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 폐허를 걸으며 위안을 얻다
제프 다이어 지음, 김현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지금은 말할 가치도 없는 이유들 때문에, 나는 내가 거의 포기하고 있던 어떤 책을 쓸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디트로이트에 가서 사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그 책을  구상한 곳은 로마였다. 고대 유적지의 폐허에 대한 글이 될 참이었는데, 그 사이에 나 자신이 그만 폐허가 되고 말았다. 


이 책의 제목인 '꼼짝도 하기 싫은 요가' ( 원제이기도 하다. Yoga for people who can't be bothered to do it) 도 적절치 않은 것 같고, 이 책이 여행에세이에 분류되는 것도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초반의 대부분은 이 저자와 저자가 하는 이야기가 맘에 안 들었고, 중반의 중반까지도 계속 맘에 안 들었다. 결국, 책의 반 동안은 계속 투덜거리고 눈쌀 찌푸리며 읽은셈이다. 저자의 이야기에 감정이입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하지만, 한 번 걸려들고 나면 틀림없이 허우적거리게 된다.처음부터 돌아가 다시 읽던, 그대로 덮어두고 잠시 잊고 지내던, 이 여운은 오래갈 것 같다. 


대부분의 여행에세이가 여행지를 다루고 있다면, 이 책은 여행을 하는 저자의 내면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행하는 내면. 여행을 가는 것은 여행지에서의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기도 하다. 집이 아닌 새로운 곳을 적극적으로 여행하며 그 장소만 보고 온다면, 그건 알맹이가 빠진 여행일 것이다. 


장소는 계속 바뀐다. 로마였다가, 베트남이었다가, 캄보디아였다가, 인도네시아였다가, 암스테르담이었다가, 디트로이트이기도 하고, 파리이기도 하다. 흔히 하는 관광지 이야기는 거의 없고, 그 장소에서의 불편함과 약을 하고, 여자를 만나는 이야기만 온통이다. 


제멋대로에 세상만사 포기한 사람 같이 구는데,( 나이트클럽과 약 이야기만 하고, 여자 생각만 하는데) 아는 것은 많고 (지식인이고,작가이고), 40대이다. 어쩌면 40대라는 나이도 중요할지 모르겠다. 인생이라는 여행을 그만큼 온 것이다. 이제 폐허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늦여름이다. 저자는 자신의 약쟁이 생활도 (마리화나이거나 좀 더 심한 스컹크를 하는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이제 말기라고 생각한다. 지겨워졌거나, 몸 때문에라도 멈춰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가을보다는 늦여름이 어울리는 것 같다. 여름을 날때는 덥고 싫고, 덥고 좋지만, 새로운 계절이 다가온다고 생각하면, 그러니깐, 새로운 계절을 부르거나 마다할 수 없어 순응할 수 밖에 없는 거긴 하지만, 기대도 되고, 새삼 지나온 여름이 아쉽고 그런 기분인거 아닐가. 


그러니 40대를 나는 늦여름이라고 하겠다. 

40대는 불혹이 아니라고 다들 이야기한다. 여전히 흔들린다고. 미혹된다고. 죽을때까지 계속 그럴 것 같다고. 

아마도, 흔들리고,미혹되지만, 무뎌지고, 순응하며 받아들이는 거겠지. 


그것이 이 작가의 마음이 폐허가 되었던간에, 밖에서 내리는 비가 안에서도 내리던간에 그것이 질풍노도의 '방황'으로는 생각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 어렸을때 읽었으면 싫어했을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봄에 읽기에 늦여름은 머리로는 알아도 몸과 마음으로 이해하기는 힘들테니깐. 


별 이야기도 아닌데, 뒤적뒤적 다시 읽어도 계속 읽힐 것 같은 책이다. 밖으로의 여행이 아니라 안으로의 여행이기 때문일까? 이 책의 분위기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저자가 좋아하는 오든의 시들이 아닌가 싶다. 


오든의 시가 읽고 싶어졌고, 지금 익숙한 곳의 익숙한 내가 아니라 새로운 장소에서의 새로운 나를 여행하고 싶다. 그 곳이 어느 다른 나라가 아니라도, 침대에 누워서도 충분히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꼼짝도 하지 않고 요가도 하는데, 꼼짝도 하지 않고 여행은 못할쏘냐. 


