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ami Bridges (Paperback, Reprint)
Ackerman, Diane / Perennial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Each day I shape and fold
an origami bridge
and set it on the table
between us in space

한없이 연약해 보이는 오리가미 브리지..
다이앤 애커먼의 '오리가미 브리지'는 그녀와 그녀의 정신과 의사, 그녀와 세상간의 연약해보이지만 확고한 건너야만할 '다리'이다.

only a few heartbeats wide,
it invites one to cross,
offering no escape
but views to infinity
and the illusion of falling
before one gains
entrance to the other's shore. 

- of 'Between the Creases' -   

다이앤 애커먼을 알게 된 것은 그녀의 베스트셀러 <감각의 박물학>을 통해서였다.
통통 튀는 문장과 생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 시적인 문장과 세상에 대한 직관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후로 <나는 작은 우주를 가꾼다>, <내가 만난 희귀동물>, 비교적 최근에 나온 <미친 별 아래 집>까지의 그녀를 알아 왔는데, 어느날 책방에서 눈에 띈 낯익은 이름, 독특한 표지, 생경한 제목 <Origami Bridges>는 처음으로 접하는 그녀의 시집이었다.
원치 않게 너무 많이 알아버린 느낌은 그리 편하지많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시집의 들어가는 말에 그녀는 그동안 여러 매체에 발표했던 이 시들이 그녀가 정신과상담을 받는 동안의 치료의 일환이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게는 필요 이상의 정보였다. 표지의 오리가미, 의자와 카우치가 의미심장하다. 너무 개인적이어서,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 같고, 때로는 세련됨보다 거칠고 적나라한 문장들이 튀어나온다.

컨텐츠는 'An Alchemy of Mind', 'The Heart's Asylum', 'Another Form of Midnight', 그리고 'Beginning to End' 네 챕터로 나뉘어져있다. 들어가는 챕터인 An Alchemy of Mind에 나오는 시들은 그녀와 테라피스트, 그녀와 상담을 암시하는 (들어가는 말을 몰랐더라도 연상할 수 있는) 시들이 모여 있고, 마지막 챕터인 Beginning to End에는 그녀의 글쓰기에 대한 시들이 모여 있다.

시집을 읽는 것은 그닥 나의 취향은 아니지만, 작가에 대한 애정으로 읽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읽는 다이앤 애커먼의 원서가 하필 이렇게 개인적인 시집이라 좋은 건지 나쁜건지는 모르겠다. 이것이 세션이건 무엇이건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하다가도, 어느새 그녀의 문장에 빠져들어 다 잊게 되고, 다시 상기하고, 다시 몰입하고의 반복이었다. 그녀는 어떤 형태의 글을 쓰건 어쩔 수 없는 글쟁이이다. 그것도 대단히 뛰어난.
당분간 나의 새벽을 열어줄 시집이다.

그녀를 처음 좋아하게 되었던 <감각의 박물학>을 떠올리게 만드는 시 'On Second Thought' 로 리뷰를 마무리한다.

ON SECOND THOUGHT

No, I don't read auras.
But I smell rain on umbrellas
and imagine where it fell.

I stand where deer browsed
and inhale the hot heavy musk
they leave as calling cards.

I wrap us in the sheets
of a freshly starched enigma.
(Time loves a mystery.)

No, I don't sense auras.
But I believe in spirit guides
like you, sleights of mind,

being whammied, the soul's progress,
the guarantee of wishbones,
reading the past's entrails,

powerful incantations,
love's sorcery, and even
the numerology of our regard.

Some days I'm pure ectoplasm.
Others I'm so grounded
I can see aterlilies grow,

or detect a sliver of worry
in your voice about something
that doesn't involves me,

though I pain to think
it's whittling your mood.
On second thought,
maybe I do read auras.

* 리뷰 제목의 Between the Creases'는 'Origam Bridge'에 나오는 시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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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시효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F 현 경찰청 강력계에는 제1, 제2, 제3 수사반이 있고, 1반이 가장 뛰어나고, 그 다음, 그다음이다.
그러나 어쩌다보니, 1반,2반,3반 모두 각자의 개성 뚜렷한 능력있는 반장들이 형사들을 이끌게 되었다.
여섯개의 단편에는 각 반의 뛰어난 반장들 절대 웃지 않는 1반의 구치키, 절대 먹잇감을 놓치지 않는 2반의 냉혈한 구스미, 절대 육감의 3반 반장 무라세가 각각 활약을 펼친다.

