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감의숙에 내려가 있으면 베란다로 뛰어나가서

동동거리며 달리다가 난간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지나가는 자동차 구경하기,

베란다와 계단이 만나는 끝부분에 마무리가 덜 되어 한 사람쯤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거기서 한 손으로만 난간 잡고 앞으로 몸 기울이기,

3층 높이에서 떨어지는 모든 것은 흉기가 될텐데 물건 아무거나 집어던지기,

조심한다고 문단속을 하지만 아무래도 요즘 잠금장치를 돌려서 열 수 있게 된 듯

열어놓은 창문턱에 올라앉아 10여 미터 아래를 내려다보기,

손님들이 다녀가시다 계단 앞 문을 혹시 슬쩍 닫아놓기라도 하면 어느 새 도로에 뛰어들기...

이런 까닭으로 너덜이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였는데

무척이나 가파른 시멘트 진입로에 페트병이나 장난감 하나 떨어뜨려놓고

데굴데굴 굴러가는 것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달려가다시피 내려가는 것이 재미있는지

비바람이 불어도 햇볕이 내리쬐어도 잠시만 방심하면

어느 새 문 밖을 나서 종종거리는 모습이 창을 통해 내다보인다.

달려내려가서 붙잡아 안고 올라오는 것도 한 번, 두 번이지 너무 힘들어서 어쩌나 잠시 두고 보면

실컷 오르락내리락 하더라도 동네 길로 나서지는 않고 결국 돌아올라오는데

현관 앞에 이를 즈음이면 하아하아 숨을 몰아쉰다.

그러고도 자꾸 뛰쳐나가니 요즘 엄마는 대부분의 일들을 문 앞에 앉아서 한다.

책도 읽고, 바느질도 하고, 과일도 깎고 ...

그래도 동감의숙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편안하고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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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6 20: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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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6 20: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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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아버지는 106세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14
칸노 유키코 그림, 마츠다 모토코 글, 최진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5대가 함께 생활하는 남자아이가 106세이신 고조할아버지가 살아오신 이야기를 들려주고

돌아가신 후 수십 명의 후손이 모여서 장례를 치르는 모습을 보면서

태어나고 자라고 혼인을 하여 가족을 이루고 자식을 낳고 생을 마치는 과정에서

이어지는 혈연의 끈, 그 위에서의 자신의 존재를 생각한다.

고조할아버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태어난 아이가 자라서 혼인을 하고 그 아이의 아이가 태어나 자라고 혼인을 하고 또 아이를 낳고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어 마지막에 내가 있는  모습을 양쪽페이지에 걸쳐 보여주는 부분이 있는데

처음에는 갓 다섯살 된 미니가 이걸 이해하기에는 좀 복잡하지 않을까 싶었다.

거의 매일처럼 자주 읽던 지난 봄 이후 한 번도 읽지 않은 여러 달이 지난 오늘,

그것이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봄에도 그럼 자기도 자라면 어떤 신랑을 만나서 혼인을 하고 아이를 낳을 것인지

그러면 엄마, 아빠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그 아이랑 놀아줄 것인지

그 아이가 자라서 혼인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자기도 할머니가 될 것인지

여러가지 궁금한 것을 시시콜콜 되풀이해 묻고 확인하기를 거듭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머뭇거리며 자기가 아이를 낳고 엄마,아빠가 할머니,할아버지가 되면 죽게 되는지 놀란 토끼 눈을 감추지 못하며 초조한 듯 물었던 것이다.

네가 다 자라고 혼인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럴 때까지 엄마, 아빠는 절대 죽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켰지만 그걸 늘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며칠 전에 뜬금없이 자기는 어른이 되기 싫고 어린이가 좋다길래

그 까닭을 물었더니 어른이 되면 돌아가야 하니까 어린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경험한 적도 없는데

왜 벌써 죽는 것이 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는데 오늘 그 의문이 풀렸다.

잠자리에 들어 잠들기 직전이면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는지

어느 날은 유치원 친구가 "못 그리네!"라며 자신의 그림을 폄하한 것에 대해 울분(?)을 토하기도 하고

오늘은 텔레비젼에 나온 색깔인데 왜 민우오빠는 둘이 같이 빨강색을 하면 안된다고 하고

혼자서만 빨강색을 많이 하겠다고 하는지 섭섭한 마음도 내비치고 그러더니

자기는 어른이 되기 싫고 어린이가 좋다는 얘기를 다시 하면서 묻지도 않았는데 친절하게 까닭을 설명해준다.

자기가 어른이 되면 엄마가 돌아가야 하니까 어린이인 것이 좋단다.

엄마가 돌아가는 것은 너무 싫다나?

