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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 피터 버거의 지적 모험담
피터 L. 버거 지음, 노상미 옮김 / 책세상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기독교역사학자이신 어느 교수님께 어느 학생이 물었다. 언제 그 일을 하기로 마음 다짐하셨느냐고. 학부에서 영미문학을 공부하셨다고 알고 있는 우리에겐 영미문학과 미국종교학의 거리감이 상당했으니까, 여쭤볼 만도 했겠다. 그때 아마도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더랬다.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될 때가 있는데, 그 후로는 돌아보지 말고 주욱 걸어나가는 거라고. 잘은 모르지만, 고개가 끄덕여진 건, 교수님의 삶의 궤적을 어렴풋하게나마 주워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시만해도 반 등수로 전공을 정하던 그 시대에 공부를 잘 한다는 이유로 영문학과에 원서를 넣으면서 아주 오랜 후에 종교사를 공부하고 또 가르칠 거라 예상할 수 있었을까? 그 럴 리 가!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지, 한 해 전만해도 지금 이 사무실에 앉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으니까. 재미있는 것은 그 다음이다. 지금 여기에서 뒤를 돌아보면 어딘가를 향해 내가 걷고 있다고 결론짓게 된다는 것이다. 어머나, 뭔소리야? ‘어쩌다 사회학자가 된’ 피터 버거의 이야기를 들으면 더 명확/알쏭달쏭 해질 지도 모르지.

 

이렇게 피터 버거를 알게 되다

피터 버거. 사회학에 대해 이름은 들어봤지만, 무엇을 하는 전공인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내가 이 책을 읽고 알게된 건 무지하게 많다. 사회학이 어떤 건지 구경도 했고, 종교사회학이란 분야가 있다는 것도 알았으니까. ‘기독’이라고 쓰고 개독이라 읽는 요즘 우리나라에서 교회와 삶은 (신앙의 문제로 파고 들면 삼천포로 빠지게 되니 각설하고) 잘 나눠 놓는 게 마음이 가벼운 법인데, 종교사회학이란 걸 전공해버리고 나면, 일도 삶도 뭣도 다 종교라는 틀 안에서 애매모호한 채로 살 수 있고, 그렇게 살아도 된다는 걸 구경했다고나 할까? 그런 일을 하다보면 개인의 종교적 색채가 변하는 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피터 버거도 그랬으니까.

내 머릿속에서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책의 다양한 부분에서 조금씩의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뭔가 부끄럽게, 혹은 민망하게 여기며 살아야 하는 건 없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으니까. 자신이 공부해 온 흔적을 살피는 것도, 그때그때 했던 고민들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아주 사소할 수 있는 진리를 알았달까?

 

그러니까, 안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조언을 얻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아는 것 자체가 뭐 그리 중요한가에 대해 고민했다. 행동을 하기 위한 동인으로 아는 것이 존재해야지 단순히 알고만 있으면 그 무엇도 해결할 수 없는 게 아니냐고 따져묻고 싶은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래,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지침은 각자가 알아서 자신에 맞게 움직이면 되는 거다.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알게 된 것을 알려줄 수는 있지만 남에게 어떤 걸 하라고 강요할 순 없다는 걸 계속해서 깨닫는다. 피터 버거가 시종일관 꺼내는 말은, ‘알았다,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알고 나니 궁금해졌고, 사람을 모아 이야기를 나눴고, 흥미로운 주제를 찾았고, 또 알기 위해 연구했다. 연구하다보니 새롭게 알았고, 알게 된 것을 써서 나누었더니, 무엇인가가 변했다.

워낙에 사회학에 대해 아는 게 없다보니, 알아들을 수 있는 건 많지 않았지만, 적어도 관심은 생겼다. 베버의 저작과 방법론도 궁금해졌지만, 뭣보다 <의심에 대한 옹호>에서 피터 버거가 내린 결론이 무엇인지 정말이지 궁금하다. 이렇게 아는 것이 책을 타고 전해질 수만 있다면, 아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게 되겠지?

