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1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북앳북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일단 이 책을 읽기 전 책 제목의 '여탐정'이라는 말 때문에 흥미진진하고 또 추리소설 특유의 그 뭐랄까.. 어두움? 오싹함? 공포? (책 표지만 봐도 그런 낌새 하나 보이지 않긴 하지만..) 등등 을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주인공은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라모츠웨'라는 여탐정이고, 탐정 에이전시를 개업하여 의뢰인으로부터 사건을 맡아서 하나하나 해결해 주는 지극히 아주 평범한 탐정질(?)을 하지만,

독자에게 사건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고 또 복잡하게 얽혀서 간혹 반전도 한번 기대해 볼 수 있는 그런 추리적 요소가 전혀 없이 오로지 라모츠웨 혼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기발하게 사건을 해결하고 있으니, 독자는 그냥 편안하게 눈으로 글자만 따라가면 된다고 말해주는 듯 하다. (이런 점으로 보자면 법의학자인 저자가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된다.)

그렇게 따지면 도대체 이 책이 무엇을 중심으로 다룬걸까?

여러가지 요소가 짬뽕이 되어 있다보니, 뭐 하나 딱 이렇다 할 것은 없지만.. 자국을 대단히도 사랑하는 라모츠웨의 눈길로 사람들을 바라보노라면 휴머니즘도 가미하지 않았을까? 그녀의 어린시절, 실패한 결혼생활 등을 엿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이 여탐정이 너무나도 좋아질 것이다. 그리고 어떤 훈훈함과 따스한 감정도 느낄 수 있고 말이다. (내가 이 책을 평할 때 이런 것들이 가장 많이 작용을 한 듯 하다.)

책이 상당히 재미있었는데, 특히 '아프리카' 에 대해 나도 모르게 은근히 매혹되어 버린 것 같다. 

아프리카... 하면 굶주림, 기아, 미개함, 가난함 등... 이런 좀 뭣한 것들이 먼저 생각날 것이다. (물론 '세렝게티'같은 야생초원도 생각날 수 있겠지만...) 잡지나 여러 책자로 아프리카인들을 접하노라면 한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난 것 만으로도 감사할 지경이었다. 저 사람들도 얼마나 자기네 나라가 싫을까... 어쩌면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아프리카에는 굶주림을 견디지 못한 한 소년이 죽어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는 뭐랄까... 아프리카라는 나라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라고 해야 할까..  라모츠웨의 아프리카를 사랑하는 그 마음이 나의 아프리카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꿔주었고, 더불어 부끄러움 까지도 느끼게 해주었다. (그녀에 비하면 난 애국심이라고는 털끝만치도 없는 이 느낌과 마치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행복지수를 보고 난 느낌이랄까...)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를 기억하는가? (그 때를 기억하는 분이 지금 살아계신다는 확률이 좀 희박하긴 하지만..) 강대국들에 의해 식민지가 되어버린 영토가 아프리카 뿐만이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 아시아도 포함되었다는걸... 물론 아시아는 전체적으로 어느정도 노력해서 인간으로서의 삶의 질을 갖추고 살아가지만, (몇몇 나라는 아직도 그러하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앞만 보고 달려온 경제성장으로 19세기 아시아와 함께 열강의 침략을 받았던 아프리카에 대해 무관심 해 질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간사함 정도는 눈 녹 듯 사라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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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5-07-28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었습니다. 역시 가장 민족적(한국적, 아프리카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걸작이더군요.

미미달 2005-07-28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
따뜻한 추리소설이라는 말이 어울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