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학기 밀리언셀러 클럽 63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기리노 나쓰오를 <아임쏘리마마>로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 작가를 지금보다 더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그 후에 읽은 <아웃>, <다크>, <그로테스크>, <잔학기>까지 다 좋았는데, <아임쏘리마마>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도 거슬렸는지, 기리노 나쓰오는 역겨운 여자주인공을 만들어내는 작가로 한동안 박혀 있었다.

그녀가 역겨운, 눈을 피하고 싶은 등장인물을 만들어내는건 맞다. 그 추악함은 행동의 하드코어보다는 마음의 하드코어로 피와 살이 난무하기 보다는 베일듯한 차가운 마음과 짬밥같은 욕망과 순도 높은 이기심때문이다. 그건, 어떤 잔인한 장면보다 더 구역질난다.

<잔학기>는 중편 소설정도의 분량이다. '나'는 열살때 겐지라는 지저분하고, 머리가 모자란듯한 남자에게 1년 넘게 유괴되었다가 풀려난 끔찍한 과거를 가진 소설가이다. 그녀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당시의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과 직관에 의해 재구성하여 쓴 소설의 제목이 바로 '잔학기'이다. 소설속의 소설인셈이다. '겨우 열살이던 내가 가진 지혜와 체력과 의지, 있는 모든 능력을 총동원해서 살아남고자 한 경위를 어떻게든 나타내고 싶다는 뜻'으로 자신 안의 독毒을 쏟아내듯 써 낸 글이다.

열살 소녀의 눈으로 본 겐지와 옆방 남자 야타베씨, 그리고 그들이 머물던 공장의 사장과 사장 부인. 
열살에 그 방에 들어가서, 열한살에 나오지만, 그녀는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다. 사건의 경위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이런저런 경우의 수들도 생각할법한 이야기들이고, 반전이나 대단한 스릴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담담하게 때로는 독하게, 이야기는 진행된다. 범인을 위한 변명들은 쓸데없이 수다스럽고 작위적인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런저런 눈에 보이는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짧은 분량에 소녀와 주변인들의 심리를 잘 담았다.

기리노 나쓰오는 독자로 하여금 등장인물들의 마음에 (좋은쪽이든, 나쁜쪽이든)쉽게 감정이입 되도록 하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을 읽는 것이 때로는 괴롭고, 때로는 후련하다. 

열살 여자 어린이가 어른 남자에게 1년 넘게 납치되어 한 방에 지내다가 구출된다. 그러나 그녀는 생각한다. '자유라는 이름의 속박이 있고, 속박이라는 이름의 자유도 있었다. 이 사실이 아직 열한 살이었던 나라는 인간을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릴 것 같았다.' 구출된 그녀가 느끼는 부모에 대한 위화감, 그녀에게 다가오는 정신과 의사니, 형사니, 검사니 하는 어른들, 어디를 가든지 따라오는 그녀에 대한 속되고 저열한 관심들.

미야베 미유키가 친절하고, 따뜻하게 사건과 사건 속의 다양한 인물군상을 그리고, 독자는 그 중 어디 속하나를 곰곰히 생각하게 만든다면, 기리노 나쓰오는 사건의 진실을 힘으로 까발려 독자 앞에 던지며 비웃는듯하다. 옮긴이가 기리노 나쓰오를 만났을때 '박력'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나는 그녀를 글과 사진으로밖에 접하지 못했지만, 왠지 이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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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8-11-02 0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보통 여류작가들을 좋아하지 않는것같아요. 저도 여자이지만, 뭐랄까. 여자에게서 기대할수 있는 것들이 나온다고할까...그런 기분 때문에 왠지 한계성이 느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뭐 그렇게 따지면 남자들의 글역시 어느정도 한계성이 있는 건 당연하지만...왠지 완전한 여성성이나 모성애같은 감정은 저에게 버겹더라고요.)
그런데 기리노 나쓰오는 그런 부분에서 뭔가 파격적이었달까. <그로테스크>를 처음접했을때의 그 박력이란...
다분이 여자의 얘기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도무지 주인공들을 사랑할수 없게 만드는 그 박력(?)때문에 반했어요..^^
<잔학기>는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소설이었어요. 읽으면서 막 무섭고 슬프고 애매모호한 감정이 들더라고요..ㅠ ㅠ

하이드 2008-11-02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뻔한 이야기를 와닿게 만들었을때 그 감동이 배가 되는 것 같아요. 몇가지 눈에 보이는 단점들도 다 덮어둘만큼의 박력이죠.

