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사는 남자
우타노 쇼고 지음, 김성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벚꽃 ..>에 이어 두번째로 읽는 우타노 쇼고의 작품이다. 에도가와 란포에 대한 오마주. 라고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가 주인공인 이야기. 사건 해결, 그의 성격, 취향, 작품 들이 곳곳에 나오니, 란포 매니아라면 (그런 것이 있다면 ?) 무척 좋아할 듯 하다. 앞에 '그런 것이 있다면' 이라고 괄호 안에 넣어둔 건 좀 불공평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란폰데 ..  

우리나라에서 란포가 얼마나 인기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본에서는 추리소설계에서 엄청난 위상을 지니고 있다. 번역된 작품들도 꽤 있고.. 일본 원서 전집을 다 모은 분도 봤다. 번역본을 몇 권 읽어본 나로서는 괴기스러운 분위기가 좋긴 하지만, 몇몇 단편들은 진짜 너무 끔찍해서, 책꽂이에 꽂아두면, 옆의 책이 떨 것 같아 읽고 나서 어디에 둬야할지 망설일 정도였다.  

이 소설은 그정도는 아니지만, '월애병'에 걸린 자살한 쌍둥이 여장 남자. 라는 주인공이 나오니만큼, 묘한 분위기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월애병은 .. 월요병하고는 상관없고 (... ) 달을 사랑하는 병. 이라고 할까? 달로 돌아가고 싶어(?) 우는 그런 병이라니 뭔가 루나틱하다. 그렇지.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유명한 추리소설가가 '백골귀'라는 연재본을 보고, 그 작품을 쓴 젊은 신인 작가를 만나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 테두리이고, '백골귀' 가 에도가와 란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책 안의 책이다. 책 안의 책일까?  

트릭은 .. 일단은 너무 뻔하다. 난 딱히 추리를 하면서 추리소설을 읽지는 않는 게으른 추리소설 독자인데, 이건 정말 너~어무 뻔하다. 이단은? 우타노 쇼고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첫번째 작품에서 '반전'으로 독자들의 뒤통수를 후려쳤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이 작품이 란포식으로 각색되었다고 해서 반전을 기대하지 말란 법 없다.  

이전처럼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아 얼척 없었던 반전, 반쯤은 화나고, 반쯤은 충격적이었던 그런 반전은 아니지만, 나름의 반전은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없다고도 할 수 있고.  

이야기는 짤막하고, 재미나다.
란포의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특히 더 재미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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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2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칼럼 매켄의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열심히 읽고 있는데, 단숨에 읽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고, 분량도 생각보다 꽤 많아서 아직도 읽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반 이상 읽었으니, 이 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썰을 좀 풀어볼까 한다.

반 이상 읽었는데, 계속 기대된다.  

 

 

 

첫 20페이지를 두근거리며 읽었다고 했는데, (그러니깐 '사세요' 가 아니라, 일단 '처음 한 열장만 읽어보시라니깐'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거다. 헤헤) 그 다음에는 약간 영문 모르게 아일랜드의 두 형제가 나온다.  

동생은 예수님 같은 사람이라고 얘기했는데, 아주 어릴때부터 막 아홉살 이 때부터 노숙자들과 어울리며, 고통 분담 차원에서 술도 마셔주고, 자신이 가진 걸 모두 내 주며 싹수를 보이더니, 뉴욕으로 건너가 빈민가에 살면서 문을 열어두고 흑인 창녀들이 그의 집을 화장실로 쓸 수 있게 해주고, 양로원에 봉사하고, 창녀들 뒤치닥거리하며 살고 있다.  

동생을 찾아 미국으로 건너간 형은 동생이 살고 있는 빈민 아파트를 이렇게 묘사한다. 형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   

   
 

