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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ㅣ 타산지석 1
이식.전원경 지음 / 리수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생각보다 영국에 대해 총체적으로 다룬 책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거의 여행기나 가이드북으로 나온게 전부이다보니 이 책을 옛날부터 찜해두고 있었다. 읽고 나서 나의 영국사랑병은 더 심해진 것 같아 심히 우려되지만 말이다. 부부가 영국에 유학가서 살았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니만큼 단지 잠깐 동안 영국을 여행했을 때의 단편적인 모습이 아닌 정말 영국이라는 곳과 영국인들의 삶 속에서 경험해 본 그들의 삶 자체를 세밀하게 알려주고 있다.
보통 영국하면 변덕스럽고 음울한 날씨와 살인적인 물가를 생각하는데 역시나 그 통념에는 위배되지 않지만 그만큼 볼거리도 많고 처음에는 무뚝뚝해보이는 영국인이지만 신사의 나라 답게 알고보면 무척 친절한 사람들 또한 영국인이다. 무엇보다도 영국의 전통을 중시하고 꽤나 보수적인 부분에 심히 놀랐다. 몇 백 년전의 캠브리지와 지금의 캠브리지가 하나도 변한 게 없는 것을 보면 알 듯이 말이다.
개인마다의 느낌은 다르겠지만 저자가 영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깊어 그 콩깍지로 하여금 모든 것을 좋게 보고 거의 칭찬하고 있으니, 사실 이 책에서 아주 객관적인 영국 평가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또한 이 책은 어디까지나 영국에서 몇 년을 살아 본 이들이 그들의 삶에 깃든 영국에 대해 느낀 점을 쓴 것이기 때문에 영국이라는 나라와 영국인에 대한 느낌 또한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몇몇 영국인이 불친절하다고 모두 그런 것은 아니며 또한 몇몇 영국인이 친절하다고 또 모두 그런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 우리나라가 떠올랐다. 마치 해외여행을 가서 우리나라 사람으로서의 스스로의 정체성을 자각하고 애국심이 느껴지듯,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나라의 역사도 영국 못지 않게 오래되었고, 삶의 질 또한 어느 정도 향상되었지만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임을 새삼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영국과 가장 비교가 되는 것은 '문화'가 아닐까. 영국은 얼마든지 문화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 있고 자연스레 국민들이 문화적인 조예가 깊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영국에서 성공한 뮤지컬이 전세계적으로 흥행할 수 있었다. 또 우리나라의 고질병인 '학벌주의'가 영국에서는 절대 통할 수 없다는 것 또한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정말 대학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만 대학에 진학을 하는 점을 보면 알듯이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 충실하고 효율적인 제도와 문화가 있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이라고 무시받거나 천대받지 않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부분들이 사실 한 나라가 부강해질 수 있는 중요한 요인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가 이런 부분을 배워야 겠지만 하루아침에 이루어지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영국이 좋아서 무조건 영국인이 될 수 없다면 내가 살고 있는 나의 정체성의 기반인 모국을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바로 이 책의 시리즈명인 타산지석이 의미하듯이 말이다.
이 책이 개정판이지만 사실 개정판 또한 나온지가 꽤 되었다. 영국이 아무리 전통을 중시하고 보수적인 나라라고 해도 시간이 지난 만큼 변화된 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지금의 영국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 어떤 모습이든 나의 영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변함없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