그나저나 여류작가에게서 여자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이 나오는것은 남자작가들한테서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 어떤거 이야기하시는지는 어렴풋이 알것 같긴 해요. 저는 아마도 비슷한 이유로 히가시노 게이고룰 무지 싫어해요.그가 묘사하는 천편일률적인 여자캐릭터들;;

Apple 2008-11-03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비슷하시네요.^^; 무지 싫어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닥 안끌리더라고요..정말 여자캐릭터들의 모습이란 대단하죠..이건 뭐 여주인공들이 거의 물체같다는 생각이 들기도..=_=;
 
시소게임 작가의 발견 1
아토다 다카시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열다섯가지 각기 다른 단편들인데, 장편 하나를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이것이 연작집이거나 해서가 아니라, 주제와 등장인물의 일관성 때문이다. 문학평론가의 해설에서는 그 일관성을 '인간'과 '죽음'에서 찾았지만, 일개 독자인 내가 보는 일관성은 악처와 그 악처를 살해하는 남편이다. 딱히 유쾌할 것도, 불유쾌할 것도 없는 설정이긴 한데, 계속해서 반복되니 머리가 좀 아파졌다. 악처는 말그대로 악처인 경우도 있고, 악독한 애인일 때도 있고, 반대로 아내가 남편을 죽이는 경우도 있다.
그런 작은 변화들을 심어 놓고, 이야기에는 나쁜 아내와 지친 남편과 때마침 생기는 예쁘고 순종적이고 젊은 불륜녀를 주축으로 한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마초적이라던가 한건 아니다. 왜려 그 반대라면 모를까. 등장인물들의 유형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열다섯편의 단편이 조금이라도 지루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그 반대다. 아토다 다카시는 같은 틀을 가지고서 그 틀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은채 무궁무진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죽음'은 추리소설에서도 일반 문학소설에서도 가장 거대한 주제이다. 좋은 추리소설은 좋은 추리소설에 그치지 않고, 좋은 소설이고, 좋은 문학작품이다. 코넬 울리치를 에드가 알랜 포에 비유하며 시적이다고 말하듯이, 아토다 다카시의 미스테리 단편들도 문학적이다.  첫 단편 <사망 진단서>의 첫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어느 작품 속 한 구절이라고 해도 쉽게 믿을만큼 환상과 심리의 절묘한 결합이다. 작품의 표제작이기도 한 <시소 게임>은 특히 재미있게 봤다. 교진과 다이요와의 경기장이다. 교진의 광팬인 그는 특별지정석 암표를 사게 되는 바람에 3루쪽인 다이요 응원석에서 소심하게 교진을 응원하게 된다. 경기는 교진이 리드하고, 응원의 즐거움마저 반감된 경기장에서, 그의 생각은 자꾸 뒤에 앉은 남자에게로 흘러간다. 그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교진의 자리에서 자주 보던 교진의 광팬이였는데, 올해는 갑자기 다이요를 응원하고 있다. 야구 경기의 진행과 '나'의 추리는 교차되어 보여지며, '시소 게임'이라는 기가막힌 결론을 이끌어낸다. <과거를 운반하는 다리>도 인상적인 작품이다. 살인도 복수도 없지만, 오싹함을 남겨주며, 첫문장을 곱씹어보게 한다. <부재증명>과 <파인벽>도 좋아하는 작품. 트릭은 이미 어디선가 보았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작가의 문학적인 터치가 이 작품들을 즐겁게 읽게 해준다. <얼음처럼 차가운 여자> 도 인상 깊었던 작품.  