광기와 탈출의 오랜 시간들. 빈민 아파트 단지는 절도와 바람의 희생자였다. 고층 건물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바람 덕분에 아파트 단지에는 그들만의 날씨가 만들어졌다. 비닐봉지들이 몰아치는 여름바람을 타고 날았다. 날아다니는 쓰레기들 아래로 아파트 마당에서 노인들이 앉아 도미노 놀이를 했다. 비닐봉지 소리는 라이플총 소리 같았다. 그 쓰레기를 한동안 바라보노라면 바람의 정확한 모양새를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바람은 주위의 다른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어떤 면에서는 매력적이었다. 한 덩어리로 기운차게 빠른 속도로 불어치는 소용돌이와 8자 바람, 용수철 모양 나선형과 소라 모양 나선형 바람들, 그리고 와인 병따개 모양의 바람, 때때로 비닐 조각은 파이프에 끼거나 철망 울타리 꼭대기에 닿았다가 경고라도 받은 것처럼 다시 볼품없이 물러났다. 그러다 손잡이가 서로 만나면 봉지는 떨어졌다. 비닐봉지가 걸릴 나뭇가지도 없었다. 이웃 아파트에서 남자아이 하나가 낚싯줄이 없는 낚싯대를 창밖으로 내밀었지만 봉지를 하나도 잡지 못했다. 비닐봉지들은 종종 한곳에 머물러 마치 이 회색 풍경 전체를 감상하듯 있다가 갑자기 아래로  떨어지며 공손하게 절을 하며 사라져버리곤 했다.  

 
   

 정말 우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빈민 아파트 앞의 바람 부는 스산한 풍광이 눈 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비닐봉지라는 장치, 바람의 모양, 그 배경 속의 노인들, 아파트 창문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 ..  

시간적 배경은 닉슨 대통령 시절, 무역센터 빌딩이 다 올라가고, 입주를 시작할랑말랑 하는 그 시점이다.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전쟁으로 아들을 잃은 상류층의 여자가 나온다. 그녀는 신문광고에서 그녀와 같은 처지의 여자들을 만나게 된다. 그녀들에게 상류층의 그녀가 사는 파크 애비뉴는 모노폴리 게임에서나 볼 법한 곳이다.  

글로리아 집에서의 모임을 마치고 나와 창가에서 손을 흔드는 글로리아를 바라본다.  

   
 

그들은 모두 함께 일어났다. 물론 글로리아는 제외하고. 글로리아는 11층 창가에서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무늬 있는 드레스의 가슴 높이께로 창문 창살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저 높은 곳의 글로리아는 너무나도 절망적이고 아름다워 보였다. 쓰레기 파업이 진행되던 중이었다. 쓰레기 옆엔 쥐들이 나와 있었다. 고가 아래 늘어선 창녀들, 눈발이 날리는데도 핫팬츠와 목 뒤로 끈을 묶는 티셔츠만 입고 있었다. 추위를 피하고 있다가 트럭들이 지나가면 트럭을 향해 달려갔다. 그들에게서 하얀 입김이 구름처럼 피어났다. 만화 대사를 쓰는 말풍선 모양. 그러나 끔찍했다. 클레어는 다시 위층으로 뛰어올라가 글로리아를 데리고 나오고 싶었다. 이 지독한 쓰레기 더미에서 그녀를 벗어나게 하고 싶었다.  

 
   


등장인물들의 내면과 풍경과 처지와 배경이 정말이지 손에 잡힐 것 같다. 글을 읽으며, 책 속으로 들어가 보고, 듣고, 느낀다. 
이야기는 두번째 이야기와 빈민층 아파트를 통해 연결되고, 첫번째 이야기와도 연결된다. 첫번째 이야기와 연결되는  장면은 정말 아름답다. 숨을 죽이고 다음 문장을 읽게 만든다.

그러니깐, 첫 20페이지의 그 장면은 절망과 슬픔이 가득한 도시, 무미건조한 일상에 매몰된 도시인들, 체념과 안타까움이 범벅된 그 도시의 그들에게 찬란한 빛, 존재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희망, 일탈.. 등을 보여주는 정말 ... '대단한' ... '역사상 최고의, 지상 최대의 예술적 범죄' 인 것인 건가. 싶다.  

세번째 이야기도 이 전의 이야기와 연결되고, 네번째 챕터인 '거대한 지구를 영원히 돌게 하자' 이 소설의 제목과도 같은 이 챕터에선 필립 프티의 이야기도 잠깐 나온다. 이쯤되면, 이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구원하러 이 세계에 납신 초자연적 존재같다.  

