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워크
이토야마 아키코 지음, 송현아 옮김 / 동아일보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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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문학에 주제로서 '소통의 부재' 운운하던 때가 있었다. 소통이라는 말이 회자될 만큼 참 소통하기 힘든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우리 함께 소통하자라는 메세지를 전하는 건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뻔하고도 상투적이지 않은가. 하지만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생각되지는 않았다. 이런 무형적인 것까지도 트렌드화된다니.

 

말하자면 책 제목과 아주 무관하게 이 책 역시 그런 '소통의 부재'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일본문학의 단골 기법인 옴니버스 방식으로 쓰여져 있어서 신선함을 찾아보기 힘들다. 스토리도 한 마디로 성의가 없다. 에쿠니 가오리 식의 쥐어짜낸 감성과 다를 바 없다. 한마디로 기대에 충족 될 만하지가 못하다는 것이다. 일본 추리소설도 사회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소재를 많이 다루고 있기에 이제는 아주 질린다. 이런 소재가 이제는 읽기 불편해진 것이다. 그렇지만 옴니버스 기법만큼 소통이라는 소재를 잘 표현하는 기법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드라마나 영화로 보면 꽤 신선하고 흥미롭다. 그러나 일본문학에서는 이 기법을 너무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한창 일본소설을 탐독했을 때 이런 기법에 대한 신선함은 이미 질릴만큼 질려 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이제 소통, 불륜, 냉소 따위를 다룬 일본소설은 유행이 지난 하나의 트렌드가 아니었을까. 이제 이런 트렌드는 촘촘하고 감탄할만한 스토리텔링이 아니고서는 그 어떤 독자도 매료하지 못하는 때가 온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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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바리 - 제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정윤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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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터라 유명한 문학상 외에 사실 알고 있는 문학상은 별로 없다. 소설 자체를 좋아하지만 부끄럽게도 국내소설이 아닌 외국소설을 더 선호하는 것은 나의 책에 대한 취향이 문학보다는 그저 픽션과 스토리를 추구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전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문학상의 수상작인 이 책이 내게는 좀 더 깊이 있고 문학 다운 문학을 오랜만에 경험해 볼 수 있는 선물이 되어 주었다.

 

바리를 소재로 한 책이 언제부터인가 인기를 끄는 듯 하다. 이는 고전문학으로 전승되어 오는 바리공주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그 이야기의 시작부터가 참으로 비극적이라서 <프린세스 바리>의 도입 또한 비극으로 시작된다. 아들 낳기를 그토록 염원하는 연탄공장 사장의 부인에게 아들을 낳을 수 있는 신기를 가졌다는 소문의 주인공인 산파가 출산을 도와준다. 그렇지만 산파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계속 딸만 낳는 부인은 산파의 효험을 의심하고 불임인 산파에게 폭언을 일삼는다. 산파는 그런 부인의 마지막 딸을 훔쳐오기로 다짐하게 되었고, 그 일곱번 째인 바리가 산파의 손에 자라게 된다. 산에서 약초를 캐서 치료를 하고 그 돈으로 바리를 키운 산파는 바리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약초에 대한 책을 전수해주지만 바리는 약초가 아닌 독초로서 좀 더 편안히 세상을 떠나고 싶은 이들의 죽음을 도와준다.

 

버려진 삶을 받아들 수 밖에 없는 바리는 어쩌면 그 시작부터가 비극이었는지 모른다. 스스로의 의사와는 아무런 상관 없이 사랑 받지 못한 결과로 평범한 삶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는 바리의 운명은 실타래처럼 연결되어 있고 한 없이 꼬여있다. 버려졌지만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용감하게 맞서 싸워서 치료해 주는 열 다섯의 바리공주와 달리 바리는 제 친가족을 다시 찾아갔지만 다시 한 번 더 버려졌을 뿐이었다.  비극의 시작이 운명적일 수 밖에 없다면 그 비극의 끝이라는 운명은 스스로 바꿀 수 없는 것일까? 바리공주처럼 바리 또한 비극을 피해 홀연히 떠나는 것으로 끝이 났듯 운명이라는 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비참함과 서글픈 운명으로 점철된 삶이더라도 하늘은 오롯이 그렇게만 만들어 준 인간은 없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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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엔 스무 살의 인생이 있다 - 시, 내 청춘을 위한 소울푸드 98편
이영미 엮음, 고부기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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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 처음에는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무 살만을 위한 책인가 싶었다. 스물하고도 여덟이나 먹은 내가 읽어도 되나 싶었는데 읽다보니 읽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 했을 정도로 감동 그 자체였다. 사실 내용도 그닥 없고 일종의 자기계발서 혹은 에세이와 같은 책이기에 제목만큼이나 상투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요즘 부쩍 우울한 스스로에게 격려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라고나 할까.

