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웃고 시작합니다. 
 
워낙 신간마실 페이퍼는 월요일에 하곤 하지만( 사람들 많이 보라구요, 네, 저 그런거 신경 씁니다!)
이제 나에겐 그런건 없고, 그냥 시간 있을 때, 페이퍼 쓸 뿐이구요.  

옆에선 대전에서 온 동생이 뽀송뽀송 목화솜 리스를 만들고 있고, 전 한 번씩 지적질하며 ^^; 이쁘다 이쁘다 감탄도 하며, 이렇게 노닥노닥  

샵에서요.  

한가한 토요일 ^^ (웃고 있어도 우는 건 .. 아니구요. ) 오전부터 꽃시장에 농장에 두 판 했더니, 삭신이 쑤시고, 쑤시고 쑤셔서 ㅠㅠ 얼른 마무리하고, 오겹살과 돼지갈비에 소주 반주할 생각에 기분이 노닥노닥-  

각설하고,  

 책이 지지리도 안 읽히던 지난 몇 달, 유일하게 읽었던 몇 권은 랜덤의 스릴러들이고, 오픈하우스에서 나온 찰리 파커의 <모든 죽은 것> 이었습니다.  

좀 정상적인 컨디션이었다면, 주구장창 이야기했을 책이 바로 <모든 죽은 것>  

대단히 하드코어입니다. 사건과 심리가 대단히 잔인합니다. 책 읽는 내내 피가 철철 흐르죠. 챈들러 식으로 '시체를 몰고 다니는' 정도라는 건, 찰리 파커에 비하면 애교스러울 정도입니다. 읽고 나면, 책 한 권이 아니라, 여러 권 읽은 것 같은 빡빡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어요.  뭐랄까, 미드로 치면, 한 에피가 아니라, 한 시즌을 읽어낸 것 같은 느낌이지요.


이 시리즈에 이어지는 내용이 아닌 것은 좀 아쉽지만, (나중에라도 순서대로 내 주십쇼!굽신굽신 제가 요즘 정성이 덜 뻗쳐서, 원서 다 찾아서 사 읽는거 이제 못 해요) 아주 반가운 신간입니다.  

<모든 죽은 것> 에 이어 표지도 맘에 듭니다.  

뭔가 하드코어.라는 걸 다시 한 번 이야기하구요. 이 책이 나온게 굉장히 오래전인데, 이 책의 등장인물이나 사건들에서 따온것 같은 미드 수사물 캐릭터들이 많습니다.  

 사실, 전 이 멋낸 시리즈보다는 예전 시공사의 엘러리 퀸 시리즈가 좀 탐이 납니다만, 그 시리즈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다시 봅니다. 막 눈 빤짝빤짝 거리면서 목소리 톤 두 톤쯤 올라가면서 '정말요?! 대단해요!!' (실제 있었던 일이라나 뭐라나)   

엘러리 퀸은 동서 미스터리에서도 꽤 많이 나왔고, 모두 가지고 있고, 대부분 한 번 이상 읽긴 했지만 (괜찮다. 기억하지 못한다. .. 응?)  

이 시리즈는 사줘야죠. 제가 안 사면 누가 사겠습니까?   

^^ (매그레 시리즈 안 산지가 어언;;)  ....  

 

그리고 만화책!  

 이 두 권은 모두 한정판인데요,
 
 <심야책방> 보내주신 ㅇㅇ님 감사합니다! 오늘 도착했어요. 꺄악~ 이거 글씨 되게 작아서 저 되게 좋아요.  

잠시 광고 글이었구요,
다시 페이퍼로 ^^:  

<심야식당>의 노트는 좋아요. 근데, <3월의 라이온> 위클리 플래너 그림이 왠지 표지의 저 녀석일 것 같아서, 한정판이 안 땡기는 부작용이;  효리언니가 하늘 아래 인간은 모두 벌레라고 했어! 차별하지 말라고!  그래도... 쩝; 레이가 표지였더라면.. 위클리 플래너 한정판이 더 탐났을 것 같지 말입니다.  

 

 

 

 

 

이런 책들이 보관함에 들어 있고 'ㅅ'   

 이런 책들은 손가락만 빨고 있고. 1,2권때처럼. 
 맘의 여유가 쌓이고 쌓여 한계치에 이르면 사 볼지도 모르겠고.  