 

정해지고 나면 정리가 되는, 구슬이 꿰어지는 놀라운 인생사.

앞서 언급한, 역사학자이신 선생님의 말씀 중에, 현재가 과거를 결정한다. 미래가 현재를 결정한다와 같은 문장이 있었는데, 정확한 건 후자인 것 같다. 어쩌거나 그렇다. 피터 버거가 마지막에 기차장난감 얘기를 꺼낸 걸 봐도. 처음부터 그 얘기를 하면 재미없어지니까, 어쩌다로 시작했지만 알고보니 난 떡잎부터 그랬다고 말할 수 있게 되는 효과를 노렸을 지 모른다.

하지만, 나도 (어쩌면 그대에게도) 마찬가지다. 배우가 되겠다고 대학로를 배회하던 그 시절에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 행사로 짤막한 연극을 올리겠다고 밤마다 남아서 연습을 하던 어린 내 모습을 자주 떠올렸지만, 지금은 뜬금없이 내 눈을 바라보며 “너같은 눈을 가진 애들은 문학을 해야 해.”라고 말하던 학원 국어 강사의 말이 더 자주 생각나니까. 하긴 뭐, 쿠데타가 최선의 선택이 될 수도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개인적인 얘기 더 해서 뭐하나. 연말이 되면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겠지. 현재가 과거를 어떻게 정리해버릴 지를!

제목이 주는 무게감이 상당해서 책을 덮는 내내 ‘어쩌다’를 생각했지만, 정작 피터 버거는 어쩌다라는 말을 다양한 곳에 쓰지 않는다. 단 하나, 신학을 공부하기 전에 사회를 알아야겠어서 선택한 것이 사회학이라는 그 사실 하나에만 쓴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렇게 읽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후에 군 징집과 이어지는 생계유지수단때문에 사회학자의 길에 더욱 깊이 들어가긴 하지만, 확실한 건 원치 않았는데 자꾸 빨려들어간 길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분명히 즐겼고, 자발적으로 걸어갔다. 그 점이 너무나 좋았다.

 

“난 다른 걸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연기를 한다.”고 말했던 선배님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어린 마음에 나는 이것저것 모든 걸 할 수 있지만, 내가 좋아서 연기를 한다고 말하는 선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젠 안다. 그것이 얼마나 자부심이 가득 담긴 말이었는지를. 피터 버거가 선택한 ‘어쩌다’라는 말을 자꾸 되뇌이게 되는 것은 그 단어가 가진 1차적인 의미 때문은 아니다. 심드렁하게 꺼냈지만, 전혀 심드렁하지 않은 그의 진심이 잘 포개져있기 떄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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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미 2012-07-21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읽었습니다. 저도 어쩌다가 삶의 중요한 키워드라고 봐요. 어쩌면 제목의 번역을 무지 잘한것 같이도 하구요. 철수 아저씨나 피터버거 같은 대단한 사람도 그렇겠지만 저도 그렇고 참 어쩌다 신간 평가단도 하게되어 다양한 분들 생각도 공유하게 되고 감사하죠.

미쓰지 2012-08-07 11: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제서야 글을 확인했습니다. 입에서 쉽게 도는 제목은 아니지만, 한번 보면 자꾸 생각나는 제목이라 정말 잘 지었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신간평가단을 통해 편식하던 습관이 조금 바뀌게 되고,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 저도 좋더라구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끝내고 싶지는 않은, 기분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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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이일훈과 국어선생 송승훈이 e메일로 지은 집, 잔서완석루

제가 살고 싶은 집은

이일훈, 송승훈 외│서해문집


어떤 집을 짓고 싶으세요? 누구에게나 살고 싶은 집에 대한 로망이 있지요. 잘 만들어진 집을 찾아 다니는 이유도 아마 그것 때문일 거에요. 여기, 아예 집을 지어버린 사람이 또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집의 모습을 도면이 아닌 글로 써보내달라는 건축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지요. 국어선생님에겐 그 것이 자신의 도면이기도 했을테니까요. 미리보기로 제공하는 만큼 읽었는데, 다음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했던 책입니다. 집을 지으려면 마음만 가지고는 안 되겠지만, 저도 오래전에 접어두었던 꿈의 집을 그려보았답니다. 


