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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 전10권 세트 - 반양장본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5,6월 이 두달동안 창밖너머 풍경은 푸르고 평화로웠지만 한강 열권을 읽으면서 나는 이 책속의 암울했던 시대에 우리민족과 울고 웃으며 함께 살았던 것 같다. 열권이 열권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교과서에서 근현대사에 대한 단편적이고 딱딱한 지식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에게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역사를 말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일년 전 고3때 새로운 교육과정으로 새롭게 생겨난 과목인 '한국 근현대사'.. 그 과목이 생기기 이전까지도 아마 많은 학생들이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국사책에서 근현대사를 배울때 쯔음에는 학기말이기 때문에 어영부영 넘어가기 일쑤이고, 물론 시험범위에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근현대사에 목말라했던 학생들에게 당연히 꼭 배우고 싶었던 과목이 아닐수가 없었고, 일제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근현대사라는 과목의 특징인 다른 어떤 시대보다도 암울하고 , 일제시대부터 광복이후까지도 핍박받은 역사에 우리는 손에 땀을 쥔채, 분노로 한시간 한시간을 열심히 배웠던 것 같다. 그러나 이 과목도 그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말이 많았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모 출판사에서 나온 근현대사 교과서가 친북이니 반미니 하는 말이 몇몇의 국회의원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그 때 나는 세월은 흐르고 있지만 아직도 그 시대의 역사에 대해서는 민감하다는 걸 느꼈다. 생각을 하고 감정이 있는 동물인 인간이 책을 쓰는데 어찌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게끔 객관적일 수 있을까.. 그렇게 보자면 솔직히 한강도 약간은 왼쪽으로 치우쳐진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4.19에서 6월항쟁까지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이 사건들을 책을 통해 간접경험함으로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이 많았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어 갔는가.. 오늘이 있기까지 그들의 노고를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그러나 이 책을 읽기 전까지의 나를 비롯해 많은 젊은이들이 4월 19일이나 5월 18일이나 그런 날들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그냥 흘러보낸다는 것은 지금 생각하니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아직도 내가 박정희의 이름 앞에 독재자라는 말을 붙이면 우리 엄마는 모르는 소리 하지 마라고 하신다. 박정희가 있기에 지금의 우리가 이만큼 잘 살게 된 것이 아니냐고.. 물론 맞는 말일 수도 있다. 내가 그 시대의 가난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이렇게 쉽게 말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제발전을 대신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인권이 탄압되었는가.. GNP가 상승하고 수출이 활발하게 되어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그 이면에는 전태일을 비롯해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인간이하의 대우를 받았으며 또 얼마나 많은 농민들이 울분을 삼켜야 했던가... 그 시대에 인권이라는게 있었던가..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끌려갔던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지경이다.
책에서 작가도 언급했듯 몇몇 (특히 유학파) 사람들이 이 시대의 역사에 관해 말을 꺼내는 것조차 거부감을 느끼고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이들이 지식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면서 어떻게 이런 잘못된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심히 유감스럽다. 이런 논리가 팽배했기에 일본이 독도를 넘보는 것이고 중국에서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다. 이런 지식인들이 다 옛날일인데 지금 그 말을 꺼내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앞으로가 더 중요하지 않으냐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독도를 빼앗겨도, 중국의 역사왜곡에도 할말이 없는 것이다. 역사가 있기에 현재의 우리가 있는 것이고, 그 역사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게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그 사람들은 왜 모르는 걸까..
한강 열권을 다 읽고도 쉽게 덮을 수가 없었던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흘리며 싸웠던 이들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내 또래의 대학생들이라는 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끔 했고, 내가 그 시대에 대학생이었다면 발벗고 나설수 있었을까.. 많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희생앞에 고개숙여 감사할 따름이고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