 

 

 

맘의 여유가 어느 정도 돌아와서인건지, 아니면, 여름에 비해 겨울에 신간이 많이 나오는건지,
쨌든, 하이드 이즈 백 (하이드는 가방이다. .. 응?) 신간마실 이즈 백 ^^  

추천 앱오락 (나만 망할 순 없지)  

앵그리버드를 물리치고 앱 1위 악어 목욕시키는 게임 디즈니에서 나온 'WHERE'S MY WATER'  
그리고, 귀염 돋는 동물들이 폴짝거리는 타이니팜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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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3 2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03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12-04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식욕보다 무서운 책욕이에요. 엘러리 퀸 시리즈는 나올 때마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 같아요. 전에 읽었던 내용인데 괜히 또 건드려보고, 다시 모아두고... 그나저나 주말은 늘 그렇듯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 같아요. 벌써 일요일 오후라니 ㅠ ㅠ 남은 주말 요긴하게 보내시길!
 

라는건 뭐 대단한건 아니지만요~ ^^a 

 왜 이 책을 보고, 님 생각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을까요?  

전, 이 책을 처음 보고, 릴리 프랭크의 찌질함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 반가웠을 뿐이고..   

<서문>을 옮깁니다. 길지만, 아주 재미납니다. 마지막 문단에서 무릎을 탁! 치며, 아, 마태우스님을 위한 책이닷! 맘속으로 외쳤습니다.   

두산과 벤지와 소주와 맥주와 롯데가 있던 그 시절을 추억하며..   

37승 35패쯤의 전적을 기억하며 .. ^^  (37승이 접니다.)

 

 

학생 시절, 해마다 친구들과 오쿠타마 지역에 캠프를 가곤 했다.
그해에는 어쩌다 보니 이미 여름도 끝나고 바람이 선선해질 즈음에야 떠나게 되었다. 게다가 비까지 계속 내려서 아무도 예년처럼 물놀이를 하는 일도 없이 그저 멍하니 방갈로 안에서 입 딱 다물고 시간을 보냈다.  

그런 때에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무튼 친구들을 죄다 모아놓고, 나 혼자 고무보트 타고 여행을 떠나겠노라고 선언하고는 정말로 고무보트에 공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나서서 위험하니까 관두라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게다가 나는 수영을 못한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뜯어말리는 목소리가 현저히 작아서, 어쩐지 뒤로 물러설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말았다.  
그 강은 탁한 격류였다.  

고무보트에 타고 친구들에게 손을 흔드는 것과 동시에 쭈우욱 미끄러지듯이 보트는 엄청난 기세로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깜짝 놀라 강가를 따라 뛰면서 내 보트를 쫓아왔다. 나는 그보다 더 깜짝 놀랐다. 보트가 바위를 타고 솟구칠 때마다 불알이 오그라들었다.
'내가 이런 시답잖은 일로 사망하는 건가.'
그렇게 생각했다.
뒤쫓아 오던 친구들이 이제는 보이지 않았다.
보트는 점점 더 속력이 붙고, 내 머릿속은 아무 생각도 안 나면서 뇌가 딱딱해져갔다.
'이렇게 가다 보면 혹시 드라마처럼 폭포가 기다리고 있는 거?
'아냐, 그런 만화 같은 일이 정말로 있을라고?'  
'그럼 대체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대체 무엇이...'
생각이 거기에 이르렀을 때, 공포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앞쪽으로 축축 늘어진 나무들이 우거져서 점점 더 시야가 나빠졌다. 보트는 수없이 바위를 타넘고, 이제는 틀렸나보다, 라고 생각했을 때였다.
낚시하던 아저씨가 나를 발견하고 강물로 뛰어들었따.
'아, 지옥에서 만난 부처님!!'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아저씨는 보트에 달라붙은 채 엄청 물을 마시고 불길한 소리를 질렀다.
"꾸에에엑.....!!"
조금 전에 최고의 아저씨라고 생각했다면, 이번에 최고로 무서웠던 건 이 소리였다.
"꾸에에엑....!!"
이대로 가다가는 둘 다 죽는다.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나는 보트를 버리고 강물 속에 뛰어들었다. 의외로 얕았다. "꾸에에엑..." 이라는 소리를 들은 순간, 나는 폭포의 공포를 뛰어넘은 것이다. 예상할 수 있는 공포보다 예상조차 하지 못한 아저씨의 "꾸에에엑...." 에 의해 강에 뛰어들 용기가 솟구쳤다.  