그는 노력형일까, 천재형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으로서는 전자일 것 같다. 소설의 첫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말끔하고, 완벽하게 작품으로 내 놓는 그 모습은 99% 노력형일 것 같다. 독자로서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나올 아토다 다카시 총서가 무진장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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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31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꽤 오래 눈에 띄는 신간이나 마구 구매욕을 자극하는 책이 없다.
빌 벨린저의 <기나긴 순간>이 좀 반가웠는데, 반디 앤 루니스에 ㅈㄹ 하는 동안 그 구매욕이 사그라들었다.
결말한정본이 풀리고 나서, 봉인 없는 것으로 살 예정이다. 애초에 200여페이지 밖에 안되서, 맘에 안들기도.


존 어빙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니, 한꺼번에 사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만,
현실은 '오, <가아프가 본 세상> 표지가 이런거였어?' 하며, 책꽂이에 꽂아 놓기만해서, 책표지도 새로운 1人인지라..
<사이더 하우스> 나올때 그 책이 사실 <가아프..>가 아니라 사실 이 작품이 대표작이라고 우기시던 MD는 이번에 <일년 동안의 과부> 나올때 뭐라고 하나 지켜보니, '모든 책이 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하며 나오지만...' 이라고 하더라. 풉. <사이더하우스 룰즈>와 <가아프가 본 세상>이 존 어빙의 책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은 분명하다. <일년 동안의 과부>는 글쎄.
 독자에 따라, 다들 안 좋아하더라도, 나만 좋아하는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이 있다면, 그것이 중요한 것이므로, '대표작 어쩌구저쩌구' 하는 것은 크게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만, 존 어빙 정도의 작가에(좋은 의미, 나쁜 의미 다 포함해서) 어떤 작품이 나오더라도 '.. 대표작' 하는 것이 그닥 어색하지는 않다. 하지만, '전작이 아니라, 사실은 이 책이 대표작' 하는 식의 멘트는 좀 우습다. 그것도 그 전작이 작가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경우에는 더욱 더.

 

 

 




 사실, 존 어빙의 책은 이 책이 대표작이요! : p

 

 

 

 

 

 

 <나폴레옹광> 이벤트 당첨으로 책 두권이 도착했다.
 <시소 게임>을 읽고 있는데, 아, 아토다 다카시는 진정 단편의 거장이었구나!
 라고 새삼 다시 느낌. 그러나 저러나 표지좀 어떻게 해주소.
 '나 재미없소' 라고 온 얼굴로 외치고 있는 아토다 다카시의 표지들.

 


 어슐러 르 귄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어스시의 마법사>는 별로 재미없었고, <빼앗긴 자들>도 별로 재미없었다. <바람의 열두방향>은 재미있다 없다를 말하지 못할 정도의 분량만 읽다 말았다. <환영의 도시>, <유배행성>, <로캐넌의 세계>가 무슨 무슨 시리즈라는데, 일단 가장 얇은 것으로  한권 집어 들었다.

지금 읽으면 좀 다른 느낌일까 싶어서. 남들이 다 좋다는데, 나는 잘 모르겠으면, 일단은 오기가 생긴다. 그 다음에는 미련, 그 다음에는 외면. ^^;

아, 책은 아니지만, 음반을 질렀다.
예약판매는 잘 안사지만, 이번에는 정말 동나고 나면 후회할 것 같아서
눈 먼 문화상품권은 '행복한 고민' 하기도 전에 날아갔다.
전 세계적으로 예약판매중이다.

엄청나게 잘 나온 가격이라고 하지만,음반에 한꺼번에 투자하지 않는 나에게는 그 가격 자체로 비쌈. 6만8천원이면, 책이 몇권이야. 뭐, 이런 생각;  
카라얀도, 교향곡도 별로 안 친한 나로서는 좀 더 많은 뽐뿌성 글들을 원했건만,
웹을 다 뒤지고, 구글까지 뒤져도 찾을 수 있는 글들은 '안 사면 후회할껄'
' 카라얀 전성기의 음반들만 모은' '엄청나게 착한 가격의' '품절된 것도 있고' 정도이고,

'CD 시대의 종말이 오긴 오나보다' 혹은 '21세기 CD 박스 세트의 대할인의 시작인건가!' 하는 시의 칭찬인지 푸념인지 구별 가지 않는 글들이 있고.. 드팀전님이나, 매너나 바밤바님이나 '왜 사야하는지!'에 대해 쓴 뽐뿌성 글이 있다면 더 기꺼이 샀을텐데, 마지막 순간까지 한조각의 의구심을 안고, 결재 버튼을 클릭했다.