   
  몇 초 만에 그는 순수 그 자체가 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그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공기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을 누리며 그는 동시에 그의 몸의 안이었고 또 밖이었다. 미래도 과거도 없었기에 그는 자신의 줄타기에 즉각적인 자부심을 부여할 수 있었다. 그는 그의 삶을 한쪽 끝에서 다른 끝으로 가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각기 다른 사람들의 각각 다른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이전 이야기들을 물고 있는 구조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생각나는 보통으로 잘 쓴 연작 소설과는 아주 다른 느낌이다.  

아주 고급스러운 지그소 퍼즐을 아주 세련되게 맞추어 나가는 듯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끝나는 그 순간, 마지막 장을 덮는 그 순간, 어떻게 이 책을 느끼게 될지, 궁금해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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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07-01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너무도 많군요. 풀썩 ;;; 요즘 책장을 바라보면서 읽은 책보다 안 읽은 책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더 커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가끔 암담해지기도 하지만 ^^; 이렇게 멋진 책이 존재한다는 두근거림을 알려주는 하이드님의 페이퍼를 읽으면 책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가슴벅찬 일인지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어요.그래서, 감사하다구요. 하이드님. ^^

하이드 2010-07-01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요즘 <굿바이 쇼핑>처럼 1년간 책 안사기 해볼까 생각만 하고 있는데.. 안 될꺼에요. 그죠? ^^;

전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같은 책이 좋더라구요. 정말 잘 쓴 글, 첫줄부터 막줄까지 꽉 짜인 플롯,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 그 중에서도 이 책은 중간중간 숨을 멈추게 하는 그런 장면들이 나와요. 숨을 멈추고,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따라가게 되는 그런 장면들. 다 읽고 후 - 하고 숨을 내쉬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음미하게 만드는 그런 장면들이 있어요.

chika 2010-07-02 09:30   좋아요 0 | URL
하이드가 책을 안사기 해볼까 해요,는 일주일동안 굶어볼까 해요...라는 말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인거 아시죠? ㅎㅎ
 

첫문장, 아니고, 첫 20페이지다. 근 몇년간 읽은 중 '가장' 이란 최상급이 들어간 것에 의구심을 가질지도..
'지금까지 읽은 중 가장!' 이라고 하려다 참았다.

뉴욕 타임즈에서는 "지난 몇 해를 통틀어 우리를 열광시킨 최고의 소설" 이라고 했다.
프롤로그 격인 첫 20페이지를 정말 오래간만에 가슴 두근거리면서 읽어내고, 두번째 이야기 읽고 있는데, 이 소설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 정말 기대된다.  

다 읽고 나면, 나역시 뉴욕 타임즈 따라서 최고!최고! 불 뿜을 것인가? ^^

2009 아마존 선정 최고의 책 1위. 작년 내내 이 책의 추천을 닳도록 보다가 마무리까지 1위로 멋지게 장식한 작품이다.  

 

나는 틀림없이 이게 세계무역센터 사이에 줄 걸고 건넌 필립 프티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건'을 둘러싼 '인간군상'에 대한 이야기인듯 하다. 여튼, 읽는 중이기에, 마지막에 어떻게 마무리 될지 기대기대 

서점 갈 일 있으면, 앞에 20페이지라도 한 번 들쳐보길 권합니다.

아름답고 실감나는 문장을 쓰는 작가다. 근 몇년간 읽은 중 가장 박력 있고, 아름다운 첫 20페이지. 라고 했는데, 그 이후의 이야기들도 캐릭터들과 장면들을 눈에 보이듯 그려내는 대단히 탁월한, 그래서 읽는 즐거움이 있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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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6-30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온 와이어는 다큐멘타리로 있어요 꼭 찾아서 보시기 바래요~~

하이드 2010-06-30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때 이야기하셨던게 이 영화군요! 찾아 볼께요!!

Mephistopheles 2010-06-30 10:55   좋아요 0 | URL
아닌데..그때 말한건 뉴욕의 작가가족 이야기..

하이드 2010-06-30 10:58   좋아요 0 | URL
아 글쿠나;; 여튼, 다큐 영화도 많이도 챙겨 보시는 메피님 ^^

무해한모리군 2010-06-3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에 주문하러 들어왔다 이 글을 읽고야 말다니 ^^;;

moonnight 2010-06-30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래요? +_+; 하이드님의 추천이라면 바로 보관함 넣어야지요. 랄라~

stella.K 2010-06-30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대한 지구...>가 이 사람 이야기였군요.
근데 번역본 만해도 4권인데 똑같은 이야기를 제목만 달리해서 쓴 건가요?
아님 다 다른 건가요?