 

남들보다 늘 느렸던 나는 재수를 해서 대학도 일 년 늦게 들어가고 졸업도 남들보다 늦게 또 회사도 늦게 들어갔다. 이런 스스로가 때로는 참 한심하게 느껴졌다. 살다보니 남들이 다 할 때 하는 게 맞는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많이 들고, 그런 남들을 볼 때는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고 열등감이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 책이 그런 내게 힘을 주었다. 늘 산문만 달고 살던 내게 아주 오랜만에 시의 아름다움을 선사해주었고, 세상에 무릎 꿇지 않을 힘을 준 격려 가득한 책이다.

 

구성은 시 한 편의 소개와 저자의 메세지가 담겨 있는 형식이다. 난 이처럼 세상에 주옥 같은 시들이 많이 있는 줄 미처 알지 못했다. 간결함이 함축한 아름다움과 힘을 고등학교 국어 시간 이후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매일 시 한 편씩 읽는 게 내게 힘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 지금부터 시 한 편씩 읽을 계획을 세웠다.

 

스무 살의 나를 돌이켜보면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망쳐버린 수능으로 원하지 않는 대학에 다니며 홀로 수능을 준비했던 서글픔 가득한 청춘이었다. 내게 스무 살이 빛나지 않고 늘 위태로웠던 이유이다. 그렇지만 나보다 훨씬 힘든 환경이었던 청춘들이 많았음을 이 책을 통해서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긴 터널을 지난 지금 내게는 또 다른 터널이 있지만 그 때 만큼 외롭고 힘들지는 않다. 그 때 보다 성숙해진 이유도 한 몫 하지만 이제는 늘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을 시 한 편 지갑에 넣어다니며 좀 더 현명하게 터널을 지나 볼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 책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시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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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재계 이너서클 - 중국을 지배하는 권력집단, 부자클럽 이야기
<중국주간> 편집부 지음, 김문주 옮김 / 미래의창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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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명예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위치를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도 탁월한 소스는 바로 '고급 정보'가 아닐까. 정보화 사회라고 하지만 정보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알수록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 누구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하고 가치있는 정보는 곧바로 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노블레스들은 그들만의 사교 모임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은 중국의 기업인 사교모임들에 대해 다루었는데, 읽다보니 문득 우리나라에는 어떤 기업가 클럽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중국이 워낙 넓은 나라이기에 수많은 클럽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중국기업가클럽' 부터 NGO 단체인 '아라산SEE생태협회'까지 총 여덟 개의 클럽에 대해 소개해주고 있다. 각가의 성격과 역사가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은 고액의 회비를 납부해야 하며 관심사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하고 또한 쉽게 만날 수 없는 고위층 내의 인맥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다. 

 

2008년, 우리나라에서도 큰 이슈가 되었던 중국 멜라민 분유 사건 이후 관련 기업인 멍뉴 기업의 주가가 대폭 하락하게 되자 중량그룹의 닝가오닝 회장이 같은 클럽 멤버로서의 친분으로 멍뉴의 주식을 대거 매입해서 위기에서 구출해 주었다. 미국의 경제 대란 때 국가가 이런 역할을 해줬다면 중국은 아마도 클럽을 주축이 된 인맥 활용 시스템이 보장이 되어 있기에 왠만해서는 망하지 않을 듯 보인다. 

 

흥미로운 클럽이 '아라산SEE생태협회'인데 중국 기업가들이 설립한 최초의 NGO 단체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는 하나의 방편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중국 아라산 사막 황사 방지 사업을 위해 모인 단체이다. 그러나 마치 우리나라의 경영 대학원이 그렇듯 인맥 구축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작용하는 듯 보여 다소 씁쓸함이 느껴졌다.