크라잉 룸

박진진│공감의기쁨


장마철이지요. 비오는 감성에 어울리는 책 한 권 들어볼까요? 크라잉 룸입니다. 울고 싶을 때 들어가서 맘껏 울 수 있는 방이란 말이겠지요. 요즘은 사생활이란 것의 경계가 아주 모호해져서 제 방에 있을 때조차도 잘 울지 못하게된 것은 아닐까 고민하곤 해요.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을 곳일텐데도 경계의 더듬이를 세워놓아야 할 것 같다고 해야할까요? 이런 까닭에서인지 한때는 최루성 영화가 유행을 했었는데, 요즘은 그런 것도 없네요. 엉엉 울지 않아도 ‘공감’이 주는 힘이 강력합니다. 우리의 감성을 또 눈시울을 촉촉하게 만들어줄 지 모르겠는, 박진진의 크라잉룸입니다.



헤밍웨이를 위하여

김욱동│이숲


우디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를 혹시 보셨나요? 마차를 타고 1920년 대로 타임슬립한 한 남자는 꿈에도 그리던 헤밍웨이를 만나게 되지요. 그 헤밍웨이의 분위기는, 뭐랄까요, 딱 작가 같았습니다. 헤밍웨이의 글을 읽은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러, 읽긴 읽었는지 읽었다고 기억만 하고 있는 건지 모를 정도인데요. 헤밍웨이를 위한, 학자의 글이 책으로 나왔네요. 작가론와 작품세계를 문학도가 아니어도 읽을 수 있게 소개하고 있다고 하니, 차근차근 읽어보면 어떨까요? 




지중해, 내 푸른 영혼

행복의 충격

김화영│문학동네


문학평론가 김화영의 청년시절을 담고 있는, 지중해 연안의 엑상프로방스에서 만난 행복에 대한 에세이가 개정판으로 나왔네요. 베스트셀러였던 적은 없었지만 절판없이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는 이 책. 저자에겐 청춘을 보듬는 이야기이겠지만, 우리에겐 1970년대 우리 청년들의 정서와 엑상프로방스를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요. 청춘, 굳이 타임슬립을 하여 그 시간대에 똑 떨어지지 않아도 우린 책을 통해 그 시대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그 푸르름과 행복을 생각해볼 수 있을 거예요. 표지만 보아도, 행복이란 말을 입 안에서 굴리기만 하여도 지중해의 푸르름이 전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여행기

여행생활자

유성용│사흘


2007년 처음 나온 이 책도 개정판을 내었네요. 유성용. 페이퍼란 잡지를 통해 알게 된 분인데, 스스로 ‘여행생활자’란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하지요. 여행생활자, 처음 드는 말이라해도 단박에 그 뜻을 알 것만 같은 아주 직관적인 이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행이 생활인만큼 자유롭진 못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의 삶을 들여다보며 우리도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내보는 것은 어떨까요? 늘 보던 가로수도 조금은 달리 보일 지 모르지요. 게다가 여름 아닙니까? 어디든 여행지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그 습하고 푹푹한 더위가 있으니까요.


문화매거진 오늘

원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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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희곡에서 배우는 정의

셰익스피어, 정의를 말하다

켄지 요시노│지식의날개(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햄릿, 리어왕, 베니스의 상인.... 영국의 자랑,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 정의를 문제를 생각해보는 책이라고 합니다. 셰익스피어의 저력은 작품이 가진 골격이나 캐릭터가 허무맹랑하지 않다는 데에 있죠. 다시 말하자면, 납득이 된다는 겁니다. 신분이나 상황이 다를 뿐, 우리 또한 셰익스피어 작품 속 인물처럼 욕망하고 갈등하고 실수하거든요. 남의 이야기를 보듯, 정의를 콕콕 짚어보고 나면 내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 속에서도 정의라는 게 하나둘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르죠. 어떠십니까?