책도 질렀다.
어제까지였던 쿠폰과 남은 적립금과 예치금을 털어서 (즉, 빌 벨린저의 <기나긴 순간> 대신 오는 놈이다.) 빌 브라이슨을 선전하면서 '투덜이' 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혼자서, 속으로) <행복의 지도>의 저자 에릭 와이너에게도 '투덜이' 어쩌구 하는 택을 붙여서 선전한다. '투덜이 여행자' 이미지를 도대체 누가 좋아하나 싶고,  빌 브라이슨에 이어 두 번째라는점에 있어서 뭔 선전이 이따위냐. 하는 생각.

어이없고, 멍충이같은 선전을 한 두번 본 것도 아니고, 책은 일단 기대해본다.

원래 쿠폰으로 사고 싶었던 책은 데이빗 리스의 <종이의 음모>인데, 반디에선 고작 10%, 알라딘에선 20% 이상하기에, 다음달에나 사야지.( 믿거나 말거나, 한달에 한번씩 책구매 중이다.)
 


두권으로 나오지만 않았어도, 진작 질렀을텐데, 쯔쯔
읽고, 팔고, 원서로 다시 봐야지.(요즘 재미붙였뜸. 원서와 번역본 번갈아 읽기)

캐치-22를 원서로 읽을때 '새롭다' 는 느낌이었는데, 번역본을 읽는데 어렵게 느껴졌다.
안정효의 번역이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라, 영어라는 언어 자체가 심플하고, 우리말이 좀 복잡한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캐치-22>에 나오는 안정효의 옮긴이주는 하나도 거슬리지 않았다. 아마 보이지 않게 도움도 되었을 것이다.  <하드보일드 에그>에 나오는 옮긴이주는 '87지서 시리즈'를 일본 탐정만화시리즈라고 하지 않나, 에레이, '로저' 를 '알았다. 는 미국 구어' 라고 하지 않나. 물론, '로저' 가 알았다. 는 의미가 맞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알았다'는 뜻이 미국 구어. 라고 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좀 다른 의미이긴 하지만, 역주에 대해서는 조동섭씨의 역주를 좋아한다. (생략의 미덕!)
http://blog.aladin.co.kr/misshide/839064 


최악의 역주는 거의 최악의 표지와 함께 보르헤스 전집의 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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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31 0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8-10-3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랴얀 박스 잘 사셨어요...저는 중복 아이템이 많아서 망설이고 있는데...안사는쪽으로 가는 듯 하다가..다시 생각해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가격은 한번에 쓰기 비싸보이지만...저 음반들이 예전에 누리고 있던,그리고 지금도 누리고 있는 가치를 안다면 정말 껌값입니다.
박경리의 <토지> 전작을 2만원에 판다고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아..씨...이렇게 쓰고 나니까 나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하이드 2008-10-31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게 얘기하니 와닿습니다. <토지>전작을 2만원에! 저야 중복 아이템이 (아마도) 한 장도 없을듯 하니, 잘 샀네요. 간혹가다 꽂힌 음반만 주구장창 듣고, 귀도 막귀지만, 그래도 좋은건 들어보고 싶은 마음에서 샀는데, 잘샀다 하니,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네요.

가넷 2008-11-01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세 작품은 르귄 여사의 대표작이라기에는 좀 뭐시기한 작품이죠. 빼앗긴 자들 경우에는 저두 그닥 재미를 못 본 것 같네요.