경찰소설 하면 요코야마 히데오가 떠오를만큼, 그는 경찰이 등장하는 미스터리물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 미스터리적인 요소 뿐만 아니라, 경찰이라는 경직된 조직이 필연적으로 가지는 특성들도 잘 묘사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착하거나, 감상적이거나 하다는 장점 혹은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에서 그런 선입관을 깨야 했다. '죄수의 딜레마' 정도에서나 어렴풋하게 인간냄새가 났을뿐, 각반의 반장들을 중심으로 해결되는 사건들은 그야말로 지옥에서 나온 것 같은 반장들이 범죄를 증오하며 전쟁이라도 하듯이 치열하게 범인을 잡아들인다. 드라마를 많이 보면 어떤 드라마를 봐도, 척하면 척이듯이, 미스터리물을 많이 보면, '새로운 미스터리란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은 내게 새로웠다. 이미 식상하다고 느꼈던 요코야마 히데오에 대한 나의 섣부른 평가를 냉큼 주어 담아야 했다.

표제작이기도 한 '제 3의 시효'는 일본 미스터리를 많이 읽는 이라면 알법한 이야기이긴 하다. 여자를 강간하여 임신시키고, 남편을 죽인채 도망다니는 범인을 잡기 위해 형사들이 제 1시효가 끝나는 날 피해자의 집에 모인다. 범인이 딸이 자신의 딸인걸 알고, 시효가 끝나는 날 틀림없이 연락을 취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제 2의 시효가 있어서 범인이 해외에서 머물렀던 7일의 기간은 시효에서 제외되므로 제2의 시효가 된다. 범인이 제2의 시효를 모르기를 바라면서 제 1의 시효가 끝나는 날 모여 있었던 것인데, 범인의 연락은 오지 않는다. 결국 제 2의 시효마저 끝나게 되는데.. 이 에피소드에서 활약하는 것은 제 2반의 냉혈한 구스미 반장이다. 뭐랄까, 겉으로는 차가워 보여도 속마음은 따뜻한.. 이런거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인물이고, 모든 것이 범인을 잡기 위한 사건 위주인 그의 팀에는 팀웍도 개판이다.  '범죄'라는 공공의 적을 앞에 두고, 뭉치지만, 분열된 모습이 여과없이 보여진다. 제목인 '제 3의 시효'도 미스터리를 많이 읽는 사람이라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범인을 잡기 까지의 트릭은 예상밖이었다.

'침묵의 알리바이' 에서는 구치키의 활약이 나오는데, 사건 해결의 활약 전에 알리바이를 주장하는 나쁜놈과 심문하는 형사와의 심리전이 볼만하다.

마지막 단편인 '흑백의 반전'이 개중 범작이고, 나머지 다섯 작품들은 제법 수작이다. 그 중에서도 '제3의 시효'와 '침묵의 알리바이' , '범죄의 딜레마' 가 좋았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도 제법 많이 번역되어 나온 편이고, 나로서는 다섯번째 읽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인데, 읽은 중 가장 좋았다. 이제부터는 일본 미스터리를 읽을 때는 전작주의 이런 것 없이, 평이 좋은 것들만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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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2-24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만화로 먼저 받는데 만화치곤 내용이 잘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원작 소설이 제 3의 시효더라구요.그거보면 일본은 참 만화 강국입니다.웬만한 소설도 히트하면 만화로 나오더군요.

하이드 2009-02-24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코야마 히데오 원작중 만화로 나온것 있다고 들었는데, 이 작품이 원작이었군요.

이박사 2009-09-03 0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끼게 되는 책.
 
집지기가 들려주는 기이한 이야기
나시키 가호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들려오는 시원한 풍경 소리는
어느 처마 밑에 매달려 있는
여름의 흔적일까  

안 팔리는 작가가 얼마간의 돈을 받고, 옛집에 머무르며 집지기를 해주기로 한다. 이야기는 그 집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정원에 무성하게 자라는 많은 나무들, 꽃들, 열매들이 각각의 챕터 제목이다. 그들은 '배롱나무'처럼 때로는 주인공이고, '포도' 나 '레몬'처럼 심상을 전해주는 오브제로만 나오기도 한다.

집지기와 함께 하는 이는 집지기의 친구인 호수로 배를 타고 나갔다가 행방불명된 '고도'이다. (저자가 영문학에 조예가 있음을 생각할때, 이 고도가 그 고도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고도는 족자 안의 호수 속에서 비가 오는 날이면 배를 타고 족자가 있는 객실로 나온다. 고도와 집지기, 그리고, 고도가 인연을 맺어준 신퉁방퉁한 고로라는 개가 한마리 있다. 그리고, 하나라는 이름의 옆집 아줌마, 근처에 있는 절의 스님, 집지기를 연모한 배롱나무, 집지기가 무서워하는 벌레장수, 스님으로 변장하는 너구리 정도가 꾸준히 나오는 인/영물(?) 들이다.