필사적으로 강가까지 기어오른 나와 아저씨.
아저씨는 숨을 헐떡이면서 말했다.
"죽는 줄 알았잖아!! 나 원 참, 너 구해주려다가 같이 죽어버리면 이건 완전 미치는 일 아니냐고, 진짜."

이 사람, 나하고 꼭 닮았다고 생각했다.
어설픈 서비스 정신과 어중간한 정의감. 대체 뭘 하자는 건지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는 유치함. 그리고 뭐가 뭔지도 모른 채 썰렁한 드라마에 휘말려들기 쉬운 체질.  

이 책의 이야기들은 그런 바닥 얕은 탁류 같은 나날들을 써내려간 것이다.  

나는 이렇다 할 취미도 관심도 꿈도 야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빈둥거리며 살고 있다. 좋아하는 것이라고는 미녀와 야구 정도밖에 없다.
미녀와 야구를 보고 있으면 즐겁다. 미녀와 야구를 할 수만 있다면 좀 더 즐거울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도 야구선수가 되어 미인 아내를 얻는 것이 내게는 최고의 행복?
아니, 아마 그건 그것대로 따분한 일이 아닐까. 아니, 아니, 따분할 리가 없는 거 아닐까!? 하지만 그래도....

각성하지 못한 탁류의 뇌로 날마다 그런 걸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 라는 서문. 워낙, 이렇게 공개글로 긴 글을 옮기지는 않지만, 릴리 프랭키의 이 똘끼 넘치는 서문은 딱히 어디를 짜르기 애매하게 재미나서,, 라고 쓰고보니, 이게 왜 서문인가? 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릴리 프랭키에게 물을 일이고.   

이런 말이 아주 귀엽습니다.  

'뇌가 딱딱해져갔다.' 공포감이 극대화되며, 뇌가 딱딱해지는 느낌 왠지 알 것 같다! 신체 구조상 '불알이 오그라드는' 느낌은 알 수 없지만 'ㅅ'  

'바닥 얕은 탁류같은 나날들' 이란 말도 좋아요. 릴리 프랭키의 찌질함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 같거든요. 우헤헤  

'이 사람 나하고 꼭 닮았다고 생각했다.
어설픈 서비스 정신과 어중간한 정의감. 대체 뭘 하자는 건지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는 유치함.' 같은 말에서 그려지는 인간상이란 .. 흐흐흐  

목차를 보니, 딱히 미녀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지도, 야구 이야기가 나오는 것같지도 않지만,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야구는 끝났고, 롯데의 야구도 두산의 야구도 암담하기만 하지만 (이대호도 손민한도 없는 롯데, 인정할 수 없어요 ㅠㅠ)  
우리는 <미녀와 야구> 라는 책을 읽으며, 읽으며.. 그러나, 제목만 미녀와 야구라서, 실제 야구와는 별 상관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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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shot 2011-12-03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LG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라고 한마디 하고 싶어요.
릴리 프랭크의 서문은 정말 최고네요. 땡스투~

하이드 2011-12-03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본글도 기대중입니다. 전 릴리 프랭크의 글이 늘 좋았어요!

LG는.......

동훈서점 2011-12-13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롯대현 소식 들으셨습니까?

하이드 2011-12-13 17:59   좋아요 0 | URL
앜! 앜! 알라딘에서 롯대현소식을 듣다니! 당장 뉴스 보러 가봐야겠어요! 우왕!!
 

천일의 약속을 보다 지형이 이모가 뜬금없이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를 읊다가 쫓겨나는 장면이 나온다. 지형이 엄마가 막 무시하고, 향기랑 산책나감. 뭔가 이번편에서 존재감 있었던 지형이 이모다. 형부한테도( 임채무) 또 뜬금없이(?) 자식은 악세서리가 아니라며, 동물도 아는걸 인간이 왜 모르냐며, 뼈 있는 말 하고 나가고.  

여튼, 거기서 읊다 만 시가 랄프 왈도 에머슨의 '무엇이 성공인가' What is Success? 이다.  

드라마를 건성건성 틀어놓고, (수애 부케가 궁금해서 받아 본 건데, 흰 부바르디아 부케 예뻤음)   

김영희 pd의 <소금사막>을 읽다가 문득 몇 십분만에 다시 마주친  

아마도, 지난 몇 년간, 본 적도 없었을 그 시, 랄프 왈도 에머슨의 '무엇이 성공인가'를 금새 다시 만나게 되었다.  

