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partner
잃어버린 것
우리 동네 P에서 워낭소리를 하다니, 믿기지 않는다.
새 영화를 하루 이틀만에도 과감히 내리곤 하는 그곳에서..
워낭소리가 대세 흐름이긴 한가보다ㅋㅋ
동네에서 볼 수 없었다면
볼까 생각하지도 않았을거다.
처음 소의 등장부터
소는 문외한이 봐도 털빛깔도 그렇고
힘이 없고 축 늘어진 게 상당히 늙어 보인다.
할아버지는 일흔 아홉의 모습이다.
다리는 8살 때 침을 잘못 맞아서 절고
이는 다 빠졌고
발가락 하나는 뼈를 붙일 수 없는 지경이 돼버렸다.
처음에 문제가 생겼을 때 아프셨을텐데 상관없이 일하다가 그렇게 됐다.
혈압이 높아서 중풍이 올 수 있다는데도
일한다.
" 아파. 아파.."
" 골 아파.."
그러면서도 일한다.
왜 그렇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는걸까?
할머니는
남의 집 일은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해야 하는거라
몇 년간 남의 집 일 하면서 생긴 습관이라 했고,
할아버지는
힘들다고 안하나?
그래도 해야지
죽으면 몰라도
살아 있으면 꼼짝거려야지, 하신다.
결국 영화는
죽는 날까지 계속 가라,
죽는 날까지 아낌없이 다해라,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할머니 때문에 여러번 웃었다.
나는 팔자가 나빠서 저런 영감을 만나가지고.. (농약도 못치고 이렇게 고생하는데)
저 여자는 뭔 복을 타고 나서 싱싱한 영감이 농약 친다..
우리는
왜 그렇게 더 가지려 하고,
새 물건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무엇을 위해서였을까?
왜 아무것도 없는
돈도 명예도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불행해보이지 않는 걸까?
그들은 행복해보였다.
그렇다면 성공한 인생이 아닌가?
가장 슬펐던 장면은
소가 죽기 직전,
죽음이 임박한 순간이었다.
코뚜레와 워낭을 풀어주고
그동안 고생했다.. 좋은데로 가래이.. 하던 장면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일소나 우리 인간이나 다른게 없었다.
메어 있는 존재다..
죽을둥 살둥 끝까지 할아버지의 일소였던 늙은 소는
짧은 자유를 맛보고
갔다..
그리고 너른 마당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장작..
독립 영화를 극장에서 본 적도 없고
(독립 영화라는 것 대충 짐작했을 뿐 정확히 뭘 말하는지 몰랐었다.)
워낭소리를 보게 될 줄 몰라서
신문 전면에 난 프로듀서, 감독의 인터뷰를 자세히 읽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 그런 정보가 없었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다.
감독이 지게를 지고 소 달구지와 귀가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감동적이었고 성자의 모습같았다고 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아, 저 장면을 말하는 거구나 했다..
아쉬운 건
할아버지는 묵묵히 일하는 선으로
할머니는 끊임없이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는 거였다.
지나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할아버지가 주인공이라서?
할머니가 일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툴툴거려도 할아버지의 동료는 할머니 뿐이고
할아버지가 하는 만큼 할머니도 일을 하는데 말이다.
또
카메라가 마당에 있는 엄청난 양의 장작을 쭉 훑는 장면은
(눈물나는 장면이고 울었지만)
너무 설정한 티가 난다.
이래도 안 울래? 하는 것 같다.
어쨌든 다 보고 나서
넘 식상한 말이지만
아무것도 아닌 내가 가진게 무척 많구나 반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