저자의 <뒤뜰>이란 작품을 먼저 읽어 실망스러운 마음이었는데,
이 작품은 맘에 쏙 든다. 음양사의 세이메이의 집 마당과 교코쿠도 시리즈의 3류작가와 샤바케의 령들이 합쳐진 것 같은 이야기다. 각 챕터가 식물이름으로 되어 있고, 거기에 집중하면서 짤막짤막한 이야기가 진행되므로, 짧고 굵은 이야기들이 합쳐져서 묘하게 진한 푸릇푸릇한 냄새를 풍긴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 보아도 운치가 있고, 풍류가 있다. 
책에 나온 식물들의 모습이 대략의 연필 스케치로 제목과 함께 그려져 있지만, 그림만으로는 상상이 안 간다. 식물의 이름에 무지한 것이 좀 아쉬웠다. 너무 늦게 알아버렸지만,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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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눌 2009-03-17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예전에 일본아동문학평론가 분한테 '서쪽마녀가죽었다' 추천받아서 찾아봤더니, 우리나라에는 '서쪽으로 떠난 여행'으로 나왔더라고요. 변역된 제목은 별로였지만, 책은 아주 좋았어요. 이 사람은 자연을 생생하게 담아내요. 보고 나면 딸기쨈 만들어 먹고 싶어져요. 나시키가호 다른책이 나온 걸 여기서 봤네요. 감사감사.
 
대유괴
덴도 신 지음, 김미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뭐야, 범인들이 남긴 것이 똥밖에 없단말야?"

이 부분에서 진심으로 웃어버렸다. 책의 내용은 이미 영화화도 되었기에,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 손꼽히는 부호 할머니가 할머니를 유괴하는 어설픈 3인조 유괴범을 지휘하여, 백억엔이란 몸값을 받아 내는 이야기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책을 사고도 선뜻 손이 안 갔찌만, 평이 워낙 좋았다. 이 책이 나온지 30년이 다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일본의 무슨무슨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것은 물론이고, 세월을 전혀 느끼게 하지 않는 참신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온화하고, 보살같고, 평생동안 좋은 일을 해서, 지역에는 할머니를 위해서라면 지옥에라도 뛰어들 사람들이 널려 있다. 잘 웃고, 조그맣고( 납치 당시 체중이 26킬로그램이다)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나문희가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책에서의 여사는 엄청난 포스와 지적 능력, 노련함을 자랑하지만, 우리나라 영화 포스터에서처럼 드세거나 코믹한 이미지는 절대 아니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재미나고, 따뜻하다. 어설픈 20대의 유괴범들이지만, 한편으로는 순박하기 그지없다. 그런 걸 알아챘기에, 여사가 일생일대의 도박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범인들과 그 배후의 인질인 할머니에 당해낼 수 없는 경찰의 모습은 짠하면서도 코믹하다.
인질을 구하는 과정에서의 스케일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뭐라해도 100억엔을 낼 수 있는 집안이라면,
역사상  두번째와도 엄청나게 차이 나는 최고의 금액을 요구하는 인질범이라면, 일본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있을법하다.

정말 강력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주인공인 할머니의 지력과 어리버리하고, 순박하지만, 패기만은 일품인 3인조 유괴범. 할머니를 '최고의 은인으로 섬기는 경찰본부장과 헬기 조종사와 가정부 등의 인물들. 할머니의 각기 개성있는 아들 둘, 딸 둘의 개과천선. 백억엔을 범죄자에게 넘기는 것에 대한 허접 정치인의 트집 잡기라거나, 그에 대한 찬반 양론이 이는 대중들의 모습 등도 놓치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눈치채게 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할머니의 동기와 계기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시간이 많이 흘러도, 줄거리를 다 알아도 여전히 재미난 것은 이 책이 추리소설의 고전으로 남을 수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 주간문춘의 20세기 걸작 미스터리 1위에 꼽혔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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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은 인간의 영역이고, 편집은 신의 영역

