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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ㅣ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평점 :
이 재밌는 책을 이제야 읽었다니, 억울하기 그지없다! 정말로, 진짜로,
이라부 종합병원의 이라부 의사와 마유미 간호사를 만나는 것은 '얼떨떨한' 경험이다.
그 얼떨떨함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일까?( 심각.. 곰곰)
번듯한 종합병원의 후계자(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인 이라부 의사는 신경과( 정신과) 의사이다.
지하의 음침음침한 진료실로 환자가 찾아가면,
'들어오세- 요' 라는 '안 어울리게' 경쾌한 인삿말.
일단 들어가면 초글래머 섹시 간호사 마유미가 '비타민 주사' 부터 꽝 놔준다.
'공중그네' 에서 이라부를 찾는 이들은
야쿠자에서부터( 고슴도치) , 성공한 여류작가(여류작가), 공중그네(써커스 공중그네 베테랑), 3루수( MVP 3루수) 그리고 학부 동기 동종업종의 의사( 장인의 가발) 까지 다양하다.
그들이 이라부와 마유미 간호사와 그 모든 '진료'라고 하는 이름의 행.위. 들에 대해 느끼는 건 아마도 ' 황당함' , '얼떨떨함'
일단 외향부터 독특하기 그지없다.
외근나갔다며 마유미짱과 써커스단을 찾은 이라부. (노란색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
'동행한 간호사는 흰 가운이 아니라 표범 무늬 핫팬츠를 입고 왔다. 이라부는 저지 셔츠 차림이었다. 이해하기 힘든 2인조다.' (82pg) 베테랑 공중그네 곡예사를 치유하겠다고 간 이라부는 100KG도 넘어 보이는 거구의 몸으로 공중그네를 배우겠다고 떼를 쓰고 겁대가리를 상실한 그 특유의 나이브한 성격덕분에 그럭저럭 스윙을 할 수 있게 되고, 써커스 공연에서도 한꼭지를 맞게 된다. 이라부가 공중그네를 배우는동안 마유미는 표범 우리 옆에서 쪼그리고 나른하게 담배를 피고 있는다.
공연을 하게 된 이라부의 의상' 2부 공연이 시작되자, 이라부가 표범무늬 무대의상을 몸에 걸치고 나타났다. 프로레슬러처럼 살찐 프레디 머큐리 같은 분위기였다' (121pg)'
그 외에도 샤넬 저지 아래 위 정장,
에르메스 정장에 백구두, 위, 아래가 붙은 이상한 옷( 분명 브랜드겠지)
마유미의 병실에서의 하얀 가운은 초미니에 가슴굴곡이 훤히 들어다보여, 환자들이 가슴 계곡에 얼빠져 있는 동안 주사를 꽝! ' 아야야야야' ( 주사 실력도 출중해서 매번 환자를 아프게 한다)
이 책은 눈물 쏙빼게 웃기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맛이 가 보이는 이라부를 찾는 이들은 적어도 처음 그를 찾을때는 (그가 맛 간 의사임을 모를는) 엄청난 고민을 가지고 있다. 3루수가 1루 송구를 못하게 되어버렸다던가, 야쿠자가 뾰족한 것에 공포증을 느끼게 되어버렸다던가, 작가가 글을 못 쓰게 되어버렸다던가. 심각해야 하는 의사가 장난을 치고 싶어 미칠지경이라던가.
그들은 치유된다. 그들 마음의 짐을 놓는다. 카타르시스는 없다. 그들이 화려하게 재기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라부 덕분에 무거운 짐을 내려 놓은 그들의 앞날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나도 알지 못하는 마음의 짐을 들고 이라부를 찾고 싶다. 이라부는 어떤 처방을 해줄까? 상상만으로도 키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