읽기나 쓰기는 물론 집중력을 요구하는 그 어떤 일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끊임없이 이런저런 일에 정신이 팔렸다. 온갖 것들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밀려들었고, 덕분에 그 어디에도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만족스럽지 않았고 아무것도 확실히 내 마음을 잡아주지 못했다. 밖에 있으면 실내로 들어가고 싶었고 실내에 있을 때는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가장 심할 때는 일단 좀 앉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가, 자리에 앉자마자 일어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고, 그래서 일어난 다음에는 다시 앉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렇게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인생을 허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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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은 책들이다. 대부분 올해 나온 책들이긴 할텐데,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 수 있고. 

리뷰도 페이퍼도 게을렀다. 내년에는 리뷰 꼭 남기는 걸 목표로 적어둔다. 


책이 안 읽힐 때가 더 많았지만, 잘 읽힐 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니, 좋았던 책들 몇 권 골라 두어 본다. 

3권씩 고른 리스트를 따라해보면, 이렇게 3 권. 


 
















'헤밍웨이 위조사건'은 정말 반전( 이야기가 반전이라기보다 이야기의 진행이 반전을 거듭한다) 평행우주 이야기를 딱히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이 노벨라에 압축된 '헤밍웨이' 이야기가 정말 압도적이어서, 읽는 내내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다. 헤밍웨이를 위조하는 사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는 것도 정말 엄청난 세계관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더해 '문학의 힘' , '글의 힘'까지 느끼게 해 주는 스토리다보니, 별로 고민없이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다. 고민거리를 남겨준 책이기도 하고. 연말의 이런저런 리스트들에서 이 책의 진가를 알아봐준 것 같아서 ( 피케티 지분도 없지 않다고 하더라도;) 괜히 뿌듯하다. 부패하는 효소로 빵을 만드는 이가 돈도, 경제도 부패해야 한다. (corruption 아님) 는 주장이 정말 생활밀착형으로 와닿았다고 할까. 가장 긍정 가능한 희망적인 미래를 제안하는 글이기도 하다. 모든 열심히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소상공인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고 싶은 책이기도 했다. 


'라이프스타일을 팔다' 는 츠타야의 창시자, 다이칸야마 프로젝트를 만들어낸 마스다 무네아키의 이야기인데, 이노우에 히데야키( 아오야마 플라워, 파크 코퍼레이션의 창업자) 도 비슷한 논문 쓰고 있는데, 이것도 더 보충해서 책으로 나오면 좋겠다. 시간이 좀 지난 글이긴 한데, 일본이 워낙 문화적으로 앞서가다 보니, 지금 여기서 읽기에도 여전히 앞서가는 느낌이다. 문화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먹고사니즘이 먼저 해결되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아주 많은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었다. 


 














'여자 없는 남자들' 을 읽으면서 뭔가 지금 하루키를 읽는 것이 되게 옳게 느껴졌다. 하루키와 함께 나이들어가고 있다는 걸 물씬 느끼게 된 상실의 이야기 


토마스 쿡은 엄청난 문장을 쓰는 작가다. 그리스 비극과도 같은 이야기를 토마스 쿡 특유의 세련되고 서정적인 문장으로 풀어내고 있다. 토마스 쿡의 글을 읽을 때는 신성함 비스무리한 걸 느낄 정도의 기분에 빠져들고 만다. 


나쓰메 소세키 '풀베개' 현암사의 소세키 전집은 그야말로 최고, 최고, 최고지만, 그 중에 '풀베개'를 넣은 것은 계절 소설이 생겼기 때문이다. 봄에는 '벚꽃엔딩'을 듣고, 겨울에는 '설국'을 읽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라면, 여름에는 이 책이 생각날 것 같다. '돌베개'를 굳이 넣긴 했지만, 올해 만난 소세키의 어떤 책이 들어가도 상관없을만큼 나는 나쓰메 소세키에 만족한다. 


