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치킨 - 까칠한 아티스트의 황당 자살기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박언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까칠한 아티스트의 황당자살기'라는 부제가 붙은 <자두치킨>은 이란 작가인 마트란 사트라피의 만화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중동은 내게 신비스럽고 베일에 가려진 이미지인데 이란에서 건너온 만화는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있는지 읽기 전부터 무척 흥미로웠다.

 

이 만화를 혹자는 그저 아무 의미 없이 덮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저 흔히 생각하는 만화의 기본적인 가벼움과 재미도 충족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자기의 운명이 시궁창 같다고 여긴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무것도 잘 풀리지 않을 때, 아무도 내 존재에 대해서 존중해주지 않을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 10대 시절이 그랬었고 난 나에 대한 자부심이 점점 무너져버린 대신에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자존심 아닌 자존심만 남게 되었다. 상처와 치유의 과정이 어린 내게는 무척이나 버겁게 느껴졌었고 아직도 나는 완전히 치유되지 않는 불완전한 인간으로 남아있다.

 

<자두치킨>의 까칠한 아티스트인 나세르 알리 칸은 타르 연주자인데 행복하지 않은 가정생활이 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그는 그의 직업이자 유일한 삶의 낙이었던 타르 연주마저도 더 이상 그에게 행복과 기쁨을 가져다주지 않게 됨을 알게 되고 결국 자살을 결심하게 된다.

 

인생은 희극이자 비극이다. 잠깐의 희극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위해서 우리는 비극을 헤쳐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좀처럼 행복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다. 신은 왜 내게 저주를 퍼부었는지 모를 때가 있다. 인생이 특별한 게 없다고 마음을 편히 가지게 될 때도 이럴 때는 그저 한 없이 나약한 인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물일곱의 내게 인생은 그렇다. 쉬우면서도 결코 쉽지 않고, 삶이 내게는 점점 짐처럼 느껴지고 있다.

 

인생의 행복과 불행이 종이 한 장 차이임을 알면서도 나는 왜 이럴까. 아는 것과 극복하는 것은 명백히 다른가보다. 아이러니한 인생, 블랙코미디 같은 인생에 대한 정답을 알고 싶어 발악하고 있는 나를 나도 이제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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