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누군가
고민할 때, 나는 무조건 해보라고 권하는 편이다. 외부의
사건이 이끄는 삶보다는 자신의 내면이 이끄는 삶이 훨씬 더 행복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심리적 변화의
곡선을 지나온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성장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면, 상처도 없겠지만 성장도 없다. 하지만 뭔가 하게 되면 나는 어떤
식으로든 성장한다. 심지어 시도했으나 무엇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조차도 성장한다. 그러니 일단 써보자 다리가 불탈 때까지는 써보자. 그러고 나서 계속
쓸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자. 마찬가지로 어떤 일이 하고 싶다면, 일단 해보자. 해보고 나면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달라져 있을 테니까. 결과가
아니라 그 변화에 집중하는 것, 여기에 핵심이 있다.
할까 말까 할 때는 해라. 까지는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김연수가 그 근거로 든 것은 말까 했던 사람들의 마음까지 돌릴만큼 그럴듯하게 와닿는다.
할까 말까 할 때 왜 '해야' 하냐면,
외부의 사건이 이끄는 삶보다 자신의 내면이 이끄는 삶이 더행복하기 때문.
심리적 경험이 어떤식으로든 인간을 성장시키기 때문.
나는 꽤 오래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 여겨 왔다. 지금도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과정'도 중요하고, 때로는 그'과정'에도, '과정'에 더 의미 있을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다.
'결과' 만큼이나 '과정' 도 나 자신을 변화시켜줄테니깐, ' 그 변화에 집중하는 것, 여기에 핵심이 있다.' 고 김연수가 말하는 것처럼.
과거의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씨알도 안 먹히겠지. 이런게 나이 드는건가? 유 후~
그래서 김연수는 '일단 소설을 써보자' 라고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는데,
나는 '일단 걸어보자' 고 이어가려 한다.
지난 봄 제주에 내려갔을 때, 아빠의 새로 산 스마트폰에 '눔워크'를 깔아주고 왔다. 만보기앱인데, 핸드폰의 전원이 들어와 있는한 제법 정확하게 카운트 되고, 기능도 만보기와 히스토리로 간단하다. GPS로 걸음 속도부터 칼로리 소모, 이동 경로, 시간 등등 멋들어지게 나오는 앱도 써 봤지만, 일단 기능이 많다보니 무겁기도 하고, 잘 안 쓰게 되서 배터리 소모가 거의 없는 눔워크가 내게는 맞다. 여튼, 아빠는 근래 들어 열심히 쓰기 시작했는지, 전화 통화 할 때면 매일 만 보 넘는게 목표라며 어디 어디 걸었다 말했다.
만보가 말이 만보지, 일상에서는 '만보 걸어야지' 맘 먹지 않는 이상 걸어내기 힘든 거리다. 작년 12월에 시작했는데, 만 보 넘는 날이 그리 많지 않다. 가장 많이 걸은 날이 17,185걸음일 뿐이고, 가장 최근에 만 보 넘었던 날이 지난 11월 18일 10,304걸음. 그 전이 10월 22일 10,125걸음,그 전이 9월 20일 14,063 걸음인걸 보니 한 달에 한 번 정도인가보다.
아니네, 9월, 8월, 7월 ... 그리고 가게 할 때는 그래도 제일 바쁠때 한 달에 3-4번은 만보 넘긴 했었네.
여튼, 만보 걷기가 쉽지 않다고. 일상에서 일하면서(걷는게 일이 아닌 이상) 만보 채우려면, 꽃일 하는 나에게는 진짜 뒤지게 힘든 날인거고, 다른 이들에게도 걷는게 일이 아닌 이상, 만보를 걷는 건 맘 먹고 '걷기'를 하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은 일이리라. 그래서, 아빠가 매일 만보 걷는게 목표고 계속 지키고 있다고 했을 때, 오, 열심히 걸으시는 군. 했었는데, 오늘 아빠 블로그 보다 보니, 아빠의 목표는 백일 동안 백만보라고 한다. 며칠 전의 글이긴 하지만,그때까지 사십만보 정도 걸었다고.
만보도 적지 않다는 걸 내가 일년 내내 걸어봐서 아는데, 그 만보를 백일동안 하니깐 백만보가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글로 읽으니,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해보려고. 백일동안 백만보 걷기.
맥모닝 먹고, 작업실 가서 계산서 정리해서 꽃시장 갔다가 반디앤루니스 들러 오면 오늘 하루 잘 보냈다 싶을 것 같은데..
택배가 다 잘 도착해서 오늘 여덟분의 집,혹은 사무실 어딘가에서 꽃이 예쁘게, 화사하게, 싱싱하게, 환하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는데..
이런게 좋다, 이런건 이랬으면 좋겠다,이건 왜 이런거냐, 기탄없이 말씀해주셔야 다음에 더 잘할 수 있으니, 모든 피드백 대환영..
... 아...당분간은 무슨 이야기를 하든지간에 기승전꽃구독일 것 같은 예감.
이번에 신청해주신 아홉분, 제가 매일같이, 다음에는 뭘 같이, 뭘 어떻게 보내드릴까 24시간 생각해요.
주소 찾아 적는 것 정도로도 진 빠져버린 첫번째 배송이었지만 ^^; 작업실 식구들이 다 예쁘다. 했고,다 잘 도착했음 좋겠다 기원해줬는데, 이럴때는 항상 주문 '꽃들아, 힘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