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싸우는 10가지 방법
조무성 지음 / 예영커뮤니케이션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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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위암 2기 판정을 받은 저자가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고 완치한 후 암 선고를 받고 난 후의 삶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암 환자 뿐만이 아니라 일반인 또한 명심해야 할 암 예방을 위한 조언 등을 엮은 책이다. 파스칼이 신음하면서 탐구하며 쓴 <팡세>를 이 책과 연관시켜 ‘암 투병 팡세’라고 한 것은 그만큼 저자가 암이라는 병을 앓고 치유하는 과정이 많이 힘들었음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불후의 고전과 비교한다는 것이 조금은 무리이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 내가 생각해도 난 소위 말하는 ‘건강염려증’이 있는 것 같다. 조금만 평소와 달리 몸이 이상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할 필요도 없는 검사까지 하니 말이다. 무엇보다도 다른 병보다 암에 무척이나 민감한 이유는 주변에서 암을 앓고 있는 사람도 없고, 특별한 가족력도 없지만 매체에서 보여준 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이 내겐 무척이나 충격 아닌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MBC에서 해마다 방영해주는 프로그램인 ‘휴먼다큐 사랑’을 보고 암 환자의 죽음에 이르는 극심한 고통을 그대로 보고는 남들보다 유독 암이라는 병을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다.

암 환자들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지만 3기 이후의 암세포의 전이가 많이 된 경우는 여전히 고칠 수 없는 현실때문에 어쩌면 암은 하나의 불치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싶다. 이 책의 저자의 경우 운 좋게 조기에 발견하여 수술을 성공적으로 하고, 그 후에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이 책의 주제라고 볼 수 있는 ‘전인건강’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였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암을 조기에 예방하고 또 설령 암을 앓고 있다고 해도 좀 더 긍정적인 생각과 바른 생활습관을 위한 조언을 해주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의 뒤엔 독실한 기독교인인 저자의 성경에 입각한 조언이 주를 이루고 있으니, 혹 기독교인이 아닌 독자들에겐 이 책이 전도를 위한 것인지 정말 암과 싸우는 10가지 방법만 오롯이 전해주기 위함인지 혼동하기 쉬울 듯 하다. 또 이 책의 분류를 건강이 아닌 종교서적으로 해야 할 정도로 책의 반 이상이 기독교와 관련된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그 점에서 암과 관련한 비기독교인 독자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을 위해 이 책을 들었다면 실망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렇듯 너무 주제와 어긋나는 글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책의 제목을 보지 않고 이 책을 읽었다면 마치 저자의 자서전을 읽고 있다는 착각까지 할 정도인데다가 정작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책의 끝부분인 부록에 모두 실려 있으니 무척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각각의 요법의 소개에 기독교의 입장과 비기독교의 입장을 분리한 이분법적인 소개는 충분히 몇몇 독자들을 당황스럽게 하기에 충분할 듯 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 때, 그리고 내가 그 죽음과 멀리 있지 않다고 느낄 때 비로소 나 자신과 인생에 진실하고 겸허해 질 수 있음을 저자는 그의 투병 과정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나 또한 아직까지는 젊기에 죽음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현실은 인간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점점 죽음에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누구라도 그 죽음을 조금이라도 늦게 맞이하고 싶은 욕심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이와 같은 병이 아닐까. 죽음과 직결되지 않아도 자기 자신의 몸이 예전과 같이 건강하지 않다는 것과 점점 늙어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이는 얼굴의 주름으로 인생의 나이를 가늠하는 것과 같다. 노년의 평온한 삶을 위해 젊었을 때 최대한 열심히 자신의 건강을 돌봄으로써 병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 또한 주름 관리와 다를 바가 없다.