요즘 옛날이야기를 좋아해서 전래동화도 많이 읽는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들어오시는 새어머니들이 다들 왜 그러신지 그런 탓도 있는 듯 하지만

(조카가 어릴 때 자꾸 시어머니는 정말 나쁘고 싫다고 해서 어이없어 했던 일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발음이 정확하지 못하여 새어머니를 늘 시어머니라고 했던 것이었다.^^;;)

봄에 이 책을 읽으면서 먼 과거로부터 먼 미래까지 자신의 삶을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진 탓인 것 같다.

그리고 엄마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어린 마음 속에서 아마도 계속 돌이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젠 아빠랑 단 둘이 외출도 하고,

혼자 떨어져서 사촌오빠와 노는 것이 엄마,아빠,동생과 함께 가는 것보다 더 좋다고 하길래

이제 점점 엄마 품을 떠나는가 싶었더니 그래도 아직은 품 안의 자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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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1 12: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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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07-08-12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쪽도 잘들 지내지?^^
 

섬집아기나 클레멘타인,슈베르트,브람스의 곡 등 전통적인 자장가를 불러주던 시기가 지나고

개구리소년 빰빠바, 랄랄라 랄랄라 파트라슈,외로워도 슬퍼도 캔디 등 만화영화 주제곡을 지나

산타루치아(잔잔한 바다 위로, 창공에 빛난 별로 시작되는 두 곡),

4월의 노래(목련꽃 그늘 아래서)를 들으며 이리저리 뒹굴다가 잠이 든다.

한 가지 노래를 잠들 때까지 몇 번이고 계속 불러주어야 되는 것이 힘들어서

엄마찾아 삼만리, 그 집 앞, 봄처녀, 그네, 돌아오라 소렌토로, 꿈길, 가고파,보리수 등

새로운 곡을 시도해 보았지만 성공한 것은 4월의 노래 한 곡 뿐이다.

다른 곡을 한 소절 부르면 <어~,어~>라고 부르짖으며

거부의 몸짓으로 머리를 땅에 콩콩 부딪치고, 잠시라도 멈추면 역시 같은 반응이다.

같은 노래를 어찌나 많이 불렀는지 드디어 오늘 밤에는 누나가 불러주는 산타루치아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산타루치아와 4월의 노래에 음악적으로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이 노래들을 즐겨들으며 잠드는 태민이가 좋아할 만한 다른 자장가 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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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10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애들 재울 때 자장가를 불러주곤 했는데
저 역시 같은 레파토리를 부르는게 지겨워
학창시절 배웠던 가곡까지 다 튀어나오곤 했지요.
지금은 알아서 자지만
자장가를 불러주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5년이 흐른것을 생각하면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또 느낄 수 밖에요.

miony 2007-08-10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째가 요즘 한창 이곳 저곳 기웃거리고, 난간에 올라가고, 도로로 뛰어들기도 하고, 급경사 시멘트 비탈길을 걸어내려가곤 해서 정말 하루종일 뒤를 따라다녀야 합니다. 잠깐만 놓치면 간담이 서늘한 일이 생기곤 해서.. 아이들을 다 키우신 것 같아 부럽습니다.

2007-08-11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도와 봄이가 열흘 정도 머물다 갔다.

봄이는 그 야무진 말솜씨하며 여성스러운 몸짓으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아직 말과는 담을 쌓고 있는 <아기>태민이는 따로 엄마한테 안겨 놀고

<언니>봄이는 알도와 미니가 하는 일에 빠지지 않고 동참하였다.

처음 사나흘은 그야말로 사이좋게 양보도 잘 해주고 노는 듯 하였으나

아니나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가지 장난감을 놓고 서로 밀고 당기며

전하는 말에 의하면 <정말 정말 미워!> <우리 집에 오지 마!> 등의 대사가 오간 끝에

토라져서 시무룩하게 있다가 낮잠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어느 하루 미니가 동감의숙에 내려가자

미니는 미니대로 왜 너덜이에 있고 싶은데 나를 데리고 왔느냐며

당장 다시 올라가자고, 민우오빠만 좋고 다른 친구들은 다 싫다고 대성통곡을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 미니까지 집을 비우자 알도는 알도대로 훌쩍였다고 한다.

지난 번엔 떠받들어주고 돌봐주며 놀아주던 아라언니, 해빛나 언니와 헤어지고

너무너무 심심하다며 역시나 아라언니, 해빛나 언니만 좋고 다 싫다며 엉엉 울었지만,

산골에서 여러 손님을 맞고 떠나보내다보니 미니도 많이 적응이 되기도 해서

" 영우야, 다음에 또 놀러 와!"

