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사랑손님과 어머니 장삼이사 마권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9
이상.최명익 외 지음, 최원식 외 엮음 / 창비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독서 편식이 무척 심한 편이라, 읽는 책이 주로 외국소설에 의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던 중에 이런 책을 골라볼수 있게 되었는데,
사실 몇몇개의 단편은 학교다니던 시절에 교과서에서 보았던 단편들이어서,
나도 모르게 어느새 고교시절을 회상하면서 보게되었다.
고교시절, 교과서에 실려있는 한국 소설 중에 거의 유일하다 싶을 정도로,
"아, 이건 내 취향이야!"라고 말할수 있었던 단편은 이상의 "날개"였다.

한없이 침울하고 병적인 이야기-
방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는 병약한 남자가 아내의 화장품 냄새를 맡고 돋보기로 장난을 치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날자, 날아보자꾸나"하는 대사는 어딘지 마음이 아파지는 말이라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사실 학교를 다닐 시절에 이런 소설들은 "소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능을 위한 획일적인 몇가지 주제로 존재하게 된다.
책이란 어떤 방식으로 읽는게 좋을까-
어떤 소설이든 재미있게 접해야한다는 것이 나만의 방침이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강요받듯이 소설의 주제의식에 시달리며
우리가 얼마나 많은 감정과 감상을 빼앗기고 살았는지 다시 생각해보았다.
 
사실은 이상의 단편들을 보려고 보기 시작한 책이지만,
최명익의 "비 오는 길"에서 그 쓸쓸하고 황폐한 감성에 정말로 감탄했다.
비오는 날, 다 무너진 도시를 거니는 듯한 느낌에 기분이 묘해지는 단편이었다.
인물들에게 하나같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장삼이사" 또한 의외의 수확.
혼잡한 기차안에 모여서, 누군가를 모욕하며 보내는 사람들의 비열한 군중심리는
지금 봐도 설득력있다.
단편들중 몇몇개는 이해하기 힘들었으나,(대표적인 예로 종생기)
최명익의 발견은 의외로 쏠쏠했다.
 

단어해석이 모두 책뒤에 실려있는데 무척 불편하다.
한장에 수록되었더라면, 흐름을 끊지 않고 읽을수 있었는데...하는 아쉬움도 들고,
어딘지 참고서같은 느낌이 드는 고루한 편집도 약간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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