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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지는 마음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3
김멜라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11월
평점 :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밤에 잠이 안 오는 나에게 최근 읽었던 어떤 책보다 명확하게, 그 상태로도 괜찮다는 위로를 준 책이다. 이 책에 실려있는 여러 에세이 중 <교훈 듣기 딱 좋은 나이>는 이렇게 시작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헤매던 시절이 있었다. -p.100(이하 모두 이북 기준)
처음 읽을 때는 그저 공감하며, 나도 나도 이랬는데!!!의 감정으로 읽었다. 다시 읽어보니 모범적인 기승전결의 4단계를 따르고 있는 에세이라는 생각이 든다.
1. 작가의 화두: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전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에 대한 할아버지의 답변: "다 타고난 팔자대로 사는 거야."
2. 교훈에 거부감을 느꼈던 어린 날에서 시작하여, 결국 삶의 지침이 될 만한 구절을 찾기 위해 자서전과 평전을 탐독하는 어른이 된 작가. 그 탐색의 여정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정리된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대학 시절 읽었던 니체의 <반시대적 고찰>을 다시 보다가 나를 설명하는 듯한 구절을 발견했다.
'위대한 것을 이룰 능력이 없는 위대한 것의 애호가.'
그게 바로 나였다. -p.108
3. 할아버지의 생과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과학자 마리 퀴리의 전기를 경유하며 얻은 나름의 답변.
어떻게 살긴, 지금처럼 책 읽고 글 쓰며 사는 거지.-p.112
4.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를 이루게 된 현재의 삶과 파트너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고백하며 글이 마무리된다. [책 전반에 파트너 온점 님에 대한 애정이 가득 표현되어 있다. 작가(일반명사로서)는 동반자에게 사랑을 전달하기 위해 책 한 권을 써내려 갈 수도 있는 존재인 것이다! 새삼 감탄스럽고, 살짝 부럽기도..ㅎㅎ]
3번에서의 도약은, 역시 아름다움에서 그 동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 사람의 빛나는 이상이 그 삶을 글로 읽는 나의 마음과 태도까지 높아지게 했다.
-p.111
주로 책에서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나에게, 고민의 내용과 방식, 나름의 해답을 찾는 과정까지 모두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아르헤리치는 암이 재발해 병원으로 가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신을 웃기는 법을 알아? 인간이 계획이 있다고 말하는 거래."
하지만 어느 곳에서든 나는 임시로 그곳에 머물 뿐 그 일을 지속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 임시 거처에서도 나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잘 해내고 싶은 욕심에 무리해 일했고, 나중에는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졌다. 멀리 나가도 되돌아올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해 책을 읽었으나 책 속의 위인들은 내가 닮은 점을 찾아내기에는 지나치게 특별하거나 비범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대학 시절 읽었던 니체의 <반시대적 고찰>을 다시 보다가 나를 설명하는 듯한 구절을 발견했다. ‘위대한 것을 이룰 능력이 없는 위대한 것의 애호가.‘ 그게 바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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