 

우리나라도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맥 파워'가 통하는 곳이다. 고위층은 인맥과 각종 편법으로 항상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데도, 이는 사회적으로 잠깐 이슈가 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가 클럽이 배타적인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방법은 단순히 그들만의 정보 교환이 아니라 좀 더 국가와 국민을 위하고 세계를 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장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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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 <개그콘서트> 대표 개그맨 5인의 민낯 토크
박성호 외 지음, 위근우 인터뷰.정리 / 예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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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를 애청하지는 않는다. 우연히 텔레비전을 틀었는데 개콘이 하면 보고 아니면 안 보고 아쉬워하지 않는터라 개콘의 애청자라고 할 수는 없겠다. 그렇지만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개콘의 유행어를 했는데 유행어를 모르는터라 괜히 분위기만 더 어색해지고 대화가 안 통할 수 있기 때문에 이슈가 되는 코너와 유행어 정도는 필수적으로(?) 알고 있는 편이다. 이렇게 나처럼 개콘을 보지 않는 사람이라도 개콘을 학습해야 하니, 역시 대한민국 코미디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개그맨 박성호, 김준호, 박원효, 최효종, 신보라까지 다섯 명의 진솔한 인터뷰가 담겨져 있다. 누군가는 큰 인기를 한 몸에 받기도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런 과정은 없어도 꾸준히 개콘을 지키고 있지만 모두 개콘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이 남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특히 박성호라는 개그맨이 궁금할 수 밖에 없었는데 10년 넘게 개콘을 지키고 있으면서도, 선배 개그맨으로서 마치 신인과 같은 개그를 여전히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 모습이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김준호 또한 비슷하지만 버라이어티 쇼가 아닌 개그콘서트라는 전통 코미디의 외길을 걷고 있기에 인간 박성호의 개그에 대한 철학과 인생이 궁금했었다. 역시 개콘의 장인 다운 그의 메세지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즐길 수 있었고 나름의 소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외길 박성호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그의 여러가지 메세지는 조금이라도 힘들면 쉽게 포기하고 불평하려고 했던 내게 큰 가르침이 되었다.

 

이에 반해 사실 인터뷰집을 본 후 더욱 실망하게 된 인물이 최효종인데 강용석의 고소로 한 때 큰 이슈가 되었었고, 지향하는 개그가 시사적이고 현실을 풍자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그에 대해 나름의 신념이 있을 줄 알았다. 그렇지만 나처럼 이런 기대를 하고 그를 보는 사람이 부담스럽다는 하소연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다. 개콘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렇듯 부조리한 현실을 풍자하며 조금이나마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코너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주 옛날부터 상놈과 양반이라는 계급 사회에 대한 현실 비판을 하던 문화가 존재했었음이 이를 입증하고, 외국에서의 스탠딩 코미디가 인기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무대 위에서 이런 현실을 앞장서서 꼬집는 영웅의 역할을 한다고 진짜 영웅인 것은 아닐테지만, 인간 최효종의 캐릭터로 굳어진 코미디의 빈약한 철학에 대해서는 실망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책을 보면서 막연히 개그맨들의 조직이 그 어떤 조직보다도 서열화 되어 있고 일주일에 한 번의 방송을 위해서 좀 더 참신한 아이디어를 위해 고군분투 함을 알게 되었다. 무대 뒤에서의 그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과정으로 아이디어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방송을 통해서 공개되어지긴 했지만,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들여다 본 느낌이다. 내게는 한 주를 마무리하는 방송이 사실 개콘이 끝난 이후의 '다큐3일'이다. 코미디보다는 다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누구보다도 재미를 추구하는 내가 코미디 영화를 빼놓지 않고 보는 것은 분명 모순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정해진 시간에 텔레비전만 틀면 충분히 웃음으로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는데 말이다. 지금까지는 나의 게으름이 이런 좋은 시간을 스스로 회피하도록 했다면, 이제는 개콘으로 웃음 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열정까지도 꼭 사수해서(?)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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