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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괴
덴도 신 지음, 김미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뭐야, 범인들이 남긴 것이 똥밖에 없단말야?"
이 부분에서 진심으로 웃어버렸다. 책의 내용은 이미 영화화도 되었기에,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 손꼽히는 부호 할머니가 할머니를 유괴하는 어설픈 3인조 유괴범을 지휘하여, 백억엔이란 몸값을 받아 내는 이야기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책을 사고도 선뜻 손이 안 갔찌만, 평이 워낙 좋았다. 이 책이 나온지 30년이 다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일본의 무슨무슨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것은 물론이고, 세월을 전혀 느끼게 하지 않는 참신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온화하고, 보살같고, 평생동안 좋은 일을 해서, 지역에는 할머니를 위해서라면 지옥에라도 뛰어들 사람들이 널려 있다. 잘 웃고, 조그맣고( 납치 당시 체중이 26킬로그램이다)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나문희가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책에서의 여사는 엄청난 포스와 지적 능력, 노련함을 자랑하지만, 우리나라 영화 포스터에서처럼 드세거나 코믹한 이미지는 절대 아니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재미나고, 따뜻하다. 어설픈 20대의 유괴범들이지만, 한편으로는 순박하기 그지없다. 그런 걸 알아챘기에, 여사가 일생일대의 도박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범인들과 그 배후의 인질인 할머니에 당해낼 수 없는 경찰의 모습은 짠하면서도 코믹하다.
인질을 구하는 과정에서의 스케일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뭐라해도 100억엔을 낼 수 있는 집안이라면,
역사상 두번째와도 엄청나게 차이 나는 최고의 금액을 요구하는 인질범이라면, 일본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있을법하다.
정말 강력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주인공인 할머니의 지력과 어리버리하고, 순박하지만, 패기만은 일품인 3인조 유괴범. 할머니를 '최고의 은인으로 섬기는 경찰본부장과 헬기 조종사와 가정부 등의 인물들. 할머니의 각기 개성있는 아들 둘, 딸 둘의 개과천선. 백억엔을 범죄자에게 넘기는 것에 대한 허접 정치인의 트집 잡기라거나, 그에 대한 찬반 양론이 이는 대중들의 모습 등도 놓치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눈치채게 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할머니의 동기와 계기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시간이 많이 흘러도, 줄거리를 다 알아도 여전히 재미난 것은 이 책이 추리소설의 고전으로 남을 수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 주간문춘의 20세기 걸작 미스터리 1위에 꼽혔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