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야 - 전2권 세트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히가시노 게이고의 <레몬>을 읽고, 느꼈던 전율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후 그의 모든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 집어 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부인했지만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백야행의 속편으로 여기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 사실을 모르고 난 환야부터 읽어버렸다. 진작 알았으면 백야행부터 읽었을 것을 다소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백야행을 읽지 않고 환야부터 읽어도 내용 파악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이야기의 시작은 1995년 고베 대지진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시 지진의 피해를 입은 주인공 '마사야', 그는 얼마 전 사업 실패로 자살한 아버지에게 오래 전 빌린 돈을 받으러 온 그의 삼촌이 벽돌더미에 깔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죽이게 된다. 하지만 이를 목격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미후유'. 미후유는 그의 죄를 애써 덮어주고, 둘은 이내 도쿄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되어간다.

  과연 미후유는 누구일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미적지근한 무언가가 남아있는건, 그녀가 마사야와 형사가 알고 있는 그녀인지, 아니면 자신의 입으로 직접 이유를 들어 설명한 진짜 미후유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나와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읽으면서 그녀를 바라본 대한 나의 시각은 미움보다도, 그만큼의 연민이 뒤섞인 마음이었다고 하는게 확실한 것 같다. 그녀가 비록 지진이 발생하기 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확실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백야행'에서 그녀의 어린 시절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이 그녀를 이렇게 만들어버린건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점점 사회에 눈을 뜨게 되고부터 누구나가 조금씩은 미후유처럼 사회의 틀에 맞춘 인간이 되려고 발버둥치는게 아닐까? 유독 일본 소설에서 난 이런 느낌을 많이 받은 것 같다. 비록 작가가 모두 다르고 이야기가 모두 다르지만 결국 말하려는 것의 공통점은 바로 이런 메세지들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도 조금은 미후유와 닮아가는지 모를 일이다.

  미후유가 베일을 가린 듯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은 캐릭터라는 점이 히사시노 게이고의 설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조금만 더 '미후유'의 과거에 대해 그리고 마사야처럼 독자들로 하여금 미후유의 마음 또한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로써 나처럼 책을 다 읽은 독자들에게는 미적지근한 부분이 남지도 않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가 '백야행'과 '환야'에 이어 세번 째 밤에 대해 집필을 한다고 하니 이 아쉬움을 덜어주리라 기대해본다.

  <백야행>을 읽고 싶어진다. 작가가 아닌 '독자들이 여기는 속편'을 먼저 읽은터라 백야행을 읽고 재미가 반감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니까! 라는 기대감도 그에 못지 않다. 타고난 이야기꾼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에서 환야로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질 세번 째 밤 또한 기대된다. 세번 째 밤에서는 '미후유'가 비로소 누구인지 확실히 알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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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09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책을 많이 읽으시는군여-!

미미달 2007-04-21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만큼 많이 읽지는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