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걷는 아이 - 열 세살 소년 자콥의 지구 여행기
자콥 지음, 홍은주 옮김 / 북하우스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뽑아든 독자라면 '지구를 걷는 아이'라는 책 제목만으로 대략 어떤 책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짐작이 혹 더 깊이있었다면 아마도 그건 틀렸으리라. 무슨 말인고하니, 나의 개인적인 짐작으로 예를 들자면 첫 추측은 한 아이가 세계 여행을 하는 책일 것이고, 두 번째 추측은 그것도 어떤 교통 수단 없이,우리나라의 유명한 여행가인 '한비야'씨처럼 오로지 두 다리로 걸어서 여행한 내용의 책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다보니 나의 첫 추측은 정답이었지만, 두 번째 추측은 틀렸다. 걷는 시간보다는 수많은 비행기와 버스가 동원되기에.

어쨌든, 그렇다. 이 책은 여행책이다. 다른 여행 관련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책을 쓴 '자콥'이 걸음마도 하기 전, 그러니까 태어난지 일 년 후부터 매년 해외여행을 가족들과 함께 하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해외도 주로 아시아 지역을 여행했었는데,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여행리스트에 없었다. 여행중에는 순박한 아시아 사람들이 이 백인 가족이 있는 곳 마다 몰려오고, 더군다나 금발의 아주아주 귀여운 '자콥'을 만지기 위해 달려드는 사람들에게 자콥은 이골이 난다. 그래서 이 소년이 다소 그 사람들에 대해 삐딱하게 보고, 당돌하게 묘사한 부분을 보고는, 주로 유럽보다는 잘 사는 나라가 거의 없는 아시아에서 만약 우리나라를 여행했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문득 궁금해졌다.

이곳 저곳을 아빠, 엄마와 함께 여행하지만, 내심 외로움을 느꼈던 자콥에게 동생 '아르튀르'가 태어나고 동생 역시 자콥과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첫 돌을 델리의 공항에서 맞게 되고, 조산아로 태어나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역시 이 어쩔 수 없는 역마살 유전자를 물려 받아 형의 보살핌하에 아르튀르 역시 자콥처럼 여행을 안 하면 몸이 쑤실 정도가 된다.

일년의 반을 타국에서 지내는 자콥은 학교에서는 마지막 석달, 한 학기정도만 머무는 대신, 여행을 하며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아빠가 즉석에서 만든 연습문제를 받아 풀고, 정확히 세 시간씩 공부하는 그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공부하는 시간이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성적이 썩 나쁘지도 않다. 그런 자콥은 그가 생각하기에 정상적인 사람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공간과 그에 비해 자기가 생각하기에 머리가 약간 돈, 비정상적인 자기 가족의 여행에 대한 생각에 대해 이렇게 풀어 놓았다.

하루 세 시간의 공부, 그리고 지구와의 만남을 통해 나는 알아야 하는 모든 것을 배운다. 내 미래는 학교 성적에만 달린 것이 아니라 살면서 얼마나 요령 있고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느냐 하는 능력에도 달려 있다. 정말로 유용한 건 어쩌면 학교 밖에 있는지도 모른다. -p.330-

열 세살의 소년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데에 적잖이 놀랐고, 그만큼 어렸을 적부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자기가 사는 세상을 벗어나 다른 많은 곳을 여행한 댓가는 이처럼 깊이있는 생각에도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기록했던 여행집을 책으로 엮어낸만큼, 어린이 특유의 당돌함과 맹랑함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본인도 자기의 아빠 엄마 그리고 자기 자신도 괴짜라고 생각하는만큼, 희한한 행동의 묘사에는 웃음을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한 책을 쭉 읽다보면 이 어린 꼬마가 점점 성숙해지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지금도 자콥은 여행을 하고 있는지 참 궁금하다. 사실 자콥은 나보다 나이가 꽤 많은데, 지금은 아주 건장한 청년이 되어 있을 그가 한국은 여행을 해 봤는지 묻고싶다.  비록 지금은 책 속의 사진에서보단 조금 나이가 들었겠지만, 아직도 그 패기와 호기심은 여전한 가족과 함께 아시아 어딘가를 제 집처럼 여기며 여행 중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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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 2006-07-15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미달님 이책 참 재미있었어요..전 갠적으로 이런 여행책을 좋아하는데 이책은 아이가 주체여서 참 좋았어요..그 부모님은 좀 황당했지만요.ㅋㅋㅋ

미미달 2006-07-15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7님 읽으셨군요. 부모에 대해 묘사한 부분에서는 정말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무지 궁금해요. 자콥. +ㅁ+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