끌림2, 이병률 여행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달


여행산문집. 여행 관련 서적이라면, 여행기, 여행정보지 등이 있겠지만, 여행산문집을 무시할 수 없죠. 여행이란 그런 것이니까요. 지역만의 경치, 맛도 중요하지만, 바로 나, 여행하고 있는 여행자의 감상이 빠지면 여행이 아니게 되니까요. 우리가 사진을 찍고 일기를 쓰는 것도, 다 이런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겠습니까. 여행지에 따라나서지 않아도, 사진과 글만으로도 여행객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 여행 관련 책이 주는 은혜일 것입니다. 게다가 감성 돋는 이병률의 여행이니, 촉촉한 여행을 꿈꾸신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




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마음의숲


비가 오기 때문일까요? 촉촉해서인지 감성이 마구 돋아납니다. 소설가 김연수의 머릿속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기회. 산문집이 나왔습니다. 김연수의 어린 시절부터 중년까지 살아낸 삶과 생각들이 잘 버무려져 있다고 하죠. 가상이든 실제든, 결국 누군가의 삶을 다룬다는 점에서 소설과 산문은 맞닿는 부분이 있죠. 실제이기에 조금 더 무겁고 생생한, 김연수의 문장을 만나러 갑시다.






세상을 따뜻하게 사는 한 가지 방법

알바에게 주는 지침

이남석│평사리


이 책 뭐지? 처음엔 그랬어요. 하지만 살펴볼수록 야릇하게 통쾌한 책이네요.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걸어온 만큼 네 인생이라고 정공법으로 위로를 주는 책도 좋지만, 헐렁하게 주위를 맴돌아 무장해제시킨 후에, 싸매놓은 상처가 비칠 때 빨간 약을 슬쩍 발라주는 책도 좋겠어요. 이 책이 정말 그런 책이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우리는 스스로 힐링을 찾아다니는 셀프 힐링의 시대에 살고 있으니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써보는 것도 좋잖아요. 셀프 힐링이라도 제 몫을 할 수 있기를, 바랄뿐입니다.



가이드북에 없는 유럽의 작은 마을 탐방기

천 번의 여행에서 찾은 수상한 유럽

톰 체셔│이덴슬리벨


포항으로 여행 오는 사람에게 여러분은 어떤 곳을 추천하시나요? 일본식 가옥거리, 수목원, 칠포... 많지요. 그다음에는요? 여행을 많이 다니는 사람들은 이제 그 지역의 진짜 속살을 만나고 싶어합니다. 포항에 산다고 해서 밥 먹듯 수목원에 가지는 않으니까요. 우리의 가이드북엔 없는 흥해읍, 여남동처럼 유럽에도 그런 동네가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거기서 진짜 유럽을 만나고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그걸 노리고 있는 것만 같아요. 프랑스에 가서 루브르와 오랑주리 미술관을 보고 오는 것도 좋지만, 프로방스의 작은 마을에서 짐을 풀고 몇 박을 해보는 것도 좋을 테니까요. 하, 여행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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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6월 한 달간 나온 책을 살펴보며 무엇을 읽을까 고민해보는 시간입니다. 다양하고 많은 책이 나왔지만, 제 눈에 걸린 책을 모아보니 뭔가 비슷한 점도 있어보이네요. 뭘까, 굳이 잡아보자면 다양한 ‘오늘’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슬쩍 웃으시는 분도 계시겠지요. 저에게 ‘오늘’은 조금 다른 ‘오늘’이니까요. 하하. 하지만 읽을 책을 고른 뒤에는 ‘오늘’이라 할 수 있겠네, 라고 말씀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보실까요?