이 책에서 저자가 암을 수술하고 생각한 여러 삶과 죽음에 관한 단상들을 엿볼 수 있었다. 인생의 큰 위기를 지나오면서 변하지 않을 인간이 있을까. 신이 아닌 이상 완벽하지 못한 인간은 그 전엔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위기를 지나쳐온 이후엔 인간의 한계를 깨닫고 겸허해지는 특징이 있음을 이 책을 읽고 다시금 느꼈다. 책의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저자의 경험과 신앙생활에만 너무 치중하여서 오히려 독자로서 알고 싶은 부분에 대한 정보 제공에는 미흡했다는 점이다. 책을 읽기 전에 만인의 공포의 대상인 ‘암’의 원인과 저자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했던 여러 가지 노력 및 식생활 등에 대한 정보제공에 있어서 너무나도 대략적인 정보만 있었다는 점이다. 나도 평소에 어떤 생활방식을 습관화해야 암을 예방할 수 있을지 궁금했기에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 기대했었지만, 구체적인 정보는 찾을 수가 없었다. 누구라도 대략적이나마 알고 있는 사실들을 그저 10가지 방법이라고 붙여놓았을 뿐이다. 혹은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란 다름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바로 그 방법들임을 의미하는 걸까. 특별히 암을 예방할 수 있는 비법이란 없고, 그저 바른 식생활과 휴식 그리고 긍정적인 마음이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그런 삶을 살아온 사람들도 암에 걸린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얼마전에 타개하신 법정스님 또한 이런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스님임에도 폐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셨다. 이는 암의 뚜렷한 원인은 정말 누구도 알 수 없음을 시사함은 아닐까.

저자가 제시한 10가지 방법 중 경건 요법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실제로 많은 인생의 큰 위기를 겪은 사람들이 신앙생활로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비단 저자와 같은 암 투병을 하는 환자 뿐만이 아니라, 죽음에 대해 그리고 인간과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만한 중대한 위기를 겪어 본 사람들에게 신앙과 절대자가 큰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교사회학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쉽게 전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영국에 살고 있었을 때 같이 살았던 영국인 할머니는 흔히 우리나라에서는 사이비 종교라고 여기고 배타적이었던 종교의 열렬한 신자였다. 나 또한 신자는 아니지만 할머니와 함께 집회에 몇 번 참석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종교에 참여한 여러 신자들의 경험에 있어서 큰 병을 앓았거나 또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대체적으로 나이가 많은 신자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는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인생의 시기에 와서 스스로가 세상을 떠나야 됨을 시인하기가 쉽지 않기에, 종교에서 의미를 찾기 위한 것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이 종교에서는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죽음 후엔 파라다이스가 펼쳐져서 또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교리를 전파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과 같이 암 환자들에게 있어 각 종교 자체에 대해서 옳고 그름과 현상에 대해 분석함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안다. 암 환자들에게 경건 요법으로서의 종교는 그야말로 하나의 요법 중의 하나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종교이든 적당한 신앙 생활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좀 더 풍요롭게 삶을 살 수 있는 의미가 된다고 본다.

봉사 정신 또한 흥미로웠는데, 저자가 기독교적인 측면에서 봉사 요법을 해석하였지만, 굳이 기독교적인 정신이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어려운 이웃을 보살핌으로써 느끼는 가치는 그 어떤 물질적 가치보다 높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의미있는 삶인 것이다. 의미있는 삶을 산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죽음을 맞이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포함한다. 내가 책을 읽기 전엔 내가 만약 암에 걸렸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가끔 하곤 했었다. 그러나 환자로서의 나는 다시 삶을 지금처럼 활력있게 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몸이 정상이 아니기에 더 이상 재발이 되지 않기 위한 목적 하나만으로 살 것 같았고, 남들과 비교하며 병든 나 자신이 싫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암 투병을 하면서도 충분히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 또한 그런 의미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며 이 책을 썼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봉사란 내 사정이 좋을 때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도 충분히 남을 도울 수 있음을 피력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주제인 ‘전인건강’이란 ‘마음과 몸이 건강하고 나아가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나 자연과의 관계가 건강한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전인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 쉬우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것은 자본주의 시대에 돈이 행복을 보장한다는 의식이 만연되어 있고, 또 남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한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에서 전인건강을 실천하는 것이 과연 쉬울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행정학 교수인 저자는 실제로 사회가 국민을 전인건강을 실천하기 쉬운 환경을 조장하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이는 현재 시급히 실행되어야 하는 부분이고, 실제로 선진국의 경우 개발도상국보다 암 환자의 수가 적은 통계 또한 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때, 행정적인 차원에서 암 예방을 위한 국가적 실행이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느꼈다.

