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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를 요리하는 법 - 배부른 철학자가 되는 지혜
M.F.K 피셔 지음, 김정민 옮김 / 다른목소리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탐욕적이지는 않다. 다만 이는 돈에 국한된 말이고, 음식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탐욕이 강한 편이다.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만 음식의 유혹 앞에서는 곧바로 무너지고 마는 나는 한때 먹기 위해서 살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해서 고심했던 적도 있다. 혹자가 그것은 돼지와 같은 짐승일 뿐 인간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음식 만큼이나 인간의 오랜 역사를 지탱해주고 삶의 질을 결정짓는 것이 있을까.
미국에서는 굶주림이 찾아왔을 때 늑대가 문간에 찾아온다는 표현을 쓴다. 이 책은 세계대전 당시에 어떻게 하면 품위를 잃지 않는 식사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다. 갖가지 레시피를 담은 에세이인데, 애석하게도 다른 나라 사람으로서 재미나게 읽을 수가 없다. 미국 음식문화를 잘 알지 못한 채 여러 전통 음식에 대한 난해한 단상들을 그 누가 재미나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말이다. 우리나라에 이 책이 번역되어 나온 것 조차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음식의 메뉴에 대해서는 상상에 기댈 수 밖에 없어서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내게는 또 다른 희망이 되어 주었다. 역시 인간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식사를 할 권리가 있다는점이며 음식만큼이나 인간의 삶에 필요한 요소가 없다는 것 또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는 음식보기를 돌같이 하여 내 몸매 가꾸기에 전력을 쏟아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무척이나 많고 유감스럽게도 이 중에서는 남이 만들어 준 음식들 중에는 몸에 유익하기보다는 해로운 음식이 더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시대에 우리가 품위를 잃지 않는 방법은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전쟁이 끝난 지금과 같은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품위는 바로 건강한 식단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