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감의숙에 내려가 있으면 베란다로 뛰어나가서

동동거리며 달리다가 난간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지나가는 자동차 구경하기,

베란다와 계단이 만나는 끝부분에 마무리가 덜 되어 한 사람쯤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거기서 한 손으로만 난간 잡고 앞으로 몸 기울이기,

3층 높이에서 떨어지는 모든 것은 흉기가 될텐데 물건 아무거나 집어던지기,

조심한다고 문단속을 하지만 아무래도 요즘 잠금장치를 돌려서 열 수 있게 된 듯

열어놓은 창문턱에 올라앉아 10여 미터 아래를 내려다보기,

손님들이 다녀가시다 계단 앞 문을 혹시 슬쩍 닫아놓기라도 하면 어느 새 도로에 뛰어들기...

이런 까닭으로 너덜이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였는데

무척이나 가파른 시멘트 진입로에 페트병이나 장난감 하나 떨어뜨려놓고

데굴데굴 굴러가는 것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달려가다시피 내려가는 것이 재미있는지

비바람이 불어도 햇볕이 내리쬐어도 잠시만 방심하면

어느 새 문 밖을 나서 종종거리는 모습이 창을 통해 내다보인다.

달려내려가서 붙잡아 안고 올라오는 것도 한 번, 두 번이지 너무 힘들어서 어쩌나 잠시 두고 보면

실컷 오르락내리락 하더라도 동네 길로 나서지는 않고 결국 돌아올라오는데

현관 앞에 이를 즈음이면 하아하아 숨을 몰아쉰다.

그러고도 자꾸 뛰쳐나가니 요즘 엄마는 대부분의 일들을 문 앞에 앉아서 한다.

책도 읽고, 바느질도 하고, 과일도 깎고 ...

그래도 동감의숙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편안하고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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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6 2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6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