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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엔 스무 살의 인생이 있다 - 시, 내 청춘을 위한 소울푸드 98편
이영미 엮음, 고부기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의 제목이 처음에는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무 살만을 위한 책인가 싶었다. 스물하고도 여덟이나 먹은 내가 읽어도 되나 싶었는데 읽다보니 읽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 했을 정도로 감동 그 자체였다. 사실 내용도 그닥 없고 일종의 자기계발서 혹은 에세이와 같은 책이기에 제목만큼이나 상투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요즘 부쩍 우울한 스스로에게 격려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라고나 할까.
남들보다 늘 느렸던 나는 재수를 해서 대학도 일 년 늦게 들어가고 졸업도 남들보다 늦게 또 회사도 늦게 들어갔다. 이런 스스로가 때로는 참 한심하게 느껴졌다. 살다보니 남들이 다 할 때 하는 게 맞는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많이 들고, 그런 남들을 볼 때는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고 열등감이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 책이 그런 내게 힘을 주었다. 늘 산문만 달고 살던 내게 아주 오랜만에 시의 아름다움을 선사해주었고, 세상에 무릎 꿇지 않을 힘을 준 격려 가득한 책이다.
구성은 시 한 편의 소개와 저자의 메세지가 담겨 있는 형식이다. 난 이처럼 세상에 주옥 같은 시들이 많이 있는 줄 미처 알지 못했다. 간결함이 함축한 아름다움과 힘을 고등학교 국어 시간 이후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매일 시 한 편씩 읽는 게 내게 힘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 지금부터 시 한 편씩 읽을 계획을 세웠다.
스무 살의 나를 돌이켜보면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망쳐버린 수능으로 원하지 않는 대학에 다니며 홀로 수능을 준비했던 서글픔 가득한 청춘이었다. 내게 스무 살이 빛나지 않고 늘 위태로웠던 이유이다. 그렇지만 나보다 훨씬 힘든 환경이었던 청춘들이 많았음을 이 책을 통해서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긴 터널을 지난 지금 내게는 또 다른 터널이 있지만 그 때 만큼 외롭고 힘들지는 않다. 그 때 보다 성숙해진 이유도 한 몫 하지만 이제는 늘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을 시 한 편 지갑에 넣어다니며 좀 더 현명하게 터널을 지나 볼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 책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시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