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스 무하와 사라 베르나르
이동민 지음 / 재원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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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림을 보았을 때 "앗, 이건 만화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그림들이 있다. 대부분 아르누보 미술품들에서 그런 느낌을 받게 되는데, 아르누보 미술작품들이 일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떠올리면 이런 느낌이 아주 틀린 감상은 아닐 것이다 다른 어떤 그림들 보다도 그 현상에 정지된듯한 느낌이 강하고, 디자인적이고 장식적이면서도 평면적인 느낌을 받게되는 아르누보 그림들. 그 몽롱하고 퇴폐적이며 여성스러운 그림들을 나는 사랑한다.
알폰스 무하의 그림을 처음 본것이 10년전쯤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는 외국에서 나온 화보집 이외에 알폰스 무하에 대한 어떤 정보도 찾을수 없었다. (내가 처음 알폰스 무하의 화보집을 보게된 것도 무척 우연이었는데, 아는 사람이 동네에서 어느 집 이사가면서 버리고 간 책들중에 껴있던 알폰스 무하의 책을 발견하고 광분하며 집으로 가져왔다고 하여 나 역시 보게되었다. 대체 어떤 사람이 이런 엄청나게 아름다운 화보집을 버리고 갔을까 하는 의문도 가졌더랬지.)
어쨌거나 알폰스 무하의 그림에 처음 빠졌을 때 그에 대해 어떠한 정보도 찾기 힘들었었고, 지금은 그때보다는 조금 유명해져서 여기저기서 그의 그림을 볼수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의 생애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했다.

이 책은 주요 활동범위가 프랑스였기 때문에 알퐁스 뮈샤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던 알폰스 무하와 그의 페르소나였던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책을 보면서 왜 이 화가의 이야기가 알려져있지 않을까...하던 예전의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그의 삶에는 드라마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흐처럼 평생 무명작가로 살지도 않았고, 고갱처럼 완벽한 보헤미안도 아니었으며, 로트렉처럼 장애를 딛고 일어서지도 않았고, 클림트나 에곤쉴레처럼 퇴폐적이고 강렬한 느낌을 주는 작가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의 그림은 주로 포스터나 잡지표지, 책 일러스트에 많이 사용되었는데, 그 사실에서도 알수 있듯이, 그는 철저한 상업화가였던 것이다. 화가라면 누구나 그렇듯, 어느 정도 고생을 하며 유명화가가 되기 이전의 삶을 살았지만, 배우 사라 베르나르의 공연 포스터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유명세를 타며 끊임없이 그림의뢰가 들어오던 화가였던 것이다.
그 일을 계기로 그에게는 여러 포스터 권유가 들어오기시작해서, 그때부터 엄청난 다작의 포스터와 장식작품을 제작했다. 화가 본인도 그림에서 최대한 직접적이고 강렬한 표현은 잘 하지 않은 이유 역시 그의 그림이 팔리기 위해 제작된 그림이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그렇다고 평생 상업적으로 이용된 그림을 그린 것만은 아니지만, 그의 주요 인기작품들은 대부분 상업적 용도로 제작된 그림으로, 뛰어난 장식미와 세련된 디자인, 특유의 여성스러운 곡선이 매력적인 그림이었다.

책에 얘기되어있지 않았지만, 감히 예상해보자면, 어쩌면 이 작가는 동료작가들에게 시샘이 섞인 비난을 듣지 않았을까 싶다. 상업예술이 판을 치는 요즘은 그런 것이 하나도 흠이 되지 않지만, 장식성과 디자인성으로 승부보는 이런 그림들은 순수예술에서는 조금 멀어져보이니까. 오히려 지금으로 따지면 디자인이나 만화쪽에 가깝다. 순수예술, 정통성같은 것을 더 중요시 여겼던 사람들에게는 철저한 비난의 대상일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알폰스 무하의 그림이 제대로된 평가를 받기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뿐만이 아니라 유럽에서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하니, 이 화가의 그림은 당대에는 인기 많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반짝반짝 최신 유행이자 아르누보의 아이돌로 평가받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예술가의 고뇌와 우울함보다는, 화려하고 화사한 꽃과같은 그림들을 그리던 사람. 어쩌면 다른 예술가들은 그의 풍족함과 대중적인 재능과 인기를 미워하고 질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히 알폰스 무하가 살았던 시대의 프랑스에서는 보헤미안 예술가들이 대부분이었고, 또 다행히 외곬수 예술가도 아니고, 많이 버는 만큼,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었던 인정많은 사람인지라 많이 외롭지는 않았을 것 같다.

선물받은 책인데, 보고있으면 황홀해지는 알폰스 무하의 그림과 그의 일생이 담긴 책이라 참 좋았지만, 제목에 명시되어있는 <알폰스 무하와 사라 베르나르>의 사라 베르나르의 이야기는 얼마 되지 않아 아쉽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이 책과 표지가 다른데, 재판을 찍으면서 표지를 달리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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