하이드 2008-11-01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행성 시리즈라고 하던데요. 글쿤요, 전 어스시도 별로였는데, 어디서 르귄 여사의 재미를 찾아야 할까요 ㅡㅜ

가넷 2008-11-0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캐넌의 세계, 유배행성, 환영의 도시, 빼앗긴 자들, 어둠의 왼손 다 헤인시리즈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르귄 여사의 작품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건 어스시 정도군요. 다른것도 나쁘지 않았지만...ㅎㅎ;

바밤바 2008-11-10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카라얀 앨범 주문했는데.. 중복 되는 것도 있지만 없는게 더 많아서리^^;; 윗글에 제 알라딘 닉넴이 나와서 신기하네요~ 글고 드팀전 님이 토지 전작을 2만원에 파는 거라는 말.. 정치한 계산 끝에 나온 비유같은데요 ㅎ

하이드 2008-11-10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도 결국 사셨다고 페이퍼 봤어요. 제가 망설인 이유는 제가 그렇게 진지하게 음악을 듣지 못하기 때문이었는데, 이제는 마음 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한테 토지가 있어도, 토지전작이 2만원이라면, 일단 사서 누구 안겨주기라도 해야할 것 같은 가격이에요. ㅎ

늦은밤에 올라오는 바밤바님의 음반리뷰를 재미있게 봤더랬어요- 그런 이유로 바밤바님의 닉네임이 ^^
 
하드보일드 에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6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슌페이는 어린 시절 도서관에서 [달려라, 메로스] 옆에 있던 챈들러의 책을 보고 말로에 입문한다.
영어회화테이프 판매도 하고,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망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사무실을 차리고
자신의 오랜 꿈인 말로와 같은 사립탐정이 되기 위해 탐정사무소를 연다. 

그러나 현실은 의뢰들어오는 일의 80%는 동물찾기, 20%는 불륜조사
누가 봐도 동물탐정이고, 명함조차 귀여운 아기고양이 그림에 '헬프미 야옹' 이라고 씌어 있을 정도지만, 꽤나 전문적(?)이고, 스펙타클한 동물찾기인 것이다.

큰 키 빼고는 공통점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말로와 슌페이이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여자에 대한 태도인데, 슌페이도 모든 것을 말로 가이드에 따라 살고자 하지만, '여자'에 대해서만은 다이너마이트 보디를 꿈꾸는 평범한(?) 남자일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난 뒷맛은 슌페이의 뒤에 말로가 겹쳐 보이는 것은 왠일인지.
시체를 달고 다니는 말로만큼은 아니지만, 슌페이도 때로는 대형도마뱀의 잔인한 사체를 처리하기도 하고,
개에 물려 죽은 시체에 발 걸려(말 그대로) 넘어지기도 하고 그런다.

동물을 찾으면서 익히게 된 기술을 이용하여, 야쿠자와 살인범과 맞서는 슌페이!
그의 곁에는 말로와는 달리 동지들이 있다. 엄청난 냄새를 좋아하는 술을 좋아하는 노숙자 겐씨, 다이너마이트 보디를 꿈꾸고 채용했으나 현실은 150 단신의 아흔살 먹은 할머니 아야. 동물 애호가 부부인 쇼코 부부.

몇몇 장면은 다시 생각해도 피실피실 웃음이 나온다. 짧은 분량은 아니지만, 내용도 버릴 곳 하나 없이 알차다.
챈들러의 SF판이었던 <다이디 타운>이 있었다면, 이 책은 동물탐정버전이라고 할까?

동물탐정이라는 말에서 오는 아기자기하고 닥터두리들 같은 귀여운 영화를 상상하면 곤란하다.
어쨌든 이것은 하드보일드(에그)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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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8-10-31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재미있을것 같네요.한번 읽어봐야 겠네요^^

하이드 2008-10-3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기와라 히로시라는 작가의 책들이 좀 가벼워 보였는데, 이 책에선 제법 하드보일드 냄새가 났어요. <타임슬립>을 오래전부터 보관함에 넣어두고 있었는데, 어떨른지말입니다.
 
[이벤트] 일상 토크쇼 <책 10문 10답>

* 문제가 왠지 어렵습니다;;

1) 당신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을 알려 주세요.
첫번째 질문부터 너무 어렵더라니, 생각해보면, 나는 책을 읽으면서 음식이 땡긴 기억이 없다.
대단히 유명한 음식소설이나, 음식만화들도 많이 봤지만, 음식이 땡기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식욕이 없는 인간이라거나 한건 아니다. 그 반대에 가깝다. 다만, <사이드웨이즈> 나에게는 아래 세버전의 사이드웨이즈가 있다. 디비디와 각본, 그리고 소설. (각본과 소설의 결말은 다르다.) 이 책을 읽을때는 영화 장면이 떠올라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와인이 많이 마시고 싶다. 
그 외에 지금 읽고 있는 <오렌지 다섯조각>이나 <나의 프로방스>, <맛> 과 같은 책을 떠올려 봤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 입에 침을 고이게 하는 것은 음식보다는 멋있는 남자이다.