건조기후 2010-06-30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거 재밌겠어요. 하지만 전 이미 오늘 새벽에 주문을 해서.. 예의상ㅎㅎ 며칠 더 기다렸다 주문들어갑니다.
새벽에 주문하면서 보관함 숫자가 너무 징글징글해 확 추려냈는데.. 비우자마자 이 책 들어가네요.ㅎㅎㅎ

지나가다 2010-06-30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완전 제대로 뽐뿌(?)시네요. 이글을 본 이상 이책 안사고 버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번역본이 이리도 아름다우면 원문의 감동은 어느 정도일까요?
바로 지릅니다.
 
철서의 우리 下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교코쿠도 시리즈는 '망량의 상자>우부메의 여름>광골의 꿈' 이었다. 그리고 외전 격인 '백기도연대'는 말그대로 외전격이니 패스, '항설백물어'는 쿄고쿠 나츠히코의 작품이긴 하나 교코쿠도 시리즈는 아니고.  

'망량의 상자'가 2005년에 나왔으니... 이런 젠장! 도대체 몇 년만에 책을 내 주는 거임! 엄청엄청 오래 기다렸다. 그 기다림으로 사리가 나올 즈음에 전작들을 아우르는 좋은 작품이 나왔다. <망량의 상자>를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긴 했지만, 처음 교코쿠도를 만난 <우부메의 여름>이 임팩트가 가장 크다. <광골의 꿈>에서는 교코쿠도가 나오는둥 마는둥 해서 '이건 교코쿠도 시리즈가 아니야!' 짜증이 났고.. 이번 작품에선 <우부메의 여름>의 구온지 의사와 <광골의 꿈>의 골동품상 이마가와가 골고루 나오고, 기바는 안 나오지만, 에노키즈와 교코쿠도, 물론 세키쿠치, 그리고 아츠코와 도리구치까지 골고루 골고루 많이 나와주니 교코쿠도 시리즈의 팬으로서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으랴.  

시리즈 순서대로 처음부터 찾아 읽으세요. 라는 무리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우부메의 여름>과는 꽤 깊은 관계가 있으니, <우부메의 여름>은 꼭 읽고 있는 것이 좋겠다.  

교코쿠도와 세키쿠치는 교코쿠도가 의뢰 받은 고서 감정을 위해 하코네로 여행겸 일겸 떠나게 된다.
근처에 있는 여관 '센고쿠로'에는 수수께끼의 절 명혜사를 취재하기 위해 아츠코(교코쿠도 동생)와 도리구치가 묶고 있고, 마침 그 여관에는 명혜사의 스님에게 편지를 받고 물건을 보기 위해 온 이마가와!도 있고, 또 마침 그 여관에는 <우부메의 여름>의 구온지 노인도 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깊은 산 속의 절 명혜사. 그 곳에서 선을 추구하는 승려들이 하나씩 죽어나가고,
교코쿠도의 장광설 뿐 아니라, 스님들이 번갈아가며;; 일본 불교와 그 이전의 불교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 놓는데, 오래간만에 봐서인지, 아니면, 이전의 장광설에 비해 내용이 그나마 알아들을만한 거여서인지 (물론 다음장 넘기면서 나의 청순한 뇌는 이미 그 알아들을 것 같은 장광설은 죄다 까먹지만, 여튼, 읽을 때 발가락 끝이 근질거린다던가, 식은땀이 난다던가 하며 몸이 배배꼬이는 현상 없이 제법 들을만한 장광설이다.) 읽을만하다.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괴기스럽게 죽어나가는 스님의 모습은 나중에 알고보면, 꽤 그럴듯한 이유도 있고, 이전의 복선도 무척 충실하다. 시마다 소지의 무조건 찢고, 꼬매고 하는 괴기살인과는 다른 심오한 뜻들이 있다구.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다 너무나 중요하다.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책 세 권의 분량으로 인물, 배경, 사건 등을 꼼꼼히 보여줄 수 있었지만, 역시 천페이지가 넘더라도 이천페이지가 안 넘어서 아쉬운게 교코쿠도 팬들의 마음일지도.  