존 스칼지의 '신 엔진' 역시 노벨라인데, 정말 엄청 엄청난 비주얼을 내 머릿속에 그려준 작품이다. 존 스칼지는 워낙 애정하는 작가이고, 이작가의 모든 책을 다 좋아하는데, 이치의 책은 '신 엔진' 과 그 외.로 분류해도 될 정도로  이 책은 존 스칼지의 책들 중 이질적인 느낌이 강한 책이다. 이 책에서 그려준 그 그림은 정말 강력하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보틀넥'은 평행우주 이야기이다. 그러고보니 며칠전에도 평행우주 이야기 읽었는데, 뭐였더라. 음.... 아, 여튼, '보틀넥'이 전하는 주제는 엄청 암울하다. 그것이 사춘기 소년의 고민이라도 그건 더 어린 아이의 고민이기도, 청년의 고민이기도, 어른과 노년의 고민이기도 한 그런 고민이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글발에 이런 주제가 더해진다면, 기억에 남지 않을 수가 없다. 


소네 게이스키의 '열대야'는 단편 3개로 이루어진 짧은 책인데,세가지 이야기가 다 조금씩 전형성을 빗겨나고 있다. 전형적인 이야기이지만, 그게 조금씩 어긋나 있고, 주제는 세가지 다 엄청 섬뜩한 이야기. 아주 그냥 이야기를 가지고 노는 느낌이랄까. 마구 휘둘리며 읽어내고 나면 멍. 하다. 


길리언 플린' 몸을 긋는 소녀' 는 '나를 찾아줘'  작가의 데뷔작. 별 기대 없이 읽었는데, '나를 찾아줘'보다 더 엽기적이고, 한계를 시험하는 작품이다. 작가의 재능이 콸콸 넘쳐 줄줄 흘러내린다. 이건 이작가의 데뷔작에서만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나를 찾아줘'만 해도 굉장히 다듬어지고 세련되어졌으니 말이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풋풋한 강력함이 제대로 느껴진 책. 


존 스칼지 '레드셔츠' .. 존스칼지 책은 뭐 나오기만 하면 연간 베스트인가요? 아, 꼭 그런건 아닌데, 올해는 그렇네요. '신엔진' 에 비해 '레드 셔츠'는 시트콤 같이 통통 튀는 이야기이다. SF 드라마 주인공, 아니, 조연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로 그들의 좌충우돌이 시트콤 느낌. 근데, 그 주제는 그렇게  통통 튀지 않는다. '단역들의 반란'에 그치지 않고,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라는 이야기의 현대우화.




11권 골랐다. 


지금 읽고 있는 책도 사실 올해의 책인데, 이건 두번 읽고, 세번 읽고, 2015년에 올해의 책으로 적어야지. 


2015년에는 책도 더 부지런히 읽고,읽은 책들, 쌓여 있는 책들 정리하고, 내 인생의 책 100권이건, 300권이건, 500권이건 모아보는 작업을 시작해 볼 계획이다. 


제 서재 찾아주시는책 좋아하는 여러분, 올 한 해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Happy Book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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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4-12-31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하이드 2015-01-02 14:18   좋아요 1 | URL
^^ )♡ 올 한해 감사합니다, 하양물감님~

2014-12-31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5-01-02 14:17   좋아요 0 | URL
꽃으로 마감하고, 꽃으로 시작하는 한 해 되겠네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또 한 해를 보냈네요. 2015년은 (좋은!)기억에 남을만한 한 해로 만들어보겠습니다.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되길 바랍니다!

비밀을품어요 2014-12-31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쉬지 않고 포스팅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늘 지름신을 불러일으키는 하이드님, 올 한 해 수고 많으셨어요~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하이드 2015-01-02 14: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뭔가 유익한 글들을 많이 올려야 하는 마음은 많은데 ^^: 올 한 해도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버니님도 마음과 몸 건항한 한 해 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무해한모리군 2015-01-02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년 읽은 책중 헤밍웨이 위조사건, 시골빵집, 여자없는남자들은 아주 좋았던 작품으로 꼽고 싶습니다.

꼽아주신 작품중 토마스 쿡과 존 스칼지의 작품은 읽어보지 않았는데 장바구니에 담아봅니다. (노란색 머그컵이 품절이라 주문은 다음주에 하기로 ^^)

마음의 힘이 센 하이드님께 올해도 기운 받고 갑니다 으샤!