 

 

 

 

 

 소금사막에서 김영희의 글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무엇이 옳은 삶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시가 한 편 있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외우고 있는 시인데요,
10여년 전 우연히 접한 순간 저를 충격에 빠뜨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니 저절로 외워지더군요.
19세기 미국의 철학자이자 수필가이며 시인이기도 한 에머슨이 쓴 시인데요, 200년 전에 서양에서 쓰인 시가 200년이 흐른 지금 한 동양 남자의 가슴속에 어찌 이렇게 절실하게 와 닿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제목은 '무엇이 성공인가' 인데요. 갑자기 '성공'이라는 세속적인 단어가 나와 실망하셨을지 모르지만, 옳은 삶을 사는데 한번쯤 들여다볼 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 성공인가 _ 랠프 왈도 에머슨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서 존경받고
어린아이에게서 사랑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에게서 찬사를 받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운 것을 식별할 줄 알고
다른 사람에게서 장점을 발견해내는 것  

건강한 아이를 하나 낳든
한 뙈기의 밭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
이 땅에 잠시 머물다 감으로써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What Is Success?


What is success?
To laugh often and much;
To win the respect of intelligent people
and the affection of children;
To earn the appreciation of honest critics
and endure the betrayal of false friends;
To appreciate beauty;
To find the best in others;
To leave the world a bit better, whether by
a healthy child, a garden patch
or a redeemed social condition;
To know even one life has breathed
easier because you have lived;
This is to have succeeded.

지형이 이모가 건너뛰고, 마지막이라도 들으라고 했는데, 무시하고 나간 지형 엄마.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이 땅에 잠시 머물다 감으로써 /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행복하게 하고, 위로하게 하고, 돋보이게 하고, 그런 매개가 되어주는 것, 꽃을 통해서.
그것이 나의 성공.  

오랜만에 본 샵을 찾아준 ㅇ야,
지난 여름 홍대 앞에서 마가리따 먹으며 깔깔대던, 느긋했던 시간이 있었다는 것 기억하자.   

지금 읽고 있는 <소금 사막>에서 한 구절 더 빌리면,  

"급히 가도, 천천히 가도 결국은 거기야. 천천히 쉬지 말고 가자!"  

나는 이 책을 읽다가 문득 갈라파고스에 완전 많이 매우 몹시 가고 싶어졌다.
여기 저기 검색하다가 에콰도르를 통해 간다는 것을 알고, '가야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어!' 라며, 장미로 유명한 그 나라를 떠올린다. 어느 주말에는 단골인 장미부심 돋는 에콰도르 대사관분에게 정보를 물어볼지도 모르겠다.   

어딘가 가고 싶고, 돌아올 곳이 있고, 미지의 곳과 것이 있고, 기다리는 이와 것이 있는  

현재의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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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1-11-30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가리타..
회사 재밌어요 나름.. ㅋㅋㅋㅋㅋㅋㅋ( ..)

moonnight 2011-12-01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내 인생이 그래도 나름 성공이었다고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에콰도르 대사관분! 하이드님네 꽃집은 단골손님도 격조가. ^^
 
싫은 소설
교고쿠 나쓰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싫어하는 건, 무신경한 사람들. 교고쿠 나쓰히코의 <싫은 소설>에서도 '무신경한 사람들'을 싫어하는 주인공이 어느 단편에서인가 나온다. 아, '싫은 조상' 에서.  

교고쿠 나쓰히코의 이번 책은 ... 남자 기리노 나쓰오 같은 느낌이다. 기리노 나쓰오의 책은 기리노 나쓰오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따라 호오가 극명히 갈리는데, 이 책은 싫은 기리노 나쓰오.  

제목으로 스포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제목으로 주제와 리뷰까지 정해주는 교고쿠 나쓰히코님.이시다.  

'싫은 아이', '싫은 노인', '싫은 문', '싫은 여자친구', '싫은 조상', '싫은 집' 그리고 마지막에  '싫은 소설'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등장인물들이 한 회사 사람에 각각 단편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후타카니이다. 그는 마지막 '싫은 소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뭔가 단편 연작에 와카타케 나나미의 <미스터리한 일상> 처럼 마지막 단편에 뭔가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싶어, 싫은데도 꾸역꾸역 읽었다.  

이 느낌은 뭐랄까, '싫다'고 하는데, 그게 작가의 의도에 지극히 충실한 듯 하여, 악평이 아닌 것 같은 저자에게 말리는 느낌. 싫다.. 싫어..  