 


 

 

 

 

 

 







2) 책 속에서 만난, 최고의 술친구가 되어줄 것 같은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평화롭게 술과 정치와 우정을 즐기고 싶을 때 : 
아베노 세이메이 (미나모토노 히로마사의 덤도 좋다.)

"아베노 세이메이는 툇마루에 앉아, 등을 기둥에 기대고 있다. 구부린 왼쪽 무릎을 옆으로 기울이고, 오른쪽 무릎을 세워 그 오른쪽 무릎 위에 오른쪽 팔꿈치를 얹고, 오른손 위에 오른쪽 뺨을 괴고 있다. 약간 고개가 기울어져 있지만 그 기울어진 목이나 머리에 뭐라 말할 수 없는 색향이 떠도는 것 같았다. 가느다란 오른손 손가락에 옥으로 된 술잔을 들고, 안에 든 술을 가끔 입에 머금는다. 술을 머금기 전에도, 머금을 때도, 그리고 머금은 후에도 붉은 입술이 항상 희미한 웃음을 띠고 있다. "

 

 

 

 

왁자지껄 부어라, 마셔라 하고 싶을 때 : 노다메 (치아키와 등등등도 웰컴)

 

 

 

 

술과 술자리를 즐길때 : 네로 울프 ( 아치도 물론 함께 하면 좋겠다)
미식가인 네로 울프의 독설과 음식, 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술을 마시는 티켓을 판다면, 난 달라빚을 내서라도 사겠다!


 

 

 

3) 읽는 동안 당신을 가장 울화통 터지게 했던 주인공은 누구인가요?

 키티 : 딱히 울화통이 터지는 것까지는 아니였지만,
 자기 중심 없이 팔랑대는 여주인공 별로였다. 
 나는 월터 페인에 대단한 연민을 가지고 봤으므로 더욱 더.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일 수 있지만,
 그렇기에 더 짜증이 난지도 모르겠다.

 

 

 

 

호프밀러, 에디트, 케케스팔바 : 죄다 울화통
게다가 츠바이크는 그 울화통들을 너무나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딸의 사랑에 목을 매는 케케스팔바,
자신감이라고는 코딱지만큼도 없이, 호프밀러의 사랑에 목을 매는 에디트,
케케스팔바와 에디트 사이에서 우유부단의 왕과도 같은 호프밀러

 

 

 



4) 표지를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표지는 책의 얼굴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표지/최악의 표지는 어떤 책이었는지 알려 주세요.

좋았던 표지 :

루팡은 싫지만, 루팡전집은 좋다. 캔디 컬러의 책들은 벗겨 놓았을 때 더 이쁘다.

 



나빴던 표지 :
보르헤스.. 오, 제발! 이제, 정말 보르헤스 개정판 나올때 되지 않았나요?! 정말요?!

 

 

 



5) 책에 등장하는 것들 중 가장 가지고 싶었던 물건은?
테메레르..도라에몽도 하는데, 테메레르는.. 안될까요? 



 

 

 

 

 

6) 헌책방이나 도서관의 책에서 발견한, 전에 읽은 사람이 남긴 메모나 흔적 중 인상적이었던 것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없다. 한때 아래의 책이나 아래의 영화를 보고, 도서관의 책들과 대출표들을 유심히 보곤 했으나, 아무것도 건진 것은 없다. 쳇  

 

 

 

 

 

 



7) 좋아하는 책이 영화화되는 것은 기쁘면서도 섭섭할 때가 있습니다. 영화화하지 않고 나만의 세계로 남겨둘 수 있었으면 하는 책이 있나요?
메데이아

 이미지와 여백이 많은 책은 영화나 기타 시각적인 장르로도 궁금하지만,
서술 그 자체가 강력한 책은 가슴속에만 남겨두고 싶다. 
<메데이아>는 분명 단순하고 강렬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좋은 그림으로 만들 수 있겠지만,
크리스타 볼프의 <메데이아>의 차곡차곡 쌓이는 서술은 그냥 글자로만 담고 싶다.  