셰익스피어 희곡에서 배우는 정의

셰익스피어, 정의를 말하다

켄지 요시노│지식의날개(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영문학과에 진학해서 처음으로 맛보는 좌절이 셰익스피어라고 하지요. 극작과 학생들에게도 셰익스피어는 그런 사람입니다. 오죽하면, 셰익스피어란 인물이 실존인물인가를 묻는 음모론도 있답니다. 한 사람이 명작 하나 쓰기도 쉽지 않은데, 그 시대를 생각하면 분명히 시간이 많지 않았을 텐데도 이런 명작을 수두룩하게 써냈기 때문이죠.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명작인 이유는, 아마도, 작품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그 갈등이 인위적이지 않고 인간의 본성을 건드리는 데에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니,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두고 정의를 생각해보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겠죠. 헌법학 교수가 희곡을 읽으며 찾아낸 정의의 문제, 함께 고민해 볼 가치가 있는 것 같은데요,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경제학, 철학, 통계학, 정치학으로 풀어낸 법의 모순

법은 왜 부조리한가

레오 카츠│와이즈베리


앞의 책이 문학작품에서 정의를 찾아보는 헌법학자의 지적탐구를 다뤘다면, 이 책은 경제에 뿌리를 두고 있는 로스쿨 교수가 경제학, 철학, 통계학, 정치학 등의 인문학 지식을 통해 법의 모순을 살피는 지적탐구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카피에서 보듯, 법은 종종 우리의 상식과 기대를 배반하지요. 법망을 요리조리 잘 피해가는 기득권을 보면 더 하죠.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어느 드라마를 보면, 권력을 가진 사람이 법을 이용하여 자신의 죄과를 덮는 과정이 극적으로 나오지요. 그럴 때마다 우리는 한숨을 쉬게 됩니다. 진정 법이란 저런 것인가, 하고요. 그러니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도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정말 왜 그럴까요? 


여자들 사이의 섹스 없는 사랑에 관한 사적인 이야기

보스턴 결혼

에스더 D. 로스블럼, 캐슬린 A. 브레호니│이매진


이 책 뭘까? 궁금했습니다. 보라색으로 가득한 책표지와 ‘보스턴 결혼’이라니. 카피도 카피였고, 이래저래 궁금하여 살펴보니, 동성애/성소수자 카테고리에 있는 책이더군요. (원제만 살펴봐도 알 수 있었는데... 이노무 영어울렁증!) 성소수자와 관련하여 몇몇 분의 커밍아웃도 있고, 페스티벌도 있고, 영화도 있고... 하여서 책도 꽤 나왔겠거니, 짐작만 하고 있었는데, 알라딘에서만 보면 동종 카테고리에서는 무려 1년 만에 나오는 새 책입니다?!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가만히 있는 게 좋다,고 배워왔습니다만, 사실 궁금해요. 제가 뭘 알고 있는지, 오해하고 있는 건 없는지. 이 책이 어쩌면, 편견을 버리는 데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이 생각마저도 편견일 수 있겠습니다.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

노동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최희봉


며칠 전 확정한 내년도 최저임금은 4860원. 이걸 고맙다고 해야하나, 싶은 정도로 오르긴 올랐지만 안 오르니만 못하다고 하기는 뭐하지만, 뭔가 엿을 받은 기분이 드는 금액이었죠. 저 최저임금을 주고도 세금을 떼어가는 실정이니, 실제로 받는 금액을 따져보면, 이야 한숨 나오죠. 한 달 꼬박 일해서 임금을 받아 집세 내고, 이자 내고, 밀린 카드비 내고 나면 또 남는 게 없다보니 교통카드, 통통신비, 식비 등등은 다시 카드로 해결하게 되는 이놈의 악 순 환. 여기, 친히 미쿡의 시급알바생으로 인카네이션한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를 읽으며 이 한번 악 물어보고 주먹 한번 쥐어보며, 오늘의 비정하고 불편한 진실을 마주보기로 해봅시다. 재벌이 끌고 다니는 외제차를 (60개월 할부로) 살 수 있다고 해서, 우리가 노동자가 아닌 건 아니니까요. 


