에게 부족한 것이 조금이라도 덜했으면 하는 생각 뿐이에요.

이러이러한 혜택을 가질 수 없는 친구들도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알 수 있도록 어른들이 잘 해야겠지요. 그치만 어린 아이에게 감사를 강요하는 것도 저는 싫더라구요. (저처럼) 수업료 못 내서 교실 한 구석에 수업시간 내내 서 있는 일 따위 경험해보게 하고 싶지는 절대 않고요.

다락방님의 타미 사랑은 제가 잘 알고 있지요. ^^
다락방님 같이 멋진 이모가 있어서 타미는 더 행복한 아이입니다. ^^*

2012-03-14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4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4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5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6 0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2-03-16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는 조카 바보들이 여럿 있어 조카 없는 저 같은 사람은 마냥 부러울 따름이네요 ^^;;
다락방님 서재에서 댓글로 슬쩍슬쩍 보다가 이렇게 찾아왔어요, 문나잇님!

아빠가 그런 얘기를 많이 해요. 나 어렸을 적에는~ 그건 꿈도 못 꿨지~ 그런 얘기를 듣고 있으면 솔직히 에이 또 똑같은 레퍼토리잖아? -ㅅ-~ 이런 마음도 들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의도를 알려고 하면 그래도 내가 이렇게 잘먹고 잘살고 있다는게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선택의 여지 없이 세상에 내던져진 아이들은 그저 지금 이 상황에 자연스럽게 적응하면 되는 것 같아요. 옆에 잘 사는 애 보면서 너무 부러워도 말고, 더 어려운 환경을 보며 무감각하지도 말고, 그렇게 유유히 살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 스스로에게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는...) 그나저나 저도 대놓고 그런 말을 하는 분은 잘 이해가 안 가네요 ''~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케이오 패배인데 그건~!

moonnight 2012-03-17 12:20   좋아요 0 | URL
어머나 말없는 수다쟁이님 ^^
저역시 다락방님 서재에서 여러번 뵈어와서 굉장히 친숙한 느낌이 들어요. 인사건네주셔서 감사합니다. ^^*
조카란 존재는 하늘이 주신 선물이랄까요. +_+;;;;; 말없는 수다쟁이님은 조카가 없으시구나!!! 안타깝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가진자의 거만한 말투 ^^;;;;;;;;;)

맞아요. 수다쟁이님 말씀처럼, 아이들이 그렇게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어른들이 할 몫이겠지요. ^^

2012-03-17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7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