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혼자서 소리소문 없이 쉬를 한다.
조그만 주스 병부터 2리터 들이 생수병까지 가리지 않고 쉬를 하니
집안 곳곳에 널려 있는 펫트병 중에 쉬를 해보지 않은 병이 없을 정도다.
처음엔 쉬 할 때마다 변기에 가져다 붓고는, 그 재미로 나오지 않는 쉬도 억지로 짜내곤 하더니
시간이 갈수록 오줌이 든 페트병이 집안 곳곳에 뒹굴고 있다.
신경쓰지 않아도 알아서 하게 되니 좀 편안하긴 한데
병이 아니면 그냥은 하지 못하던 쉬를 이제 아무데서나 하게 되자 문제가 생겼다.
주로 문을 열고 문턱에 서서 쉬를 하다보니
그 문이 욕실 문이라면 욕실 바닥에 쉬를 하는 것쯤은 너그러이 봐 줄 수도 있는데
바깥으로 나 있는 문이 3개나 있다보니 신발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승욱이 형이 생애 처음으로 떠나게 된 해외여행을 기다리며
삿뽀로의 추운 날씨를 염려하여 운동화를 사 온 첫 날이자 여행떠나기 전 날 밤,
반짝이는 새 운동화가 태민이의 오줌 세례를 받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 오후 엄마가 재민이 젖을 먹이고 있는데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거실로 슥~ 걸어나가더니
곧이어 또로로록~ 낯설고도 심상치 않은 소리가 이어졌다.
아니나다를까 상 위에 놓여있던 오목한 그릇에는
수영이모가 보내주신 맛있는 한라봉 한 조각이 노오란 액체 위에 동동 떠 있었다.
(아침에 누나가 한라봉을 담아먹던 그릇이었나보다.ㅜ.ㅜ)
그릇을 들고가서 눈 앞에 들이밀며 야단을 쳤지만 외면할 뿐이고,
응아는 아직도 아무 말 않고 아무데나 무더기무더기 만들어놓을 뿐이고,
어른 변기든 어린이 변기든 그 위에 앉으면 죽을 듯이 거부할 뿐이고,
아무리 키가 아직 좀 작다고 해도 어른 변기 앞에서는 쉬가 안 나올 뿐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