하이드 2015-01-02 14:15   좋아요 0 | URL
아, `레드셔츠`는 추천합니다만, `신엔진`은 진짜 추천하기 어려운 작품이긴 합니다. ^^; 제가 추천 안 했어요! ㅎㅎ

토마스 쿡 책은 끝내줘요. 이야기가 좀 약한가 싶다가도 문장이 워낙 훌륭해요.

마음의 힘이 세다니.. 정초부터 정말 좋은 덕담 받습니다. 좋은 기운 퍼트릴 수 있도록 마음의 힘 기르도록 하겠습니다!
 
노조키메 스토리콜렉터 26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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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책은 이제 믿고 볼 수 있는 호러 미스터리로 자리 잡았다 


호러와 미스터리가 가장 잘 범벅되어 있는 작가는 기시 유스케라고 생각하지만, 미쓰다 신조는 민속학적 접근으로 좀 더 괴담,기담에 가깝다. 노조키메는 그런 민속학적 특성이 잘 드러난 초중반부와 후반부의 추리가 끊임 없이 재미있다. 저자가 민속학자의 괴이담 책을 읽는 구성과 현대와 과거, 책 속을 왔다 갔다 하는 액자식 구성이다.  '옛날에 노조키메라는 무서운 아이가 있었는데..' 라는 단순한 옛날 이야기식 구성이 아니어서 더욱 집중하며 독서할 수 있다. 플롯도 이야기도 훌륭하고, 덜덜 떠는 화자 캐릭터도 충분히 몰입된다. 


'괴담과 기담을 원하는 단계에서, 그 사람은 책임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희구하며 일부러 귀를 기울이거나 눈으로 보거나 함으로써, 그 사람은 스스로 괴이한 존재를 부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괴이 현상에 대한 책임이 본인에게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나도 배려는 하지 않는다. 그런 행위야말로 그 사람에 대한 실례일 것이다.' 


라던가 


'혹시 만에 하나라도 이 책을 읽는 중에,

평소에는 느끼지 않을 시선을 빈번하게 느끼게 되었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말도 안 되는 장소에서 누가 엿보고 있다. 그런 기분이 들어서 견딜 수 없다. 

이런 감각에 사로잡힌 경우에는 일단 거기서 이 책을 덮기를 권합니다. 

대부분이 단순한 기분 탓이겠지만, 만일을 위해서입니다. 


' 말도 안 되는 장소란 예를 들자면 책장과 가구 사이의 틈, 조금 벌어진 문의 그늘, 식기 선반이나 냉장고 등과 벽 사이의 틈, 복도의 구석, 책상이나 코타츠나 침대 아래, 목욕탕이나 화장실의 환기팬 속, 커튼 뒤편, 방 안의 사각, 천장의 네 모서리, 모든 창문의 밖... 어쨌든 아무도 없을, 또한 어린아이라도 절대 들어갈 수 없을 만한 곳이다.'    


무섭게 읽으려고하면, 무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호러 부분 뿐만 아니라 추리 부분이 특히 맘에 들었다. 


산에 있는 나무들 중 유난히 모습이 다르게 생긴 나무가 하나 있다면, 그 나무는 베거나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 나무를 해하는 경우에 '노조키네'가 달라붙게 되어 끊임없이 시선을 느끼게 되고, 결국 미쳐버린다. 는 이야기. 그런데, 이 노조키네에서 나온 '노조키메' 의 존재가 언급되어 있는 민속학자의 노트를 얻게 된 화자, 미쓰다 신조의 이야기가 나오고, 민속학자인 아이자와의 대학시절 경험을 적은 노트에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자신과 유일하게 어울리는 비슷한 성격의 소이치라는 친구의 마을에 방문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담에도 이론이 있다. 고 그 이론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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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누군가 고민할 때, 나는 무조건 해보라고 권하는 편이다. 외부의 사건이 이끄는 삶보다는 자신의 내면이 이끄는 삶이 훨씬 더 행복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심리적 변화의 곡선을 지나온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성장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면, 상처도 없겠지만 성장도 없다. 하지만 뭔가 하게 되면 나는 어떤 식으로든 성장한다. 심지어 시도했으나 무엇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조차도 성장한다. 그러니 일단 써보자 다리가 불탈 때까지는 써보자. 그러고 나서 계속 쓸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자. 마찬가지로 어떤 일이 하고 싶다면, 일단 해보자. 해보고 나면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달라져 있을 테니까. 결과가 아니라 그 변화에 집중하는 것, 여기에 핵심이 있다.

