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모리 히로시 지음, 안소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혼자 있는 시간에 하는 사색은 아마 내가 중학교를 다니던 무렵 가장 많이 했었던 것 같다. 학교와 집이 멀어 늘 그 익숙한 길을 걸어다니면서 머리는 쉼없이 무언가를 생각했었다. 그게 어떤 생각이든, 머리가 터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만큼 난 항상 사색에 빠지곤 했었다. 그 때의 난 내가 이 세상의 진리를 다 터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확신에, 후에 철학도라도 될 줄 알았었다.

이렇게 홀로 있는 시간과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간 중 자기가 편하게 여기는 쪽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나는 누군가와 함께 있는 걸 어느 순간에 애타게 목말라하지만 이내 누군가와 만나고 난 후, 남는 건 허무함밖엔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대화를 적당히 했다면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책 속엔 나와 비슷한 사람이 나온다. 주인공인 대학교수 고야마. 어느 날 후배가 행방불명이 되어, 그 후배를 수소문해보았지만 그 누구도 소식을 알 수가 없는 중에, 후배가 사라지기 전 자신에게 가르쳐 준 식당을 찾아간다. 그 식당은 반드시 혼자서 가야 하며 갈 때 마다 장소가 바뀌고 음식 또한 주문하지 않아도 알아서 가져오고, 장소와 음식처럼 함께 먹는 여자손님 또한 매번 바뀌는 아주 특이한 식당이다. 이 여자손님들 또한 생김새 만큼이나 성격도 다르고, 식사예절도 다르다. 그만큼 고야마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주제 또한 매우 폭넓다. 때로는 그 전날 자신이 꾼 황당한 꿈을 얘기하는 황당한 대화를 할 때도 있다.

책은 오로지 고야마의 생각과 시선대로 쓰여지고 있다. 아마도 고야마는 저자가 이입된 인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자가 평소 홀로 있으며 생각하는 여러 단상들을 책 속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었고, 때론 그 생각들은 독자로서 잘 이해가 되지 않을만큼 깊이가 있기도 하다. 이 점에서 보자면, 책의 깜찍한 표지와 제목과는 달리 조금은 묵직한 소설이라고 평하고 싶다.

그러나 끝까지 조금 특이한 이 여성들의 존재와 사라진 후배가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싶은 내게, 끝끝내 책은 이 미스테리한 부분을 해결해주지 않은 채 끝나버린 점이 아쉽다. 저자는 이 책이 본인이 쓴 책 중 이 책에 가장 애착이 가고 잘 쓴 것 같다고  한다. 아마도 저자가 투영된 주인공과 함께 저자의 일상이 많이 묻어난 소설이기 때문일 터.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어본 독자로서는 이책으로 하여금 고독의 매력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 뿐, 저자만큼 애착이 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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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9-15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것이 가장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미미달 2007-09-17 09:57   좋아요 0 | URL
그래서 요즘 고독의 매력을 새삼 느껴보고 있지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