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한가운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
루이제 린저 지음, 박찬일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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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니나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은 책을 읽기 훨씬 전 부터 가지고 있었다. 책벌레 여주인공을 다룬 한국 소설에서 <삶의 한가운데>의 니나라는 인물의 매력에 지나치리만큼 부각되었었고, 책벌레 여주인공이 무척이나 닮고 싶어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니나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정도인 이 책이 20여 개국에서 번역되고 오랜 세월동안 사랑받는 이유를 이미 책을 읽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언니와의 만남으로 그동안의 공백이 오랫동안 니나를 사랑했지만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던 남자의 일기를 통해 보여진다. 황량하고 거칠고 메마르고 힘든 온갖 역경과 고난의 삶을 살아가지만 그 의미와 가치만은 상실하지 않은채 신념에 따라 살아간 니나에 비해 언니는 평탄하고 평범하며 굴곡 없는 삶을 살아가길 원했고 그런 삶을 살아왔었다. 니나가 동경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많은 독자들을 대신한 그녀 언니의 마음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운명이 없어. 그런데 그것은 그들 탓이야. 그들은 운명을 원하지 않거든. 단 한 번의 큰 충격보다는 몇백 번의 작은 충격을 받으려고 해. 그러나 커다란 충격이 우리를 전진하게 하는 거야. 작은 충격은 우리를 점차 진창 속으로 몰아놓지만, 그건 아프지 않지. 일탈이란 편한 점도 있으니까. 혹은 마치 파산 직전에 있는 상인이 그것을 갚아가며 늘 불안하게 사는 것과도 같지. 나는 파산을 선언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쪽을 택하고 싶어. 

 
   

젊은 나이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을 무척이나 행운으로 생각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삶이 가치있는 삶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정답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그녀가 내게 주었기 때문이다. 내 마음 속의 니나가 앞으로의 내 인생에서도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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