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일상 토크쇼 <책 10문 10답>
* 문제가 왠지 어렵습니다;;
1) 당신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을 알려 주세요.
첫번째 질문부터 너무 어렵더라니, 생각해보면, 나는 책을 읽으면서 음식이 땡긴 기억이 없다.
대단히 유명한 음식소설이나, 음식만화들도 많이 봤지만, 음식이 땡기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식욕이 없는 인간이라거나 한건 아니다. 그 반대에 가깝다. 다만, <사이드웨이즈> 나에게는 아래 세버전의 사이드웨이즈가 있다. 디비디와 각본, 그리고 소설. (각본과 소설의 결말은 다르다.) 이 책을 읽을때는 영화 장면이 떠올라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와인이 많이 마시고 싶다.
그 외에 지금 읽고 있는 <오렌지 다섯조각>이나 <나의 프로방스>, <맛> 과 같은 책을 떠올려 봤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 입에 침을 고이게 하는 것은 음식보다는 멋있는 남자이다.






2) 책 속에서 만난, 최고의 술친구가 되어줄 것 같은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평화롭게 술과 정치와 우정을 즐기고 싶을 때 : 아베노 세이메이 (미나모토노 히로마사의 덤도 좋다.)
"아베노 세이메이는 툇마루에 앉아, 등을 기둥에 기대고 있다. 구부린 왼쪽 무릎을 옆으로 기울이고, 오른쪽 무릎을 세워 그 오른쪽 무릎 위에 오른쪽 팔꿈치를 얹고, 오른손 위에 오른쪽 뺨을 괴고 있다. 약간 고개가 기울어져 있지만 그 기울어진 목이나 머리에 뭐라 말할 수 없는 색향이 떠도는 것 같았다. 가느다란 오른손 손가락에 옥으로 된 술잔을 들고, 안에 든 술을 가끔 입에 머금는다. 술을 머금기 전에도, 머금을 때도, 그리고 머금은 후에도 붉은 입술이 항상 희미한 웃음을 띠고 있다. "






왁자지껄 부어라, 마셔라 하고 싶을 때 : 노다메 (치아키와 등등등도 웰컴)



술과 술자리를 즐길때 : 네로 울프 ( 아치도 물론 함께 하면 좋겠다)
미식가인 네로 울프의 독설과 음식, 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술을 마시는 티켓을 판다면, 난 달라빚을 내서라도 사겠다!


3) 읽는 동안 당신을 가장 울화통 터지게 했던 주인공은 누구인가요?

키티 : 딱히 울화통이 터지는 것까지는 아니였지만,
자기 중심 없이 팔랑대는 여주인공 별로였다.
나는 월터 페인에 대단한 연민을 가지고 봤으므로 더욱 더.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일 수 있지만,
그렇기에 더 짜증이 난지도 모르겠다.

호프밀러, 에디트, 케케스팔바 : 죄다 울화통
게다가 츠바이크는 그 울화통들을 너무나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딸의 사랑에 목을 매는 케케스팔바,
자신감이라고는 코딱지만큼도 없이, 호프밀러의 사랑에 목을 매는 에디트,
케케스팔바와 에디트 사이에서 우유부단의 왕과도 같은 호프밀러
4) 표지를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표지는 책의 얼굴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표지/최악의 표지는 어떤 책이었는지 알려 주세요.
좋았던 표지 :
루팡은 싫지만, 루팡전집은 좋다. 캔디 컬러의 책들은 벗겨 놓았을 때 더 이쁘다.

나빴던 표지 :
보르헤스.. 오, 제발! 이제, 정말 보르헤스 개정판 나올때 되지 않았나요?! 정말요?!





5) 책에 등장하는 것들 중 가장 가지고 싶었던 물건은?
테메레르..도라에몽도 하는데, 테메레르는.. 안될까요?




6) 헌책방이나 도서관의 책에서 발견한, 전에 읽은 사람이 남긴 메모나 흔적 중 인상적이었던 것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없다. 한때 아래의 책이나 아래의 영화를 보고, 도서관의 책들과 대출표들을 유심히 보곤 했으나, 아무것도 건진 것은 없다. 쳇


7) 좋아하는 책이 영화화되는 것은 기쁘면서도 섭섭할 때가 있습니다. 영화화하지 않고 나만의 세계로 남겨둘 수 있었으면 하는 책이 있나요?
메데이아

이미지와 여백이 많은 책은 영화나 기타 시각적인 장르로도 궁금하지만,
서술 그 자체가 강력한 책은 가슴속에만 남겨두고 싶다.
<메데이아>는 분명 단순하고 강렬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좋은 그림으로 만들 수 있겠지만,
크리스타 볼프의 <메데이아>의 차곡차곡 쌓이는 서술은 그냥 글자로만 담고 싶다.
8) 10년이 지난 뒤 다시 보아도 반가운, 당신의 친구같은 책을 가르쳐 주세요.
헤르만 헤세의 책들.
아주 어렸을때, 조금 어렸을때, 조금 컸을때, 나이 들어서 읽는 유일한 책이 헤르만 헤세의 책들이다.
다시 보면 반갑고, 책은 그대로일테지만, 내가 변한 것을 볼 때 흥미롭고, 그렇다.







9) 나는 이 캐릭터에게 인생을 배웠다! 인생의 스승으로 여기고 싶은 인물이 등장하는 책이 있었나요?
조르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조르바가 별로 인생의 스승같은거 되고 싶어하지 않을 것 같다. 후후

10) 여러 모로 고단한 현실을 벗어나 가서 살고픈, 혹은 별장을 짓고픈 당신의 낙원을 발견하신 적이 있나요?
몽디옹- Mondion
우리가 2년 전에 구입한 이 집은 멋진 집, 매력적인 집이다. 우리 집은 한때 디오니소스 사당이 있었다가 지금은 생마르텡 성당이 들어 선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자리를 잡고 있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둔 성당의 역사가 1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우리는 이 집도 그 즈음에 지었다가 4-5세기가 지나 증축했을 거라고 믿는다. 옆에 딸린 헛간은 1800년대 초에 허물어졌다. 지난봄에 벽을 다시 세웠고, 지금은 거기에 서재가 들어섰다. 두 건물이 광장 같은 열린 공간을 만들어내고, 비스듬히 잘려나간 끝에는 각각 비둘기탑이 서 있다. 그 너머에 마당이 있고, 공동묘지였던 자리에 나무를 심어 만든 작은 과수원이 있다. 그러니까 여름이면 주렁주렁 열릴 자두, 체리, 무화과와 호두는 오래전에 묻힌 뼈를 자양분으로 삼아 자랐따는 얘기가 된다. 이 집을 처음 본 건 2000년 가을이었는데, 자꾸만 꿈에 나왔다. 어쩌면 그때까지 10년 동안 내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을 가져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집을 빌려 생활했고 어디든 우리가 사는 곳이 집이라고 믿었지만 이제는 여기가, 믿을 수 없게도, 우리 집이다.

망구엘 아저씨의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사진은 'Mondion'이다.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독서일기>에 나오는 위의 구절이 몽디옹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전의 캐나다의 집을 이야기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캐나다의 집 같긴 하지만, 내 마음대로 프랑스의 작은 마을이라고 생각해버린다. 프랑스의 작은 마을 몇세기의 역사를 걸쳐 입은 집.에 살다가 죽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이 태어나는 곳을 정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자신이 죽을 곳은 정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