교코쿠도에 의해 해결되는 사건의 마지막은 뭐랄까, 사건 해결마저 장광설이라 책장이 더디게 넘어가는 면이 없지 않았는데 (더디지만, 힘참!) 이번에는 그마저 술술 넘어가, 마지막까지 독자의 눈을 결코 놓지 않는다.    

나의 빠심을 자제하더라도, 이번 작품은 정말 재미나고, 잘 쓴 작품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덧 : <광골의 꿈>에서 약간 세키쿠치 역이였던 '바보' 에 '당하는' 이마가와와 원래 '바보'에 '당하는' 세키쿠치가 한꺼번에 나와서 누가 더 불쌍할까. 궁금했는데, 세키쿠치 윈이다. 세키쿠치가 더 불쌍해.  

덧2 : 하권 320페이지 즈음을 읽고 있는데, 새벽 세시 넘은 그 시간에 중간에 이십페이지 정도 빠진 것을 발견. 난 정말 깜깝해서 환장하는 줄 알았다. 한참 사건 해결되고 있는 찰나에.. 천페이지 넘게 달려 막 마지막 결론의 서막이 비추이기 직전에 파본이라니요! 나의 파본 비율이 날이 갈 수록 높아지는 것은 출판 미래를 위해 내가 유달리 재수가 없었던 것이다. 라고 믿고 싶다. 혹은 내가 유달리 책을 많이 사서 그런거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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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06-30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아직 비닐도 안 뜯고 고이고이 모셔놓은 책이에요. 여름 휴가때 읽으려고 아껴놓았는데 그렇게 재미나단 말이에요? +_+;; 그, 그런데 새벽세시 넘은 시간에 사라진 이십페이지라니요. 게다가 하권에서!!! 상상만으로도 황당하기 그지없군요. ㅠ_ㅠ;

하이드 2010-06-30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권을 다 본 지금 무척 뿌듯합니다. ^^
저 이번 주에 여름 휴가 추천 일본 미스터리! 페이퍼 올릴꺼에요. 달밤님은 거진 다 읽었거나 샀거나 했을 것 같지만, 그래도 ~

Kitty 2010-06-30 22:11   좋아요 0 | URL
이거 기둘립니다 ㄷㄷㄷ

Apple 2010-06-30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정말요? 이런..마이클 코넬리를 잠시 덮어두고 철서부터 만나야하나...ㅠ ㅠ 저도 맘에 드는 교고쿠도 시리즈가 하이드님이랑 순위가 똑같은데, 광골에서 좀 실망을 많이 해서 점점 시들해지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하이드 2010-07-01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광골의 꿈 별로 ;; 좀 화났죠 ㅎ 근데, 그거 읽은 보람이 있어요. 철서의 우리에 우부메의 여름 이야기가 많이 나오긴 하지만, 이마가와는 광골의 꿈에서 나왔던 인물이다보니, 안 읽은 것보다는 읽은게 낫다고나 할까.. 요 ^^

철서의 우리.. 짱이에요!
 

위의 제목에서 (책읽기)는 (커피마시기)로 바꿔도 됨.  

2010년 6월 29일 11시. 나는 무척 기분이 안 좋았다. 나는 땡볕 벽돌위에 교보문고 쇼핑백을 깔고 앉아 있었다. 바람이 의외로 시원하게 불어와서 덜 마른 머리를 풀어 놓기까지 했지만, 구름은 점점 걷혀서 해가 나고 있었고, 안그래도 오만상인 얼굴은 햇빛덕분에 더 더 찌그러지고 있었다.  

11시에 오픈이면, 10분전에는 나와서 오픈 준비를 해야할 것이 아닌가,
별다방 가서 아이스 커피 마시며 네코무라 비닐 뜯고 킥킥 거리면서 보고 오는 것이 내가 네코무라를 보는 신성한 의식인데! 오늘은 찾으러 오라던 더치 커피도 사갈겸, 맛난 드립 아이스도 마실겸(리필도 되고, 집도 가까운) 지난 번에 새로 발견한 동네 카페에서 그 의식을 치루기로 했기에, 몇시에 나오나 두고보자며 기다렸다.  