 

 

 

 



8) 10년이 지난 뒤 다시 보아도 반가운, 당신의 친구같은 책을 가르쳐 주세요.
헤르만 헤세의 책들.
아주 어렸을때, 조금 어렸을때, 조금 컸을때, 나이 들어서 읽는 유일한 책이 헤르만 헤세의 책들이다.
다시 보면 반갑고, 책은 그대로일테지만, 내가 변한 것을 볼 때 흥미롭고, 그렇다.

 

 

 


9) 나는 이 캐릭터에게 인생을 배웠다! 인생의 스승으로 여기고 싶은 인물이 등장하는 책이 있었나요?
조르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조르바가 별로 인생의 스승같은거 되고 싶어하지 않을 것 같다. 후후


 

 

 

 

 

 



10) 여러 모로 고단한 현실을 벗어나 가서 살고픈, 혹은 별장을 짓고픈 당신의 낙원을 발견하신 적이 있나요?

몽디옹- Mondion

우리가 2년 전에 구입한 이 집은 멋진 집, 매력적인 집이다. 우리 집은 한때 디오니소스 사당이 있었다가 지금은 생마르텡 성당이 들어 선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자리를 잡고 있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둔 성당의 역사가 1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우리는 이 집도 그 즈음에 지었다가 4-5세기가 지나 증축했을 거라고 믿는다. 옆에 딸린 헛간은 1800년대 초에 허물어졌다. 지난봄에 벽을 다시 세웠고, 지금은 거기에 서재가 들어섰다. 두 건물이 광장 같은 열린 공간을 만들어내고, 비스듬히 잘려나간 끝에는 각각 비둘기탑이 서 있다. 그 너머에 마당이 있고, 공동묘지였던 자리에 나무를 심어 만든 작은 과수원이 있다. 그러니까 여름이면 주렁주렁 열릴 자두, 체리, 무화과와 호두는 오래전에 묻힌 뼈를 자양분으로 삼아 자랐따는 얘기가 된다. 이 집을 처음 본 건 2000년 가을이었는데, 자꾸만 꿈에 나왔다. 어쩌면 그때까지 10년 동안 내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을 가져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집을 빌려 생활했고 어디든 우리가 사는 곳이 집이라고 믿었지만 이제는 여기가, 믿을 수 없게도, 우리 집이다.



망구엘 아저씨의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사진은 'Mondion'이다.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독서일기>에 나오는 위의 구절이 몽디옹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전의 캐나다의 집을 이야기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캐나다의 집 같긴 하지만, 내 마음대로 프랑스의 작은 마을이라고 생각해버린다. 프랑스의 작은 마을 몇세기의 역사를 걸쳐 입은 집.에 살다가 죽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이 태어나는 곳을 정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자신이 죽을 곳은 정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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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시 쓰는 10문 10답
    from little miss coffee 2008-11-03 20:55 
    찾아보기 귀찮아서, 머리에서 열심히 짜내어서 썼는데, 제가 그렇죠 뭐. 에피님의 글을 보고 반성하고, 열심히 찾아서 다시 올립니다. 1) 당신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을 알려 주세요.   "우조, 마실래요?" 라고 물어보기에 나는 고맙게 우조를 한잔 받기로 한다. 이 우조 병이 또한 너무나 크다. 우조는 따뜻하
 
 
Kitty 2008-10-31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루팡전집 사고싶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표지는 진짜 넘 이쁘다는 흑흑

하이드 2008-10-31 0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물이 더 예쁘고, 벗기면 더 예쁘다는! ㅎㅎ

치니 2008-10-31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이벤트가 너무 어려운 거 아냐!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포기했죠. 헤헤.
하이드님 답글들을 읽으니 포기하길 차암 잘했다 싶어요.
흠, 몽디옹, 가서 살고 싶은 동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