 









할까 말까 할 때는 해라. 까지는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김연수가 그 근거로 든 것은 말까 했던 사람들의 마음까지 돌릴만큼 그럴듯하게 와닿는다. 


할까 말까 할 때 왜 '해야' 하냐면, 


외부의 사건이 이끄는 삶보다 자신의 내면이 이끄는 삶이 더행복하기 때문.

심리적 경험이 어떤식으로든 인간을 성장시키기 때문.


나는 꽤 오래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 여겨 왔다. 지금도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과정'도 중요하고, 때로는 그'과정'에도, '과정'에 더 의미 있을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다.

'결과' 만큼이나 '과정' 도 나 자신을 변화시켜줄테니깐, ' 그 변화에 집중하는 것, 여기에 핵심이 있다.' 고 김연수가 말하는 것처럼. 


과거의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씨알도 안 먹히겠지. 이런게 나이 드는건가? 유 후~ 


그래서 김연수는 '일단 소설을 써보자' 라고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는데, 


나는 '일단 걸어보자' 고 이어가려 한다. 


지난 봄 제주에  내려갔을 때, 아빠의 새로 산 스마트폰에 '눔워크'를 깔아주고 왔다.  만보기앱인데, 핸드폰의 전원이 들어와 있는한 제법 정확하게 카운트 되고, 기능도 만보기와 히스토리로 간단하다. GPS로 걸음 속도부터 칼로리 소모, 이동 경로, 시간 등등 멋들어지게 나오는 앱도 써 봤지만, 일단 기능이 많다보니 무겁기도 하고, 잘 안 쓰게 되서 배터리 소모가 거의 없는 눔워크가 내게는 맞다. 여튼, 아빠는 근래 들어 열심히 쓰기 시작했는지, 전화 통화 할 때면 매일 만 보 넘는게 목표라며 어디 어디 걸었다 말했다. 


만보가 말이 만보지, 일상에서는 '만보 걸어야지' 맘 먹지 않는 이상 걸어내기 힘든 거리다. 작년 12월에 시작했는데, 만 보 넘는 날이 그리 많지 않다. 가장 많이 걸은 날이 17,185걸음일 뿐이고, 가장 최근에 만 보 넘었던 날이 지난 11월 18일 10,304걸음. 그 전이 10월 22일 10,125걸음,그 전이 9월 20일 14,063 걸음인걸 보니 한 달에 한 번 정도인가보다. 

아니네, 9월, 8월, 7월 ... 그리고 가게 할 때는 그래도 제일 바쁠때 한 달에 3-4번은 만보 넘긴 했었네. 

 

여튼, 만보 걷기가 쉽지 않다고. 일상에서 일하면서(걷는게 일이 아닌 이상) 만보 채우려면, 꽃일 하는 나에게는 진짜 뒤지게 힘든 날인거고, 다른 이들에게도 걷는게 일이 아닌 이상, 만보를 걷는 건 맘 먹고 '걷기'를 하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은 일이리라. 그래서, 아빠가 매일 만보 걷는게 목표고 계속 지키고 있다고 했을 때, 오, 열심히 걸으시는 군. 했었는데, 오늘 아빠 블로그 보다 보니, 아빠의 목표는 백일 동안 백만보라고 한다. 며칠 전의 글이긴 하지만,그때까지 사십만보 정도 걸었다고. 


만보도 적지 않다는 걸 내가 일년 내내 걸어봐서 아는데, 그 만보를 백일동안 하니깐 백만보가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글로 읽으니,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해보려고. 백일동안 백만보 걷기. 


맥모닝 먹고, 작업실 가서 계산서 정리해서 꽃시장 갔다가 반디앤루니스 들러 오면 오늘 하루 잘 보냈다 싶을 것 같은데.. 

택배가 다 잘 도착해서 오늘 여덟분의 집,혹은 사무실 어딘가에서 꽃이 예쁘게, 화사하게, 싱싱하게, 환하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는데.. 


이런게 좋다, 이런건 이랬으면 좋겠다,이건 왜 이런거냐, 기탄없이 말씀해주셔야 다음에 더 잘할 수 있으니, 모든 피드백 대환영.. 


