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김현 지음, 산제이 릴라 반살리 외 각본 / 북스퀘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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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약에 내 몸이 내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어떨까.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도 끔찍할 것이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삶이라면 그저 스스로가 짐으로만 여겨질 뿐일 것 같다. 지금까지는 막연하게 안락사를 반대해왔지만 곰곰이 생각해봤을 때 내가 정말 이런 처지일 경우 쉽게 안락사를 반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책이 바로 내게 그런 고민을 안겨주었다.

 

안락사가 법으로 금지된 인도에서 유명 마술사로 명성을 떨치던 이튼은 마술 도중 사고를 당해서 전신마비 환자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그에게는 12년 동안이나 한결같이 돌봐 준 간호사 소피아가 있지만 철저히 간호사로서의 역할만 할 뿐 그에게 미소 한 번 지어준 적이 없다. 그런 소피아가 그의 삶을 외롭지 않게 해주는 존재로서의 역할을 해주지만 그의 심신은 점점 지쳐가고 끝내 그는 자신의 죽음을 허락해달라는 청원을 법원에 넣게 된다.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흥행하지 못했지만 어떤 영화인지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다. 몇몇 인도영화의 평이 좋았기 때문에 이 영화 또한 그런 영화들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었기 때문이다. 원작인 영화보다 소설을 먼저 접하게 되었지만 그 감동은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소설로 풀어쓰기에는 플롯이 많이 빈약해보였지만 그만큼 영화를 더 기대하게 만들어주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사랑과 죽음이다. 이 둘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채 끝이나게 되고, 여기서의 죽음은 다른 죽음과는 다른 아름답고 애절함을 남긴다. 그것이 바로 이 소설에서 전해주고 싶은 메세지가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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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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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지망생인 내가 필요로 하는 능력 중의 하나는 바로 불특정한 사람에게 다가가서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쉬운 듯 해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일 중의 하나인데다가 이 과정에서 사람에게 받는 상처도 만만치 않다. 또한 인터뷰 질문을 사전에 생각해 놓지 않으면 맥이 끊기게 되니 인터뷰어나 인터뷰이나 모두에게 잘 정돈된 말을 하는 것은 꽤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입담꾼인 김제동이 책을 냈다. 그의 입담이 사람을 끄는 능력이 있음은 아마 그를 브라운관을 통해서 보던 콘서트에서 보던 누구나 느끼는 점일 것이다. 사실 나는 그의 팬이라고 할 수는 없기에 그가 나온 프로그램을 일부러 보지는 않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 닥친 예상하지 못한 그의 행보에 국민들이 분노를 했던 것은 기억한다. 그 사건을 계기로하여 이 정권의 보이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행동에 희생된 연예인 중의 한 명인 김제동을 사실 나는 다시 보게 되었었다.

 

이 책은 김제동이 25인을 인터뷰하고 엮은 인터뷰 책인데 대한민국 여러 분야의 저명한 인사들이 등장한다. 연예계를 비롯하여서 어떻게 이런 인물을 김제동이 알 수 있을까 싶은 정치인과 소설가 등도 만나볼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책이 과연 양으로 승부하는지 질로 승부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인터뷰의 길이 자체가 너무나도 짧아서 아쉽고 어떻게 김제동과 인연이 맺어졌는지에 대한 설명도 미흡해서 독자로서는 감질날 수 밖에 없었다. 그저 김제동의 인맥 자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처럼 보여서 아쉬웠다는 점이다.

 

그가 최근 이 책의 또 다른 시리즈를 발간했다. 단 한 명을 인터뷰한다고 해도 진실함과 풍부한 내용을 담는 것은 독자에 대한 배려가 아닌 의무이다. 부디 이 점을 명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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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를 요리하는 법 - 배부른 철학자가 되는 지혜
M.F.K 피셔 지음, 김정민 옮김 / 다른목소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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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탐욕적이지는 않다. 다만 이는 돈에 국한된 말이고, 음식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탐욕이 강한 편이다.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만 음식의 유혹 앞에서는 곧바로 무너지고 마는 나는 한때 먹기 위해서 살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해서 고심했던 적도 있다. 혹자가 그것은 돼지와 같은 짐승일 뿐 인간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음식 만큼이나 인간의 오랜 역사를 지탱해주고 삶의 질을 결정짓는 것이 있을까.

 