불량독자의 유형

첫째, 책이 가진 본질적 가치보다는 외적 장치에 민감한 독자들이다. 외적 장치란 주로 이벤트적인 요소를 말하는데, 이런 독자들이 많이 설칠수록 과비용의 부작용을 겪어야 한다. 책은 기초생활품이 아닌 가치기호품이다.
그러므로 텍스트의 가치와 지적 기호를 이벤트 상품과 쉽게 교환해버리는 독자야말로 불량 독자 중에 불량 독자다. 유사한 A와 B 그리고 C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에도 책은 그 변별성이 다른 상품에 비해 훨씬 뚜렷한 편이다. 그러므로 가치 지향이라는 본질이 훼손될 여지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이런 불량 독자들이 득실거리는 것은 99퍼센트가 출판사 탓이다. 판촉이란 이름으로 행해지지만 사실은 판촉이 아니라 굴욕적인 구걸행위에 가깝다. 2007년에 출간된 한 책은 10,000원의 정가에 5,000원짜리 쿠폰을 붙였고, 덕분에 대형서점에서 하루 500부 이상 판매량이라는 깃발을 휘날렸다. 마이너스 출고가 분명함에도 이런 행위를 저지른 출판사는 두고두고 '양아치 출판사'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고, 쿠폰을 주워 책을 '얻은' 독자는 알게 모르게 불량 독자의 대열에 동참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려나? 저렴하게 책을 공급하는 게 독자 욕구에 부응하는 마케팅이라면 차라리 책값을 5,000원으로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둘째, 문제를 버리고 답만 추종하는 풍토와 그 추종자들이다. 고전의 반열에 오를 만한 명작의 출현이 전무하고 베스트셀러의 손 바뀜이 빈번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책이 우리 사회에 오래도록 남을 문제 제기를 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 의식을 날려버리고 오직 잘 정리된 답만을 추종하는 풍토는 시대의 요구나 독자의 요구가 아니라 '고민의 빈곤'이 교활하게도 모습을 달리한 것에 다름 아니다. 쉽고 잘 정리된, 친절한 책을 만드는 것은 편집자의 미덕이요 소명이다. 하지만 불량 독자들은 이러한 친절 콤플렉스를 교묘하게 파고들면서 영혼을 제거한 책을 요구한다. 그래야 쉽고 읽기 편하다는 것이다. 서점에 가보라. 그들을 만족시키려다 보니 넋 나간 책들이 한 둘이 아니다. 
 
셋째, 나쁜 책의 손을 들어주는 독자는 불량 독자이다. 이 책을 읽으면 부자에 대해 알 수 있다고 말한다면 나쁜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야 부자가 된다고 말한다면 나쁜 책이다. 알맹이도 없는 책을 '우화'라고 말하면 그냥 눈 먼 심봉사가 되어버리는 독자라면 불량 독자다. 스토리텔링은 텍스트의 주제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집필 방식이지 그 자체가 무조건 우성 유전자를 가진 것은 아니다. 나는 이야기만 99퍼센트이고 문제 의식은 빵점에 가까운 요즘의 베스트셀러들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다. 출판사는 돈을 벌겠지만 그런 책은 나쁜 책은 결국 불량 독자만 양산할 뿐이다. 많이 팔아 잠시 달콤하겠지만 어느 순간 출판시장을 황폐하게 만들 수 있다.

넷째, 정당한 비판 의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그 독자는 불량 독자이다. 여기서 말하는 비평 의식이란 단순한 불평불만과는 다르다. 편집자는 비평에 늘 노출되어 있어야 퇴보하지 않는다. 불만이 있어도 입을 열지 않는 95퍼센트의 소비자는 결국 그 물건을 다시 소비하지 않는다. 불만을 드러낸 5퍼센트의 소비자들이 오히려 다시 구매할 확률이 높다. 단 이때 전제 조건은 자신의 불만이 생산자에게 전달되고 그에 대한 적절한 피드백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생산자들은 침묵하는 95퍼센트가 재구매 집단일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불량 소비자일 뿐이다.  

다섯째, 주관적인 판단이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그것을 완전히 상실한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불량 독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 사람은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남들이 많이 읽는 책을 읽는다. 그래서 서점에 가면 항상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는 1위나 2위의 책을 무조건 잡는다. 광고 카피를 그대로 믿는 것은 물론 트렌드에 민감해서 유행하는 패턴이라면 결코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결국 가치를 구매하는 독자가 아니라 기호룰 소비하는 대중일 뿐이다.
문제는 많은 출판사에서 바로 이 부류의 사람들을 메인 독자로 설정하고 그들의 요구와 만족을 추종하려 든다는 것이다. 내가 읽은 가장 경악할 만한 기획서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더 이상 다른 설명이 필요 없으리라. "타깃 독자 : 책을 열심히 읽기보다는 유행하는 책을 사기 좋아하는 20대 중반의 여성층." 그런 20대 중반 여성층이 과연 얼마나 존재하는지 의심스럽다는 생각을 하기에 앞서 이게 과연 제정신을 가진 편집자의 머리에서 만들어진 기획서인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출간기획서의 메인 타깃이 책을 열심히 읽지 않는 여성이어야 한다니...  

