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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미래를 경영하라 -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한 개선과 혁신의 경제학!
한국경제연구원 엮음 / 21세기북스 / 2009년 2월
평점 :
한국경제연구원에서 2007년 1월부터 2008년 말까지 2년간 게재한 전문가 칼럼을 엮은 책이다. 여섯 개의 섹션으로 경제, 금융, 시장경제, 정책, 고용과 실업, 산업구조로 나누어서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원들을 비롯한 타연구소의 연구원과 교수등이 칼럼을 게재하였다.
머리말에서 이 책의 내용이 한국경제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나와있지만, 이 책 속의 수많은 칼럼들이 하나같이 자유시장을 지향하는 보수적 색채를 띤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당시 한창 참여정부 끝나고 MB가 대선에서 당선되던 시기였기에 칼럼니스트들이 이 칼럼들을 게재하며 독자들과 경제성장 지향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를일이다.
몇몇 경제 관련 용어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내가 이때까지 그저 여론의 힘에 묻혀 편향적으로 생각했음을 느낄정도로 논리적인 몇 편의 글들은 내 무지를 다시 한 번 느끼고 감탄을 연발하게 했다. 한편 분노가 느껴질 정도로 비논리적이고 기가막힌 칼럼들 또한 있었으니, 그 중 하나를 꼽는다면 이인권의 <정부, 교육 독점에서 손 떼야...>라는 칼럼에서의 3불 정책의 반대 여론에 대한 반론 중 기여입학제에 관한 부분이다.
"기여입학이라고 해도 대학교육을 수학할 정도의 지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학생이 대학에 가려고 할 것이다. 기여입학을 통해 들어온 학생이라도 지적인 능력이 부족하다면 학사관리와 주위의 시선에 의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지적인 능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이 단지 경제적 능력만으로 대학에 가지는 않을 것이다."
"기여입학과 관련한 재정 수입은 철저히 교육 시설 투자, 장학금 및 연구 활동 지원 등에 한정해 집행하도록 하고, 그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관리하도록 한다면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다."
도대체 객관적인 수치와 사회현상을 '연구'해야 할 연구원이 어디서 저런 주관적인 견해를 거들먹거리며 자신에 차 있는지 모를 일이다. 물론 한 사람의 개인적인 촌평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겠으나 근거 삼을 만한 사례를 들거나 논리적이지 않은채, 교육 분야까지도 무조건적인 경제활성화를 위한 시장친화적인 보수를 지향하는 건 그야말로 생각 없는 '보수 꼴통'을 지향하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또 하나 불편했던 부분은 '비정규직'에 관한 칼럼들이었다. 그 중의 하나를 인용해보자면
"기업이 정규직 근로자 채용을 꺼리고 비정규직 근로자를 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화하라는 법률안을 만든 것 자체가 문제다...비정규직은 우리 노동시장이 경직화되어 발생하는 문제점을 피하도록 하는 탈출구 역할을 했는데, 이조차 봉쇄하려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뿐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는 논리로서 비정규직 문제가 화두가 된 것은 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보호와 강력한 노조때문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기업적 차원에서의 시각만 존재하는 것은 지나치게 나무가 아닌 숲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불편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한창 MB의 집권이 시작된 시기의 칼럼들은 MB의 공약과 정책을 대단히 기대하며 갈채를 보낸 성격을 띤다. 이 책 또한 그것을 입증하는 하나의 증거물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과연 이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사실상의 MB의 참패를 입증하는 국민들의 선택을 어떻게 바라볼까 궁금해진다. 겉으로만 번지르르했던 공약들과 무조건적인 경쟁력 향상을 위한 시장지향주의적인 정책들이 사실상 실패한 것을 말이다.
그래도 아직은 분배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던 이들이 빈 소리만 요란한 정부와 이런 무능한 정부의 물갈이가 필요함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여론에 여전히 같은 입장을 고수할지 두고 볼 일이다. 물론 '경제'연구원이 경제성장을 위한 연구를 하는 소명을 가진 한 정치보다는 경제라는 입장이야 변함 없을 수 밖에 없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