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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는 소녀
엑토르 말로 지음, 원용옥 옮김 / 궁리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양장으로 만들어진 표지가 굉장히 예쁜데다, 삽화도 매우 마음에 들어서 오래전부터 점찍어 둔 책이다. 이렇게 두꺼운 책에 삽화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중간에 읽기를 포기했을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내용도 다소 지루한데다 썩 재미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책의 분량은 상당한데도, 내용은 어찌보면 매우 간단하다.
부모님을 여읜 뻬린느라는 소녀가 죽기 직전 어머니의 유언을 따라 빈털터리 신세로 '마로꾸르' 라는 곳으로 아버지의 친척을 찾으러 간다. 그리고 힘들게 그곳에 도착해서 우연히 또래의 한 소녀를 만나, 친구를 하게 되고, 마로꾸르의 친구가 일하는 공장에 뻬린느도 취직을 하게 된다. 어느날 그 공장의 회장님이 급한 볼일로 공장의 근로자 중 영어 잘 하는 사람을 찾게 되고, 영국인 아버지를 두어 어느정도 영어에 능숙한 뻬린느가 운좋게도 회장님의 통역일을 도와주게 된다. 그 일을 계기로 뻬린느와 그 노인은 나이를 초월해 친구가 되었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노인은 뻬린느가 자기의 손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는 여태껏 백내장으로 앞을 보지 못했었지만, 손녀의 얼굴을 보고 싶은 욕심에 수술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손녀와 할아버지는 아주아주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다.
책을 다 읽고는 두가지 궁금증이 일었는데,
하나는, 만약 뻬린느가 영어를 못했다면 줄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다.
나름대로 생각해 보건데, 뻬린느가 영어를 못하면 회장의 눈에 띌 확률은 거의 없다. 그렇게 할아버지가 바로 옆에 있는 것도 모른채, 그리고 혼자 돈을 벌 수 있게 되니 굳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아 할아버지를 찾지 않는다면, 공장 근로자로서 평생 살아갈 수밖에 없을 터, 또 설령 찾았다고 해도 할아버지가 아들을 미워하는 마음이 손녀라고 예외는 아닐터이니 해피엔딩으로 끝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내가 뻬린느라면 어떻게 할까? 인데,
무진장 겁이 많은 내가 뻬린느처럼 혼자서 오두막에서 자면서 달걀을 구워먹을수도 , 그리고 옷과 신발을 만들 수도 없으니, 이야기가 어찌 될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 뻬린느라는 소녀가 나이는 나보다 훨 적어도 더 똑똑하고 지혜롭기에 , 역시 동화책의 주인공은 얼굴만 예쁘다고 되는게 아닌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동화를 읽고 싶었다. 내용이야 어떻든, 끝에 아주 행복하게 살았다는 글을 읽고 주인공과 함께 그 행복을 느끼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현실도피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소싯적에 읽었던 그런 얇디 얇은 동화책은 싫다. 이 책 처럼 한마디로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읽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집 없는 소녀>의 내용은 좀 허접하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책 다 읽고 <집 없는 아이>도 읽어야지' 했던 마음은 어디론가 증발해 버렸다. 더군다나 <집 없는 아이>는 이 두께의 책이 무려 두 권이나 되니... 책이 아무리 재미없어도, 끝까지 읽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 내가 마음을 단단하게 먹어야 할 것이다.
오래전부터 점찍어 두고 기대 한 것에 비해서는 별로였다만, 한가지 '삽화' 만은 이 비싼 책값을 그나마 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