얼마전에 건강검진을 했다. 결과는 모두 정상으로 나왔지만, 스트레스 수치가 무척이나 나쁘게 나왔다. 아직까지는 젊기에 몸에 적신호가 오지 않지만 이런 스트레스가 계속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내 몸에도 이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염려가 생겼다. 물론 지금처럼 암에 너무나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하나의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암을 투병하는 환자도 아니고 투병했지도 않았지만, 저자의 인생의 위기를 겪고 나온 하나의 값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열 가지 요법은 꼭 기억하고 실천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저자의 요법의 기본인 기독교적 사고방식은 기독교인이 아니기에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이 열 가지는 나도 충분히 나만의 가치관으로 실천할 수 있다고 본다. 전인건강한 삶이란 특별한 게 아닌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실천한다면 암은 물론 그 어떤 질병에도 굴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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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가운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
루이제 린저 지음, 박찬일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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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니나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은 책을 읽기 훨씬 전 부터 가지고 있었다. 책벌레 여주인공을 다룬 한국 소설에서 <삶의 한가운데>의 니나라는 인물의 매력에 지나치리만큼 부각되었었고, 책벌레 여주인공이 무척이나 닮고 싶어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니나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정도인 이 책이 20여 개국에서 번역되고 오랜 세월동안 사랑받는 이유를 이미 책을 읽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언니와의 만남으로 그동안의 공백이 오랫동안 니나를 사랑했지만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던 남자의 일기를 통해 보여진다. 황량하고 거칠고 메마르고 힘든 온갖 역경과 고난의 삶을 살아가지만 그 의미와 가치만은 상실하지 않은채 신념에 따라 살아간 니나에 비해 언니는 평탄하고 평범하며 굴곡 없는 삶을 살아가길 원했고 그런 삶을 살아왔었다. 니나가 동경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많은 독자들을 대신한 그녀 언니의 마음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운명이 없어. 그런데 그것은 그들 탓이야. 그들은 운명을 원하지 않거든. 단 한 번의 큰 충격보다는 몇백 번의 작은 충격을 받으려고 해. 그러나 커다란 충격이 우리를 전진하게 하는 거야. 작은 충격은 우리를 점차 진창 속으로 몰아놓지만, 그건 아프지 않지. 일탈이란 편한 점도 있으니까. 혹은 마치 파산 직전에 있는 상인이 그것을 갚아가며 늘 불안하게 사는 것과도 같지. 나는 파산을 선언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쪽을 택하고 싶어. 

 
   

젊은 나이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을 무척이나 행운으로 생각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삶이 가치있는 삶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정답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그녀가 내게 주었기 때문이다. 내 마음 속의 니나가 앞으로의 내 인생에서도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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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라지다 모중석 스릴러 클럽 13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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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읽어본 할렌 코벤 소설이었으며, 처음으로 읽어본 비채의 모중석 스릴러 클럽 시리즈였다. 한 사람의 이름을 걸고 선별한 스럴리물들이기에 그 자체로도 스스로 자부심을 내걸고 있을텐데, 독자로서 잔뜩 기대를 하며 읽어보니 그리 나쁘지 않았다. 사실 난 이런 소설을 좋아한다. 스릴러라면 이런 반전들은 기본으로 생각한다. 흡인력을 기본으로 해서, 독자의 허를 찌르는.. 그리고 허를 찔린 독자는 불쾌함이 아닌 되려 헛웃음이 나올 정도가 되면 이미 그 소설은 충분히 스릴러로서의 가치를 지녔다고 보여진다. 