Deleuzian Cinematology │다중지성총서3

들뢰즈의 씨네마톨로지

조성훈│갈무리


들뢰즈. 잘 모릅니다. 하지만 모른다고 해서 쫄지 말자구요. 아는 분은 아는 분대로, 모르는 분은 모르는 대로 이 책을 읽고 들뢰즈를 배워가면 되는 거죠. 처음으로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답니까? 차근차근 배워보기로 하자구요. 쉽지 않아보이지만, 씨네마톨로지란 말은 영화와 증후학의 합성어로 이미지 분류학을 말한다고 하네요. 이건 도대체 뭔지,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따져보며 읽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전에 한번 아주 복잡한 연극을 본 적이 있었어요. 다 보고 나와서는 출연했던 분에게 “너무 어려워요.”하고 찡찡거린 적이 있었지요. 그때, 그분은 “다 알려고 하지 말고, 아는 만큼 즐겨라.”라는 명언 남기셨답니다. 넵, 아는 만큼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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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간, 일이 치이느라 날이 가는 지도 모르고 살았더랬습니다. 한숨 돌리고 나니 한 주가 슬쩍 지나가 버린 게 아니겠어요? 죄송합니다. 매주 무언가를 한다는 게 상당히 부지런해야한다는 것을 다시 느끼는 시간이었어요. 여러분의 여름은 어떠신가요? 여름 휴가 전, 몰아치는 일 때문에 지치시지는 않으셨는지요. 


세상을 놀라게 한 차별 수업 이야기

푸른 눈, 갈색 눈

윌리엄 피터스│한겨레출판


차별에 대해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차별을 해보고, 당해보는 것일 겁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온 것들도 다시 생각해보면 충분히 폭력적일 수 있다는 걸 느껴볼 수 있기도 하겠고요. 이 책은 1960년대 말 인종문제가 불거진 미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실험처럼 시작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별 거 아닌 이유로 차별을 해보고 당해보는 것이죠. 푸른 눈/갈색 눈으로 나누는 겁니다. 그리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아이들은 무엇을 느끼고 배웠을까요?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경향 특별기획보도

10대가 아프다

류인하, 박효재, 이재덕, 곽희양, 이혜인, 배문규│위즈덤경향


경향신문이 올 해 초에 연재했던 기획, 10대가 아프다가 단행본으로 나왔습니다. 기사를 읽으면서 설마했던 청소년의 삶이 상상했던 것 이상이라는 걸 확인할 때마다 얼마나 깊은 한숨이 쏟아져나오던지. 그래도 우리는 보아야 하고,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돌아보게 되겠죠. 10대가 스스로 아픈 게 아니라, 가해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 가해자는 누구일까요?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함께 읽고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몽환적인 예술과 켜켜이 쌓인 시간을 따라가는 파리 산책길

파리의 어떤 하루

강석균│넥서스BOOKS


<스토리 인 파리 - 그곳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아>의 개정판이라는 군요. 요즘처럼 여행관련 책이 많이 나온 적도 없지 않을까 싶게 여행책이 나오고 있죠. 출판사에서도 어떻게든 변별력을 갖춘 책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을 텐데, 워낙에 많은 책이 나오다보니 그마저도 알아보기가 쉽지 않은 게 요즘입니다. 네, 실은 이 책이 어떠어떠한 경쟁력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이번주 여행에 목마른 나에게 단비같은 책으로 삼아보고자해서 선택한 것이에요.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지는 때가 있잖아요. 비가 온다는 이번 주말에는 책과 함께 파리에 다녀오시면 어때요?


잉여라 쓰고 ‘나’라고 읽는 인생들에게

단열단상

문단열│살림Biz


유명한 영어강사로만 알고 있었는데, 슬쩍 보기만 해도 문단열의 삶이 녹록하지 않았던 것 같네요. 신학자의 꿈을 품었다가 영어강사된 것도 궁금하고, 아프고 힘든 순간에 지치지 않고 다시 일어선 그 힘도 궁금하고, 에세이를 적어내려간 그 마음과 글도 궁금해지고 말이지요. 문단열의 에세이를 읽으며 지친 마음을 달래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짧은 글들을 모아놓은 것이라 긴호흡으로 읽기 부담스러울 때에도 충분히 이 책은 괜찮다고 말해줄 거에요. 




문화매거진 오늘

원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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