그러니깐, 이 리뷰를 읽는 이들도 내가 '싫다' 고 하는게, 진짜 싫은건지, 아주 싫게 잘 읽은 건지 분간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일단, 글 쓰고 있는 나부텀도 헷갈리고 있으니깐)  

아이, 노인, 문, 집, 조상, 여자친구, 집의 싫은 점을 극대화하고, 대상도, 화자도 모두 광기에 빠져버리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하나 그렇다고 판타지는 아니고, '현실'의 프레임에서 모든 이야기는 진행된다.   

책을 읽고, 들러붙는 싫은 아이, 싫은 노인, 싫은 문, 싫은 여자친구, 싫은 조상의 이미지는 싫다.  

가장 싫었던건 '싫은 여자친구' 의 여자친구였고. 정말 무서웠고, 소통 안 됨의 공포를 극대화 한 이 단편은 소름이 쫙 끼친다.    

싫은 것은 너무나 많다. 자잔하게 싫다.고 스치듯 생각하면서 넘어가는 것들을 집요하게 반복하니, 당하는 주인공도, 글을 읽는 독자도 신경증에 걸릴 지경이다. 행복과 불행, 좋은 것과 싫은 것. 이라는 원초적인 개념이 일상에 차지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교고쿠 나쓰히코의 팬에게도 굳이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긴 하지만,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이나 기리노 나쓰오의 싫은 작품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 읽어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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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11-29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 책 사긴 사놓고 째려보고만 있어요. 오늘 밤 맥주 한 캔 까놓고 읽어야겠어요. 막 자학하고 싶은 밤, 어울릴 것 같아요. ㅠ_ㅠ;;;;;;;;;;;;

하이드 2011-11-29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두! 맥주 한켄 ㅡㅜ 까놓고 읽고 싶어요. 제가 오늘 밤 마저 읽을 책은 박찬일의 <잇!태리> ^^
 

박찬일은 요리사다. 한 번 밖에 안 먹어봤지만 (그리고 그건 별로였지만) 여튼, 이름 난걸 보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요리꾼임에 분명하다. (먹는 것은 시간 보내는 것.이나 때우는 것. 인 나의 미각은 그닥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근데, 글도 이렇게 잘 쓰는 걸 보면,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이건 좀 불공평하지 않은가?   

라고 쓰면서 생각해보니, 레슬링 선수인 존 어빙이나, 아마추어긴 하지만, 마라토너인 하루키가 퍼뜩 떠올랐다.  

존 어빙과 하루키는 멀고, 박찬일은 가깝다. (지금 내 무릎 위에 있다.)  

"친구들은 이탈리아의 상세한 안내를 원한다. 내 머리통을 열면 <론리 플래닛>이나 <세계를 간다>보다 좋은 정보가 줄줄 흘러나올 걸로 생각한다. 내가 거기 살았다는 것이 이유다. 그건, 좀 멍청한 예단이다. 나는 이탈리아에서 학생이나 노동자로 살았으니 관광지에 대해 알 턱이 없다. 

생각해보라. 서울에서 노동자로 사는 파키스탄 출신 모하메드 씨에게, 그의 고국 친구가 7박 8일짜리 한국 여행 코스를 짜보라고 하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고백건데 나는 바티칸도 가보지 않았다. 당연히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보지 못했다. 우피치 미술관도 제대로 구경해보지 못했다.  

아니 어떻게 <최후의 심판>을 보지 못했다는 거야? 그러나 나를 비난해서는 곤란하다. 모하메드 씨가 중앙박물관이나 불국사를 가볼 일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멱살 잡고 "왜 아직도 국보 제8호 성주사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를 보지 못했소!" 하고 항의한다는게 말이나 되느냐. "  

로 시작해서 한 문단 문단마다, 한 문장 건너 계속 웃겨주신다.  

한번 썩소각도로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올 줄을 모른다.  

박찬일의 책을 두 권 읽었는데, 그 때 읽었던 고생하는 요리사 이야기도 재미나긴 하지만,  

뭐랄까, 책상머리에 앉아 있을 때보다 몸으로 뛰는 지금 더 와닿는건가 싶기도 하고, 요리 외의 이야기들이 박찬일의 청산유수 말발로 리드미컬하게 이어져 주시니, 이 추운 겨울밤 따뜻한 골방에 이불 뒤집어 쓰고, 고양이 발배게 해 준 채 따뜻한 홍시 쥬스 마시면서 읽을 법...하지만,  

난 지금 샵 'ㅅ'  ..이라는 것이 방점은 절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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