... 아...당분간은 무슨 이야기를 하든지간에 기승전꽃구독일 것 같은 예감. 

이번에 신청해주신 아홉분, 제가 매일같이, 다음에는 뭘 같이, 뭘 어떻게 보내드릴까 24시간 생각해요.  

주소 찾아 적는 것 정도로도 진 빠져버린  첫번째 배송이었지만 ^^; 작업실 식구들이 다 예쁘다. 했고,다  잘 도착했음 좋겠다 기원해줬는데, 이럴때는 항상 주문 '꽃들아, 힘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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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an 2014-12-30 0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흔히 주사를 막상 맞고 나면 그전에 왜 그렇게 무서워했나.... 어리둥절하기도 하지요. 할까 말까 할 때가 많은 저로선 스스로를 설득 할 좋은 구절이네요. 이른 아침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하이드 2014-12-30 18:51   좋아요 0 | URL
정말 오랜만에 김연수의 글이 와닿았어요. 한살 더 먹으려고 그러나봐요. ^^

무해한모리군 2014-12-30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우체국 아저씨에게 전화를 받았어요. 오면 책상좀 치우고 포스팅 할게요~

무해한모리군 2014-12-30 11:29   좋아요 0 | URL
무사히 도착했어요. 예뻐요 ^^

하이드 2014-12-30 18:50   좋아요 0 | URL
이제부터 새해의 꽃박스를 준비하겠어요! ^0^

bookmad 2014-12-30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일동안 백만보 걷기. 묵직하면서도 짜릿하네요. 저는 100일동안 108배로 just do it 하려고해요~~^^ 하이드 님 화이팅!^^

하이드 2014-12-30 18:50   좋아요 0 | URL
그렇죠? 백만이라니. ^^ 3월 정도 끝날 백만보. 작심삼일 아닌 작심석달이었으면 좋겠네요.

코코 2014-12-30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아침에 출근해보니 벌써 택배가 도착해 있었어요. 정성스럽게 포장해주셔서 꽃도 무사히 도착했구요, 물에 넣으니 꽃이 점점 살아나고 향기도 나요 ^^ 책상 한켠에 꽃이 있으니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도 어디 멋진 카페에서 쉬엄쉬엄 일하는 기분이 드네요 ㅎㅎ 제가 꽃 이름은 잘 모르지만 빨갛고 노란 색 조합이 근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하이드 2014-12-30 10:58   좋아요 0 | URL
꽃 잘 도착했군요! 아`, 저 조마조마 ㅡㅜ 꽃이름 어제 올린글에 있어요. 다음번에는 같이 나갈께요. ^^ 향기나는건 , 작은 노란 난꽃, 향천이에요. 맞아요, 물에 넣으면, 점점 생기를 찾아요! ^-^

2014-12-30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4-12-30 16:11   좋아요 0 | URL
꽃들이 잘들 도착했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 오렌지컬러는 입맛을 돋구는 색깔이에요. 화사한 연말 되시기 바랍니다~ 다음 주에도, 그 다음 주에도 더 예쁜 꽃 보내드릴께요!

heima 2014-12-30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방금 받았어요!
우체국 택배기사님의 동선 상 저희 집이 뒤에 있다는게 이렇게 안타깝다니.. 하면서 종일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네요-
꽃들이 먼길 오느라 조금 지쳐보여서 줄기 다듬어 물에 슝 넣어뒀어요. 너무 예쁘네요.
꽃택배를 받아본 적 없지만, 키친타올에 오아시스에 열심히 포장된 꽃을 보니 하이드님의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답니다 ^^;
한주동안 감사히 잘 즐길게요! 다음주 예쁜꽃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하이드 2015-01-02 14:22   좋아요 0 | URL
우체국 택배가 좋긴 좋아요. 택배 배송 완료 될때마다 문자 오더라구요. 마지막 배송 문자가 안 와서 계속 핸드폰 보고 있었네요 ^^: 먼길 간 꽃 물에 숑 넣어 기운내는 모습이 상상됩니다.

첫번째 배송이 그럭저럭 잘 나가서 두번째부터는 좀 더 자신감 가지고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주도 기대하세요!!
 
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의외로 소설작법에 대한 이야기. 가볍게 이야기하는듯 하지만, 흘려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 소설가가 되는 이야기로 모두의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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