 

 

 

 

 이홍의 <만만한 출판기획>을 읽다가 '불량 독자'의 유형에 대한 글이 나오길래 옮겨본다. 이 글의 앞에 나오는 논지는 '독자 요구에 충실하라' 는 것이 절대 명제인 출판계에서 편집자가 과연 불량독자를 해고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서 시작하여, 모든 기업이 종교적 신념처럼 신봉하고 있는 Customer is always right은 완전히 틀렸다. 고 말하는 (그 유명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전 회장인 허브 겔러허의 말을 인용하고 있고, 출판계에서의 불량독자의 유형에 대해 위와 같이 나누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옮기지 않은 결론은 살짝 허무하다.

무튼 자조적인 결론은 그렇다치고, '불량독자'로 나누어 놓은 독자유형은 흥미롭다.
첫번째, 본질적 가치보다 외적 장치에 민감한 독자들이 불량독자라고 할때,이런저런 이벤트와 쿠폰을 놓치지 않고 챙기는 나 자신도 '불량독자'에 속할 것이다. 물론, '본질적 가치'(라고 쓰니 거창하기는 하다만) 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나는 '불량독자'가 아니다. 라고 외쳐볼 수도 있겠지만, 이벤트와 쿠폰, 할인에 달려들어 구매함으로써, 그 책을 적절하지 못한 방법으로(이 경우엔 출판사에서 돈을 써서 그렇게 만든 것과 다름없다.) 베스트셀러에 올려 놓는데 일조한다면, 나는 여전히 외적 장치에'도' 민감하긴 하겠지만, 당당한 기분과는 영 거리가 멀 것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이 책의 다른 챕터에 더 자세히 나와 있는데, 베스트셀러의 순위를 매길때, 이벤트, 쿠폰, 할인행사로 팔린 분량을 제외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두번째,  문제를 버리고, 답만 추종하는 독자들. 이것은 비단 책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 부류의 독자들이 있는 책은 '책'으로 안 치면 안 될까? 종이를 묶어 놓았다고, 다 책은 아니지 않을까?

세번째, 나쁜 책의 손을 들어주는 독자들. 나는 여기서 아마 제목이 안 나온 책들이 '마쉬멜로 ..'라던가, '씨크릿..'이라던가, '인생수업'이라던가의 메가 베스트셀러들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기저기서 짜집기 한 '이야기'들'만' 가득찬 한심한 책들. 나의 '베스트셀러 혐오기피증' 은 이런 '나쁜 책의 손을 들어주는 독자들' 이 많은 것에 기인한다.

넷째, 정당한 비판의식을 가지지 못한 독자들 역시 불량독자라고 했다. 이 기준은 너무 가혹한 것 같긴 하지만, 맞는 말이긴 하다. 내 경우에는 '정당한 비판의식'을 가질만한 '책을 보는 눈'이 부족해서. 라고 변명해본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내게 '책을 보는 눈'을 길러주는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주관적인 판단이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상실한 독자들. '책을 열심히 읽기 보다는 유행하는 책을 사기 좋아하는 20대 여성층' 이라니.. 쪽팔리고, 할 말 없다.

'소비'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비단 공정무역의 세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각있는 좋은 책'소비'를 하는 것은 '좋은 책'을 출판하기 위한 '좋은 출판사의 노력'을 이끌어낼 것이며, 그것은 다시 '불량 독자'가 아닌, '좋은 독자'를 만들 것이다.  책 한권을 사더라도, 리뷰를 한 편쓰더라도, 책에 대한 잡담을 늘어놓더라도, 항시 '좋은 독자'가 되어, '좋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낼 것이다.

...라고 썼지만, 난 출판사에게 엄청 가혹한 까칠한 독자라는거! 좋은 책, 나쁜 책 가리지 않고, 응원과 비판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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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2-22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하이드님은 절대.....마지막 항목의 불량독자가...될 순 없으시잖아요? =3=3=3

하이드 2009-02-22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난 못 알아들었어 d-_-b 메피님이 무슨 얘기하는지 절대 몰라요. 도리도리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