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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념과 도전의 역사 100년
박운석 지음 / 아테네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삼성, LG, SK, 현대, 한화, 한진, 금호 아시아나, 두산, 효성 총 아홉 개의 유수 한국기업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다룬 책이다. 한국은 일제의 지배 및 한국 전쟁으로 인한 분단국가로서의 취약함에도 70년대 산업화의 부흥으로 일약 경제대국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이 아홉 개의 기업 모두 그 역사를 함께 하며 한국의 역사와 맥을 함께 했다고 할 수 있겠다.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서 집념과 오기로 이루어낸 성공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비록 각 기업마다의 나름의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 된 모든 기업이 지향하는 공통점이 '인재양성'과 '집념' 그리고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다. 자원이 풍부하지 못한 한국에서는 오직 인재만이 국가발전을 위한 최고의 자원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각 기업마다 인재발굴을 위한 투자에는 아낌없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소개 된 국내 굴지의 몇몇 기업을 제외한 대다수의 기업이 IMF사태 때에는 현명한 결단력과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 뭉쳐져서 기업의 생존이 걸린 위기를 지혜롭게 이겨냈다. 한화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두산의 창업 기반이었던 OB맥주를 과감히 매각한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이 모든 것이 변화를 감지하고 과감히 시행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바로 이것이 지금과 같은 초국가적 신자유주의를 지향하는 탈조직 자본주의에서는 더더욱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자세이다. 이제는 변화에 발맞추어 나가는 것도 경쟁에서 이길 수 없음을 보여준다. 오직 선두하는 기업만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는 최고경영자의 무소불위 리더십이 기업 발전에 이바지했다면, 이제는 조금은 다른 리더십을 필요로 함을 보여준다. 상명하복의 수직적 관계보다는 좀 더 창의성을 중요시하며 수평적인 네트워크형 관계가 아이디어의 생성 및 모든 직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책에 소개 된 많은 기업이 '정도경영'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 원칙이 아직까지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책의 가장 첫 기업으로 나온 삼성은 말 할 것도 없고, 최근 금호타이어의 분식회계 또한 정도경영과는 무척이나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동안 한국 기업으로서 우리나라의 경제적 발전 및 국위선양에 이바지 한 공로라는 취지는 인정하지만 기업의 비윤리성은 그 모든 것을 뒤엎을 수 있을만큼 치명적인 결함을 내보인 것이라고 밖엔 할 수 없다.
아홉 개의 기업에 대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바라 본 시각이 객관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이 좁은 대한민국에서 대단한 집념으로 경제 발전에 이바지 한 역사에 대해서는 찬사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