미국에서는 굶주림이 찾아왔을 때 늑대가 문간에 찾아온다는 표현을 쓴다. 이 책은 세계대전 당시에 어떻게 하면 품위를 잃지 않는 식사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다. 갖가지 레시피를 담은 에세이인데, 애석하게도 다른 나라 사람으로서 재미나게 읽을 수가 없다. 미국 음식문화를 잘 알지 못한 채 여러 전통 음식에 대한 난해한 단상들을 그 누가 재미나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말이다. 우리나라에 이 책이 번역되어 나온 것 조차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음식의 메뉴에 대해서는 상상에 기댈 수 밖에 없어서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내게는 또 다른 희망이 되어 주었다. 역시 인간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식사를 할 권리가 있다는점이며 음식만큼이나 인간의 삶에 필요한 요소가 없다는 것 또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는 음식보기를 돌같이 하여 내 몸매 가꾸기에 전력을 쏟아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무척이나 많고 유감스럽게도 이 중에서는 남이 만들어 준 음식들 중에는 몸에 유익하기보다는 해로운 음식이 더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시대에 우리가 품위를 잃지 않는 방법은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전쟁이 끝난 지금과 같은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품위는 바로 건강한 식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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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청춘 - 우리 시대 멘토 5인이 전하는 2030 희망 프로젝트
강경란.노희경.박원순.법륜.윤명철 지음 / 휴(休)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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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정말 내가 좋아해서 하는건지 잘 해서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솔직히 주변의 권유로 하고 있지만 난 정말 이 일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다. 이 세상에서 자기가 하고 싶거나 잘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는 말로 괜히 스스로를 위안할 뿐이다. 그런 내가 정말 열혈청춘인지 의심스럽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게는 이렇다 할 멘토가 없기 때문에 늘 기로에 서 있을 때 혼자서 쩔쩔매기 일쑤였고 나 혼자만 동떨어져 있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어떻게 하면 멘토가 생길까?

 

이 책은 다섯 명 멘토와의 대담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다섯 가지의 주제인 평화, 사랑, 성공, 행복, 도전이 있고 각각의 주제에 맞게 강경란PD, 노희경 작가, 박원순 서울시장, 법륜 스님, 윤명철 교수가 그들의 삶과 철학을 전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연출이기에 강경란PD의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 내게 큰 자극이 되었다. 그녀도 나처럼 처음에 이 길이 그녀의 길이라고 확신하지 않았지만 하다보니까 끈기가 생겼고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다는 점이 막막했던 내게 한 가닥 희망을 준 듯 했다. 모든 사람에게 처음부터 운명 같은 직업은 없나보다.

 

얼마전에 이별을 했다. 누군가를 이처럼 좋아했던 적은 없었기에 아직도 이별의 아픔에서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내게 노희경 작가와 법륜 스님의 연애와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은 내게 큰 힘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외로움을 잘 타는 내가 외로움이 극치를 지나게 되면 관조할 수 있게 되고 귀찮음 또한 이와 같은 과정으로 극복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것이 바로 행복임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보통 기분의 좋음과 나쁨에 따라 행복과 불행을 구분하는데 진정한 행복은 이를 모두 해탈 할 수 있을 때 얻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실천해 볼 생각이다.

 

내게 딱 맞는 멘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여전히 있지만, 지금의 내가 될 수 있기까지는 많은 책을 읽은 덕분인 듯 하다. 이 책 속에는 다섯 명 멘토의 주옥같은 메세지가 담겨 있고 나는 아주 좋은 멘토들을 책 한 권으로 만나고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에 대한 확신 없이 스스로를 비하했던 내 앞의 안개가 조금은 걷힌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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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치킨 - 까칠한 아티스트의 황당 자살기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박언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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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아티스트의 황당자살기'라는 부제가 붙은 <자두치킨>은 이란 작가인 마트란 사트라피의 만화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중동은 내게 신비스럽고 베일에 가려진 이미지인데 이란에서 건너온 만화는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있는지 읽기 전부터 무척 흥미로웠다.

 

이 만화를 혹자는 그저 아무 의미 없이 덮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저 흔히 생각하는 만화의 기본적인 가벼움과 재미도 충족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자기의 운명이 시궁창 같다고 여긴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무것도 잘 풀리지 않을 때, 아무도 내 존재에 대해서 존중해주지 않을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 10대 시절이 그랬었고 난 나에 대한 자부심이 점점 무너져버린 대신에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자존심 아닌 자존심만 남게 되었다. 상처와 치유의 과정이 어린 내게는 무척이나 버겁게 느껴졌었고 아직도 나는 완전히 치유되지 않는 불완전한 인간으로 남아있다.

 

<자두치킨>의 까칠한 아티스트인 나세르 알리 칸은 타르 연주자인데 행복하지 않은 가정생활이 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그는 그의 직업이자 유일한 삶의 낙이었던 타르 연주마저도 더 이상 그에게 행복과 기쁨을 가져다주지 않게 됨을 알게 되고 결국 자살을 결심하게 된다.

 

인생은 희극이자 비극이다. 잠깐의 희극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위해서 우리는 비극을 헤쳐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좀처럼 행복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다. 신은 왜 내게 저주를 퍼부었는지 모를 때가 있다. 인생이 특별한 게 없다고 마음을 편히 가지게 될 때도 이럴 때는 그저 한 없이 나약한 인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물일곱의 내게 인생은 그렇다. 쉬우면서도 결코 쉽지 않고, 삶이 내게는 점점 짐처럼 느껴지고 있다.

 

인생의 행복과 불행이 종이 한 장 차이임을 알면서도 나는 왜 이럴까. 아는 것과 극복하는 것은 명백히 다른가보다. 아이러니한 인생, 블랙코미디 같은 인생에 대한 정답을 알고 싶어 발악하고 있는 나를 나도 이제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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