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건 뭐 대단한건 아니지만요~ ^^a
왜 이 책을 보고, 님 생각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을까요?
전, 이 책을 처음 보고, 릴리 프랭크의 찌질함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 반가웠을 뿐이고..
<서문>을 옮깁니다. 길지만, 아주 재미납니다. 마지막 문단에서 무릎을 탁! 치며, 아, 마태우스님을 위한 책이닷! 맘속으로 외쳤습니다.
두산과 벤지와 소주와 맥주와 롯데가 있던 그 시절을 추억하며..
37승 35패쯤의 전적을 기억하며 .. ^^ (37승이 접니다.)
학생 시절, 해마다 친구들과 오쿠타마 지역에 캠프를 가곤 했다.
그해에는 어쩌다 보니 이미 여름도 끝나고 바람이 선선해질 즈음에야 떠나게 되었다. 게다가 비까지 계속 내려서 아무도 예년처럼 물놀이를 하는 일도 없이 그저 멍하니 방갈로 안에서 입 딱 다물고 시간을 보냈다.
그런 때에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무튼 친구들을 죄다 모아놓고, 나 혼자 고무보트 타고 여행을 떠나겠노라고 선언하고는 정말로 고무보트에 공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나서서 위험하니까 관두라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게다가 나는 수영을 못한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뜯어말리는 목소리가 현저히 작아서, 어쩐지 뒤로 물러설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말았다.
그 강은 탁한 격류였다.
고무보트에 타고 친구들에게 손을 흔드는 것과 동시에 쭈우욱 미끄러지듯이 보트는 엄청난 기세로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깜짝 놀라 강가를 따라 뛰면서 내 보트를 쫓아왔다. 나는 그보다 더 깜짝 놀랐다. 보트가 바위를 타고 솟구칠 때마다 불알이 오그라들었다.
'내가 이런 시답잖은 일로 사망하는 건가.'
그렇게 생각했다.
뒤쫓아 오던 친구들이 이제는 보이지 않았다.
보트는 점점 더 속력이 붙고, 내 머릿속은 아무 생각도 안 나면서 뇌가 딱딱해져갔다.
'이렇게 가다 보면 혹시 드라마처럼 폭포가 기다리고 있는 거?
'아냐, 그런 만화 같은 일이 정말로 있을라고?'
'그럼 대체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대체 무엇이...'
생각이 거기에 이르렀을 때, 공포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앞쪽으로 축축 늘어진 나무들이 우거져서 점점 더 시야가 나빠졌다. 보트는 수없이 바위를 타넘고, 이제는 틀렸나보다, 라고 생각했을 때였다.
낚시하던 아저씨가 나를 발견하고 강물로 뛰어들었따.
'아, 지옥에서 만난 부처님!!'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아저씨는 보트에 달라붙은 채 엄청 물을 마시고 불길한 소리를 질렀다.
"꾸에에엑.....!!"
조금 전에 최고의 아저씨라고 생각했다면, 이번에 최고로 무서웠던 건 이 소리였다.
"꾸에에엑....!!"
이대로 가다가는 둘 다 죽는다.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나는 보트를 버리고 강물 속에 뛰어들었다. 의외로 얕았다. "꾸에에엑..." 이라는 소리를 들은 순간, 나는 폭포의 공포를 뛰어넘은 것이다. 예상할 수 있는 공포보다 예상조차 하지 못한 아저씨의 "꾸에에엑...." 에 의해 강에 뛰어들 용기가 솟구쳤다.
필사적으로 강가까지 기어오른 나와 아저씨.
아저씨는 숨을 헐떡이면서 말했다.
"죽는 줄 알았잖아!! 나 원 참, 너 구해주려다가 같이 죽어버리면 이건 완전 미치는 일 아니냐고, 진짜."
이 사람, 나하고 꼭 닮았다고 생각했다.
어설픈 서비스 정신과 어중간한 정의감. 대체 뭘 하자는 건지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는 유치함. 그리고 뭐가 뭔지도 모른 채 썰렁한 드라마에 휘말려들기 쉬운 체질.
이 책의 이야기들은 그런 바닥 얕은 탁류 같은 나날들을 써내려간 것이다.
나는 이렇다 할 취미도 관심도 꿈도 야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빈둥거리며 살고 있다. 좋아하는 것이라고는 미녀와 야구 정도밖에 없다.
미녀와 야구를 보고 있으면 즐겁다. 미녀와 야구를 할 수만 있다면 좀 더 즐거울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도 야구선수가 되어 미인 아내를 얻는 것이 내게는 최고의 행복?
아니, 아마 그건 그것대로 따분한 일이 아닐까. 아니, 아니, 따분할 리가 없는 거 아닐까!? 하지만 그래도....
각성하지 못한 탁류의 뇌로 날마다 그런 걸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 라는 서문. 워낙, 이렇게 공개글로 긴 글을 옮기지는 않지만, 릴리 프랭키의 이 똘끼 넘치는 서문은 딱히 어디를 짜르기 애매하게 재미나서,, 라고 쓰고보니, 이게 왜 서문인가? 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릴리 프랭키에게 물을 일이고.
이런 말이 아주 귀엽습니다.
'뇌가 딱딱해져갔다.' 공포감이 극대화되며, 뇌가 딱딱해지는 느낌 왠지 알 것 같다! 신체 구조상 '불알이 오그라드는' 느낌은 알 수 없지만 'ㅅ'
'바닥 얕은 탁류같은 나날들' 이란 말도 좋아요. 릴리 프랭키의 찌질함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 같거든요. 우헤헤
'이 사람 나하고 꼭 닮았다고 생각했다.
어설픈 서비스 정신과 어중간한 정의감. 대체 뭘 하자는 건지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는 유치함.' 같은 말에서 그려지는 인간상이란 .. 흐흐흐
목차를 보니, 딱히 미녀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지도, 야구 이야기가 나오는 것같지도 않지만,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야구는 끝났고, 롯데의 야구도 두산의 야구도 암담하기만 하지만 (이대호도 손민한도 없는 롯데, 인정할 수 없어요 ㅠㅠ)
우리는 <미녀와 야구> 라는 책을 읽으며, 읽으며.. 그러나, 제목만 미녀와 야구라서, 실제 야구와는 별 상관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