라는 말로(다행히 눈물을 흘리지 않고) 보내는 아쉬움을 달래었다.

조그만 다툼은 있어도 아침에 눈만 뜨면 할머니 댁에 가서 알도와 노느라 엄마는 돌아보지도 않았던데다

오늘 전원생활에서 품앗이 육아 기사를 읽고 보니 또 더욱 미니에게 함께 놀 친구가 없는 것이 걱정스럽다.

태민이도 아직은 너무 어리고...

아뭏든 오빠가 선물해주고 간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더하기 1이다.

98 더하기 1까지 완벽하게(?) 답할 수 있고 100 더하기 1은 101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지만

99 더하기 1은 무엇일까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 미니.^^

10까지의 수 개념도 제대로 자리가 잡히지 않았지만 오빠 덕분에 더하기 1부터 먼저 배웠다.

그나저나 흐린 날씨 탓에 일주일만에 만난 아빠와 계곡에는 가지도 못하고 하루종일 방콕하다가

다음 날 물놀이 5종 세트를 챙겨들고 목포에 들러 상경한다던 오빠는

사흘 째 제법 많이 내리는 빗 속에서 무사히 귀가했는지 안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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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8-08 0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이 다녀가셨군요..아이들이 서로 한참을 그리워하겟는걸요..

miony 2007-08-08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하트모양 종이에 <오빠,미안해. 오빠가 갖고 싶은 것 자꾸 달라고 해서. 다음에는 양보 많이 할께. 또 놀러 와!>라고 글로 쓰지는 못하고^^;; 말로 편지를 썼답니다.

2007-08-09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sh2886 2007-08-09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말로 편지를

miony 2007-08-09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동안 산에는 줄기차게 굵은 빗줄기가 내려서 걱정했는데 정말 잘했다. 지난 주말부터 계속 햇빛 한 자락 안 비치고 매일 비의 나날이다. 오히려 요즘이 장마처럼 느껴져.

2007-08-11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 20개월 열흘을 지나며 3차 시도를 한 끝에 드디어 젖을 뗐다.

첫 날 오후에는 격렬한 울음과 몸짓으로 2시간을 울어대어서 엄마는 박치기 당한 입술이 두어군데 터지고 팔다리에는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다음 날 새벽 그런 울음은 30분으로 줄었고 완벽하게 젖 먹는 포즈로 얼굴을 가슴에 묻고 잠이 들었다.

둘째 날 밤에는 이제 못 먹고 잔다는 것을 안다는 듯

어찌나 구슬프게 훌쩍이다 잠이 드는지 그만 마음이 약해질 뻔 하였다.

셋째 날 밤엔 그 훌쩍임도 줄어들고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약간 어거지를 쓴 것이 전부였다.

드디어 어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밤새 한 번도 깨지 않고 아침까지 잤다.

게다가 무척 불어서 힘들었던 엄마 젖도 젖몸살을 하지 않고 다행히 오늘 아침부터 진정되고 있다.

지금 엄마의 두 뺨에는 감격의 눈물이 흐르는 듯 하다.^^

이제 영양가 있고 맛있는 음식을 챙겨먹일 과제가 남았는데 이것이 걱정이긴 하다만

앞으로는 여러가지 골고루 잘 먹고 아토피 없이 튼튼하게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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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7-2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만 20개월이나 수유를 하시다니 대단하세요.
저희 수 이 날때쯤 젖을 깨물어서 "안돼!" 하면서 살짝 입을 때렸더니 그 후엔 절대로 젖을 안 물어서 바로 젖을 뗐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부터 제가 자꾸 수보고 "에구~. 성질머리"하고 부르게 됬다지요.

미설 2007-07-23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아니랍니까. 맘이 약해서 그러신거죠. 젖을 떼야 애들이 밤에 푹 자고 이제 씹어 먹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을 줄텐데 사서 고생을 하시다니... 잘 하셨습니다. 축하드려요.

알맹이 2007-07-23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뗀다고 한지가 언제였는데. 이제;; 그래도 대단하다. 축하해~

작은이모 2007-07-24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애썼다..

miony 2007-07-24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수가 젖 뗀 사연은 제가 들은 것 중에서 가장 특이하네요.또 무척 부럽기도 하고^^
다른 님들, 제가 좀 뜨뜻미지근하다보니 늦어졌지만 이제 무척 시원하네요.감사!!!

2007-07-30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ony 2007-07-30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벌써 끌려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아직 말을 못해서 의사소통 안된다고 아무데나 머리박고 울고 떼쓰고 그러는데 고쳐보려고 노력 중이랍니다.^^;;

2007-08-11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