어린 나이에 오랫동안 사귄 윌의 여자친구 줄리가 그 누구도 아닌 형의 손에 살해된다. 그 후 윌의 가족의 삶은 물론 그의 삶 마저 마치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듯 세상 사람들의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암울함의 연속이 되어버린다. 암에 걸린 어머니가 죽기 바로 직전 유언으로 형의 결백함을 실토한 후, 오랜세월 동안 잡힐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 않은 도망자인 형을 찾기 위해 윌은 다시 그 사건을 되짚으며 진실을 파헤치게 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독창적인 캐릭터와 숨막히는 전개로 정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순간들이었다. 어쩌면 이 반전들이 너무 작위적이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정도였지만, 충분히 이 여름에 읽을만했던 스릴러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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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산책 - 작가가 포착한 환상적인 도쿄
마치다 코우 지음, 정하연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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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부터가 완전히 틀려먹었다. 저자가 그토록이나 산책이 아닌 여행, 표연한 여행을 강조했음에도 우습게 한국판 제목에 '산책'이라고 떡하니 붙여놓다니. 이것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그리고 이 책이 서점의 소설 코너에 있기에도 참 찝찝한 것이 소설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여행기 같기도 하며 또 에세이라고 할 수 도 있는 한마디로 그저 잡담을 끄적여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버지니아 울프도 울고 갈 의식의 흐름에 따른 끄적임이었다. 

도쿄에 살면서 여행은 하고픈데 본격 여행은 어딘가 싫고 사정도 잘 따라주지 않은 저자는 산책 같기도 하지만 산책이라고 하기엔 여행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법한 '표연한 여행'을 떠난다. 아무 목적 없이 그저 눈길 가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발길을 돌리며 진정한 표연이란 무엇인지 고찰하며 떠나는 그의 여행을 눈으로 쫓아가며 느낀 것은 나 또한 일상에서 탈출하고픈 욕구는 종종 느끼지만 여행다운 여행은 할 자신이 없을 때 자주 느꼈던 저자와의 공감이었다. 그래서 2년 전의 나는 표연한 여행에 대한 강박관념 보다는 그저 여기저기 홀로 서울 시내를 쏘다니기 일쑤였고, 혼자 다니면서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외로움을 철저히 느끼게 했는지 지금도 그 기분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다. 

그렇다면 나도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이 '이것도 책이냐'라는 책 같지도 않은 책에 대한 감상이었다면 나도 충분히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쓸 수 있다. 오히려 이 따위 일본 사람이 아니면 각주 투성이에 읽기 힘든 이런 책보다도 훨씬 한국인들의 공감을 살 만한 책을 잘 쓸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과연 이 책이 화려한 겉표지의 값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말 의문이다. 이런 책을 출간했다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번역해서 예쁘게 포장하여 한국 독자들에게 선보인 것은. 정말 미스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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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자는 곳 사는 곳
다이라 아즈코 지음, 김주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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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이 책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먹고 자는 곳 사는 곳'보다 '먹고 자고 사는 곳'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도대체 무엇에 관한 책일까라는 호기심도 있었다. 

책을 한 장씩 넘기며 점점 빠져드는 이 흡인력이란,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던 '건축'을 소재로 한 독특한 매력과 함께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집'에 대한 내 사고방식을 뒤흔들어 놓았다. 단순히 안식처로서의 집의 개념에서 더 나아가 집을 짓는 마음이 다른 사람의 일생의 행복과 안락함을 결정 지을 수 있는 위대하고도 큰 의무가 따를 수 밖에 없는 일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건설 과정에서의 발주와 과정 그리고 건설회사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에 대한 지식도 알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먹고 자는 곳 사는 곳'이란 필시 건축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제목일 것이다. 새로운 분야에 흥미를 느낄 수 있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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