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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돼지를 프로듀스
시라이와 겐 지음, 양억관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말 한 기억이 난다. 살다보니 인간관계가 가장 힘들고 어렵더라고.
정말 그렇다. 인간관계엔 딱히 정해진 공식이 없다.
말 그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백인백색인데 그런 다양한 사람들을 모두 너그럽게 받아주고 포용하는 것은 그 얼마나 힘든 일인가.
난 일찌감치 이런 사람이 되기는 포기하고, 백인을 모두 받아주기보단 단 한명이라도 나와 맞는 사람을 알게 되고 또 다른 사람보다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되면 나머지 구십구명에겐 그저 인사나 하는 지인으로 대하곤 한다.
이런 나와 조금 공통점을 갖고 있는 이 책의 주인공인 슈지는 백 명 중 단 한명에게도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은채로 (독하다.) 가면을 쓰고 다닌다.
내가 원하는 건 적당한 애정이다.
어차피 벗어던질 수 없는 외로움과 허망함을 임시방편으로 묻어둘 얄팍한 애정이다.
아무나 내 안에 안 들어와도 좋아. 어차피 고독은 메울 수 없는거야.
사랑한다고 끌어안은들, 여자의 품에 안겨 본들 무엇 하나 바뀔 것도 없어. 늘 피로하고 허망함에 몸을 떨 따름이야.
-p.86-
가면 덕분으로 반에서 보통 이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가슴 깊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던 슈지.
어느날 슈지 반에 '고타니 신타'라는 전학생이 전학을 오게 된다.
기대했던 미남 혹은 미녀는 커녕, 정말 돼지 같은 외모에 (그래서 들돼지라고 불리운다.) 지저분하기까지 한 전학생을 슈지는 가수나 탤런트를 키우듯 프로듀스 하게 된다.
그런 프로듀서 슈지의 명령에 복종하며 친구들 앞에서 일부러 망가지고 엉뚱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어 인기를 얻게 된 들돼지.
그러던 어느날 슈지는 편의점 앞에서 폭력배들에게 두들겨 맞고 있는 친구를 못 본 척했다는 약간의 오해(정말 슈지는 맞는 사람이 친구인 줄 몰랐다. 이 점에서 약간 내용이 억지스럽다고 느낀다.)를 사게 되고,
그 이후 생각지도 못하게 왕따를 프로듀스한 프로듀서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게 된다.
견디지 못한 슈지.
결국 전학을 가게 되지만, 새로운 학교에서도 그의 가면은 벗겨지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느낌. '아, 정말 일본적이다.'
그야말로 이지메의 현실을 보여주는게 아닐까. 이지메야 일본에만 있으랴.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게 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현실과 인간의 묘한 심리를 작가는 어쩜 이리도 콕 집어냈을까.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 하나, 슈지의 모습에 내 모습이 많이 보였기 때문에.
톡까놓고 말해서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회 속 인간관계에 거리 없는 관계가 없음을 깨닫게 되고
그들처럼 변해가는게 당연한 이치라고 한다면 그럴듯한 변명이 될까나?
책을 읽고 우리의 인간관계가 얼마나 피상적이고 진실되지 못한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지만
그 이면 속에서는 자신이 튀지 않고 무난히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가면을 써 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이십일년 이 험한 세상을 살아보고 느끼고 있는 약간의 시니컬한 현대인의 시니컬한 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