11시 13분, 주인장이 오고,
'어디서 오셨어요?' 라고 의아해하며 물었을 때
잔뜩 심통이 난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보에서 책 찾아서 집에 가는 길인데요' 라고 비교적 성실한 답변을 했다.

물론 주인장은 나를 커피 볶은 거 사러 와서 기둘리는 카페 쥔장쯤으로 생각하고 물었던 거다 'ㅅ'
교보에서 왔다는 나의 지극히 사적인 답변에 뭐라 답변할 말을 찾지 못하다가 '원두.. 받으러 오셨어요?' 라고 끝을 흐리며 되묻자,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심통난 나는, 너무 심통 나서 쪽팔린것도 못 느낀채 '마시러 왔어요'  

그랬다. 근데, 왜 마시러 왔어요. 라고 하면서 나의 손은 소주잔 꺾는 모션이었던 걸까 orz  

심통도 참 간지 없게 났다. 젝일  

무튼, 나는 덥고, 피곤하고, 졸렸고 (어제 밤 샜긔) , 기다리느라 짜증 났고,  
오늘 찾으러 오라던 더치 커피는 어제 다 팔렸다고 하고! 
아이스커피가 나오기 전까지 읽고 있는 <책 사용법>은  당췌 재미도 없고, 뭔 소리인지도 모르겠고  

'... 책을 읽다 보면 이 계열의 작가들의 작품이라도 이런 방식의 책읽기만으로는 다 확정할 수 없는 무엇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것은 이런 것이다.  먼저 작가들이 의식의 흐름이나 하부담화를 그대로 쓸어 담아 기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언어를 선택하고 문자를 고르고 하는 과정에서 이는 선별, 또는 조정된다. 또 글쓰기의 중요한 과정 중 하나인 퇴고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작동하기도 한다. 책의 세계는 작가에 의해 한 차례 더 비의에 싸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책의 세계가, 작가의 세계가 간단치 않은 과정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독자들도 이 점에 유의해 책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므로 독자들에게는 필수적으로 작가에 대한 이해가 요청된다.'  

이 부분까지를 꾹 참고 읽다가 포스트잇을 쫘악- 뜯어서 나의 몽블랑 보엠을 꺼내어 '뭔소리야?!' 분노로 휘갈겨서 책에 떡 붙여 놓았다. <편집자 분투기>는 그래도 읽을만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책책은 많이 읽어 눈이 높아져서 그런지, 깝깝- 하다. 무튼,  그래도 아이스커피 나올때까지는 네코무라를 봉인하겠어라고 굳게 결심하며  

심통, 오만상 하고 있다가  

 

짜잔 - 아이스커피 나오고, 얼음물 받고, 네코무라씨 넷 비닐 뜯었다. 
 
4권에서는 작가가 아무렇지도 않게 심각한 갈등을 그려내는 장면에서 놀라고, 감탄하고, 연필로 쓱쓱 그린 만화의 심오함과 사랑에 빠질 것만 같고, 네코무라를 보며 얼굴엔 어느새 엄마미소 - (혹은 집사미소? 네코무라님, 제가 모시고 싶어요. ) 지금까지 앞의 세 권에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고양이짓에 감탄하고, 폭소하고 ..  

션한 바람 맞으며, 이번에는 의자도 있고, 테이블도 있으며, 위에 커다란 파라솔도 쳐 주었고, 맛있는 아이스커피가 앞에 있고, 네코무라씨가 있어서  

 

심통은 바람결에 휘이휘이 날려보내고, 활짝 웃는 얼굴로 닐리리 닐리리 노래 부르면서 카페를 나섰다.
가슴에는 네코무라씨 만화책을 꼭 끌어 안은채 ... 일리는 없지요. 하하  

무튼 나의 돌변에 ... 흡사 지킬 박사와 하이드 같은 돌.변.에 스트라이다를 타고 다니는 연두색 크록스 카페 쥔장은 쫌 놀랐을지도.. 약간 눈 크게 뜨고 '안녕히 가세요' 했던 것 같기도 ...  

그러니깐.. 옛말 틀린거 하나 없다.  

