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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 위기의 시대를 돌파해온 한국인의 역동적 생활철학
탁석산 지음 / 창비 / 2008년 11월
평점 :
탁석산을 처음 알게 된 계기가 KBS의 <TV, 책을 말하다>라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의 진행을 그만둔 지 한참이 지난 후인 지금에서야 내가 탁석산의 책을 처음 만나게 되었지만 그때부터 그가 쓴 책에 대해서는 굉장히 궁금했었다. 무엇보다도 방송인이 아니었음에도 꽤 프로그램을 잘 이끌었던 그의 위트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이 책이 물론 탁석산의 대표적인 저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진행자로서가 아닌 철학자로서의 그의 생각들을 처음 책을 통해 들여다보니 사실 실망이 크다.
평소에 인문학에서도 철학 관련 책은 거의 읽지 않는터라 구체적으로 철학이 어떤 학문이며, 철학과 관련한 책이 어떤 성격을 갖추고 있는지도 낯설었다. 그런 내가 이 책을 비판한다는 것이 무리인것은 확실하나 누가 보아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된 설득력이 부족한 책이었다고 본다. 탁석산, 그가 바라 본 대한민국과 국민에 대한 생각들이 마치 모두들 동의라고 하고 있는듯한 성격으로 주장한 점이 당혹스러웠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그의 생각이 논리정연하고 설득력이 있으면 받아들일 수 있었겠지만, 사실 그렇지 못했던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독자로서는 읽는 내내 찝찝한 기분을 숨길 수 없었다. 더군다나 다른 철학자를 대놓고 비판한 부분에서는 그의 인격마저 의심스러워졌다.
탁석산은 한국인이 현세주의, 인생주의, 허무주의 그리고 실용주의로 이루어진 삶을 살아간다고 한다. 한국인만의 특성이 바로 딱 이 네 가지의 관념으로 정리된 것이다. 그러나 이 네 가지의 한계점은 설득력이 부족한 그의 주장일 뿐이라는 점이다. 비록 한국이라는 나라가 정교분리이고 종교의 영향력이 비교적 크지 않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내세를 중시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무조건 현세주의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길거리에서 할렐루야를 외치며 천국과 지옥을 미친듯이 외치는 기독교인들은 한국인들이 아닌것인가. 또한 현세주의적 관점이 경제성장을 이룬 것은 그럴듯하지만 종교와 내세를 믿지 않는 현세주의,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자는 인생주의 외에도 다른 이유가 분명 존재한다고 본다. 그리고 인생무상, 일장춘몽으로 정의되는 허무주의가 한국인들이 일반적으로 내재된 문화적 관념인지 의문스럽다.
이 책은 그저 저자의 철학적인 에세이로 정의내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너무나도 많이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긴하지만 한국인으로서 한국인을 새롭게 보는 참신함과 무엇보다도 충분히 부정적일 수 있는 부분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전환해서 보았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