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야 하는 거라면 

연락이 왔을 때 빨리 헤치우는 게 낫다. 

토요일 5시로 약속을 잡았다. 

 

우리 집 근처 

어느 지하철 역이라고 약속장소를 정하기는 했는데 

토요일 5시가 다 되어가는데 연락이 없었다. 

내가 아는 카페에 일단 들어갔다. 

5시 5분쯤 전화가 와서 위치를 설명했는데 

헤메다 다시 전화했다.  

그렇게 겨우 카페에 들어선 그는 

케이스위스 운동화를 신은 키가 작은 남자였다.  

 

광화문에서 운전하고 왔는데, 

토요일이라서 밀렸다며 미안해했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왔다고 했다. 

(일 할게 있어서 5시가 괜찮다고 했구나..) 

주5일 근무가 환상적으로 들리지만 

실질적으로는 주6일 근무인 회사들이 많은 것 같다.  

 

남자를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얼굴이 깨끗한가다. 

점이나 잡티 없는 얼굴에 호감이 간다. 

이 남자는 동안이었다. 

나이보다 훨 어려보였다. 

 

두번째로 치아가 고른가를 본다. 

(무슨 우시장도 아닌데 말이다ㅋㅋ) 

그냥 개인적으로 이가 고르지 못한 사람은  

왠지 신뢰가 안간다.  

이 남자는 스케일링 한 것 같은 깔끔한 모습이었다. 

 

세번째로 손을 본다. 

적당히 크고 남자다운 손을 좋아한다. 

장동건을 좋아하는 건 연예인으로서이고 

그에게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게  

가늘고 여린 손이다. 

그의 손은 그의 성격을 말해주는 것 같다. 

섬세하고 예민하고 때론 신경질적인 느낌이라면 나만의 오바일까 

이 남자는 키가 작아서 

손도 작았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아니 처음 만나는 이성에게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왠지 남자들은 이런 걸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지구인같다. 

4년 전에 결혼할 뻔한 얘기같은 걸  

초면에 왜 하는 걸까 

적어도 첫만남이라면 그런 얘기는 안하는게 예의라는 걸 모르는걸까 

 

한 시간쯤 얘기하다 

그가 영화를 예매했다고 했다. 

왓치맨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예매했단다. 

난 그런 영화 안 좋아하는데, 

참 일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바로 보러 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  

 

2층 카페에서 건너편 건물 1층 식당이 보인다.  

커플이 식사하고 있었다.  

밥 먹으러 가자고 하길래 

배고프세요? 했다. 

그는 밥은 먹어야죠 한다. 

 

그가 

그럼 뭐 할까요? 했는데 

나는 나갈까요?로 알아들었다.  

그렇게 밖으로 나왔다. 

함께 걷는데 

그는 내 키만 한 것 같다. 

아니 나보단 약간 크겠지 싶다. 

어머니가 깔창을 하고 다니라고 한다고 했다.  

지금 운동화도 어느 정도 굽은 있을텐데.. 

이렇게 작을 줄은 몰랐다. 

내 키 164센티가 여자 키로 작은 키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비호감이 아니었는데 

왜 함께 밥 먹고 싶지 않았을까? 

집에 들어오다 마트에 들렀는데 

문자가 왔다.   

식사라도 해야하는데 생각이 없으신 것 같아서요

담에 기회되면 맛있는 저녁 사드릴께요 라는.. 

집에 가서 답 보내야지 생각하는데 

또 왔다. 

연락도 없으시네요 전 영화보려구요 라고.. 

그는 쿨하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같다. 

 

저희 동네까지 오셨는데 죄송해요. 영화 재밌게 보세요 라고 

답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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