책읽기 전과 책읽고 난 후의 마음 틀리다더니...  

 

모두들 네코무라하고 아이스커피한 오후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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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6-29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장과 하이드님의 대화를 상상하며 읽게 되네요. 교보에서 ㅋㅋㅋ 잠깐, 저 이 대목 읽으면서 본점 재개장했나,하며 화들짝 놀라다 아, 하이드님 집 근처구나, 했답니다.제 절친이랑 하이드님이랑 너무 닮았어요. 그래서 저는 하이드님 이름도 기억해 두었어요. 하이드님 페이퍼를 읽다 보면 갸가 떠올라서 괜히 맘이 따땃해집니다.

네코무라 넘 귀여워요. 글구 요새 잼없는 책 읽으면 불쾌지수가 높아서 짜증이 납니다.--;; 아주 거시기한 책 취향이 하나 생겼는데 리뷰 읽다 잽없다,는 얘기 나오면 흑흑 절대 주문하지 않게 되었어요. 인내심이 떨어진 건지...

네코무라랑 아이스 커피 사진 보기만 해도 시원해집니다. 저는 아이스크림 먹으며 달래겠습니다. 아, 아이스커피 마시고 싶네요!

하이드 2010-06-29 18:33   좋아요 0 | URL
저라는 사람..이 참 단순해진다는 ^^;

네코무라와 아이스커피의 조합은 훈늉합니다!

2010-06-29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9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0-06-29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악 저도 맛난 아이스커피 마시면서 네코무라씨와 함께 하고 싶어욧!!! ㅠ_ㅠ
날씨 진짜 덥네요. 저는 제인 구달과 함께 하고 있어요. 재미는 있는데 어쩐지 진도가 안 나가고 있다는. 아이스 커피 마실 형편은 안되고 (훌쩍 -_ㅠ) 뜨뜻한 커피라도 한잔 해야 겠어요. ;;;

하이드 2010-06-29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이스 커피 드세요! 사계절 아이스커피 입에 달고 사는 제가 할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
4권도 재밌어요. 아, 또 6개월을 어찌 기다리죠 ㅡㅜ 이거 6개월에 한번씩 나오던데 ..

무해한모리군 2010-06-30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권 나온지 몰랐다가 이글보고 거대한 지구를~하고 같이 샀어요~
아 네꼬무라 너무 좋아요~~~

하이드 2010-06-30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네코무라 너무 좋아요!! 이렇게 완소책은 정말 오랜만

틀리다는 틀린 표현! 2010-06-30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뭐, 단어 좀 틀리게 썼다고 뭐가 대수냐..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그 표현단어를 틀린다는 게 쭉쭉 뻗어나아가서는 개인의 인성까지 파괴할 수 있는 대단한 영향력을 가졌다고 보기에 지적질(^^) 좀 하겠습니다!

'틀리다'는...
정답이 있는 경우(?)에 쓰는 단어랍니다!
옳다, 그르다에서 그르다의 다른 표현...
1+1=2라고 배운 상태에서 답을 3이라고 적으면 "틀렸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 때에 쓰는 단어가 바로 '틀리다'라 하더군요!

정답이 정해져(?)있지 않은 일엔...
그니깐, 상대적이며 절대적이지 않은 일이나 물품을 비교할 땐, [다르다]고 표현을 해야한다 합니다!

이게 왜 이렇게 중요한고~하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통에 힘들어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기인... 한가지 이유가 되지 않을까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셨기에... 저도 동의하는 부분이고요!..
암튼, 이 단어만은 절대적으로 바르게 썼음~하는 바람에서 몇 자 적어봅니다!

*^^*
많은 분들이 볼 수 있게 비밀글로 작성치 않았으니 기분은 상해마시고요...

하이드 2010-06-30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때의 마음 틀리다더니' 를 따라한건데, 제목 쓰면서 그부분 어떻게할까 생각하다 정확한 속담 레퍼런스를 못 찾아서 그것도 '다르다' 가 맞다고 하더라도 제 귀에 더 익은 '틀리다더니'를 따라한거에요.

제 인성파괴까지 걱정해주시는 건 넣어두세요 ^^ 여기 오시는 분들 '틀리다'와 '다르다'의 차이 정도는 다 아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