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를 사랑한 남자 - 인간 존재의 수수께끼를 푸는 심리학 탐험 16장면
조프 롤스 지음, 박윤정 옮김, 이은경 감수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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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존재의 불확실함과 복잡함, 그 오묘함을 연구하는 심리학이 한 때 '스키너의 심리 상자 열기'로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왔었다. 심리학 관련 교양 책을 많이 읽지 않은 나 같은 독자에게 이 책은 무척 흥미로울 수 있겠지만 조금 더 심도 있는 심리학에 대한 지식을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그저 수 많은 심리학 관련 교양서적들 중의 하나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 심리를 어떻게 알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하나의 이론으로까지 확정지을 수 있을까. 바로 이 책에서 역사상 심리학의 발전을 이끌어 준 많은 사례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또한 몇 개의 사례로 인간 심리를 일반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화두 또한 던져주고 있다. 잠을 자지 않음으로써 인간에게 수면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에 촉매제 역할을 했던 피터 드립과 랜디 가드너의 사례, 다짐봉으로 뇌가 처절히 뚫렸음에도 기적적으로 살아난 피니어스 게이지, 인간의 행동주의라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행동심리학을 내세운 J.B.왓슨의 조건 반사 실험은 심리학에 대한 심도 있는 지식을 알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 본 사례일 것이다. 책은 총 열여섯가지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처럼 유명한 사례 뿐만이 아니라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심리학계에서 한 획을 그었던 사례들 또한 흥미롭게 소개해 주고 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경이로운 기억력을 자랑하는 남자 솔로몬, 강박충동장애라는 질환에 대한 관심의 계기가 된 지나칠 정도로 '씻기행위'에 집착했던 소년 찰스,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의사의 잘못된 판단과 수술로 억지로 여성의 삶을 살다가 또 다시 자아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성의 삶을 산 라이머 등, 마치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적합할 인간이 역사상 존재했다는 점에 대해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흥미로움과 오싹함이 느껴졌다. 어쩌면 이는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의미를 시사하는 것은 아닐까?

사회학도로서 사회를 과학적인 논리와 관찰방법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회의를 느꼈던 적이 있다. 다름 아닌 사회란 인간이 살고 있는 공간이고, 인간이라는 존재는 이처럼 몇몇의 사회학자들이 인간 심리에 대해 경시하고, 그저 꼭두각시와 같은 존재로 치부하기에는 무척이나 복잡하고 불확실한 알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다른 학문과의 연계성이 많은 학문이기는하지만 심리학 또한 다른 학문 못지 않게 많은 연관이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고전 사례들을 보면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바로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하면서 인권을 등한시한 비윤리적인 부분이다. 지금은 이런 부분을 윤리적인 강령으로 대체되어서 그때만큼 그저 심리학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을 목적으로 실험이 난무하지는 않겠지만 이는 그만큼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에 대한 장벽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심리학의 숙제는 바로 윤리성을 놓치지 않고 제대로 된 실험을 함으로써 인간 심리에 대한 비밀을 계속 밝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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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6-22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글에 박수 짝짝짝! 멋진 생각이십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미미달 2008-06-22 20:00   좋아요 0 | URL
아 세실님 오랜만이예요. :)
추천감사합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