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그라이브에서 김선일까지 - 당대비평 특별호
슬라보예 지젝.도정일 외 지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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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04년 6월 김선일 씨가 살해당했을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직장일이 바빴을 거다. 이것저것 신경 쓰이는 일들도 있어서 뉴스에는 관심이 없었다. 관심 가질 만큼 김선일 뉴스가 많이 나오지도 않았다. 납치 보도 나오고 이틀도 안 되어 후다닥 살해 보도 나오고 촛불시위 얘기가 나오는둥마는둥 하다가 끝났다. 파병 반대라는 입장이 확고했기에 더 관심이 없었던 듯도 하다. 죽은 이가 선교사가 되려던 기독교인이라는 말 때문에 동정심이 들지도 않았다.

지금 내가 가슴 아픈 것은 그 때 그를 동정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집안도 좋지 않고 돈도 없고 좋은 학교도 못 나오고 영어도 잘 못하는, 그래서 미군PX 납품업체 직원이 되는 것 외에는 중동에 갈 기회가 없었던 소심한 34세남자가 사막 가운데서 "나는 살고 싶다"고 절규하고 있는데, 나는 그를 동정하지 않았다. 타인의 고통을 고통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 멀티미디어 시대의 무서운 신종 전염병에 나 역시도 감염되어 있는 것이다.

<아부 그라이브에서 김선일까지>는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죽음과 고통에 대한 책이다. 타인의 고통을 미디어가 보여주는 이미지로 소비해 오던 사람들에게 잠시만 그 소비 행위를 멈추고 곰곰히 생각해 보기를 요구한다. 저자들의 면면도 화려하고 실린 글들은 깔끔하고 설득력 있게 잘 읽힌다. 그러나, 내가 소리 높혀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이유는 그 죽음과 고통에 대한 책임이  우리 한국인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에 있다. 정부와 언론에 의해 철저히 은폐된 이라크 사태의 본질을 바르게 인식하는 것은 파병을 통해 가해자측에 <가담되어> 버린 한국인들의 의무가 아닐까? 사건 발생 후 2년 반, 김선일도 이라크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는 우리들의 일상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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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6-09-13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선일씨 피살은 2004년 3월이 아니라 6월에 일어난 일입니다...

mizuaki 2006-09-13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