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고리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4
제롬 들라포스 지음, 이승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깨어나 보니 병원이고,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한 남자가 있다.
수많은 소설, 영화, 드라마, 만화에서 다루어졌듯이 이 주인공 "나탕"은 사고로 기억상실증이 되어버린 남자이다. 수많은 기억상실증 주인공들이 그렇기는 하지만, "피의 고리"의 주인공 "나탕"은 다른 기억상실증 환자보다 더더욱 집요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북극 빙하에서 조사를 하다가 사고를 당해 정신을 차려보니 기억을 잃은 자신밖에 남지 않았다. 같이 일했던 동료들은 모두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어딘지 수상하고 기묘한 느낌이 감도는 가운데 병원을 탈출해 과거를 찾으려던 그에게 그를 쫓는 사람들이 따른다. 어렵사리 찾아간 자신의 집이었던 곳은 휑하기만 하다. 나탕은 어렴풋이나마 기억나지 않는 자신의 과거를 필사적으로 쫓으며 고군분투 하게되는데, 알면 알수록 자신의 존재는 더더욱 이상했다. 여러가지 이름으로 존재하지만, 결국 아무곳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은 미지의 인물-마치 유령같이 살아왔던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전세계를 누비며 진행되는 "피의 고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막히는 부분없이 술술 읽어갈수 있는 미덕을 지닌 스릴러 소설이다. 많은 스릴러 소설들이 그렇듯이 "마치 한편의 영화같은" 느낌이 드는 방대한 스케일의 스릴넘치는 소설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인 호불호를 따져 생각해보자면, 나는 이 책이 그저 그랬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장면들이 너무나 많이 연속되며, 왠만한 스릴러 소설들을 많이 읽다보니 이제는 스릴러 소설에서도 "영화같은" 느낌을 덜 받을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장르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충분하나, 작가의 개성이 희미하며, 프랑스 소설임에도 프랑스소설이라는 느낌보다는 미국소설같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드는 소설이라, 그 점도 많이 아쉽다.
초반부의 강렬함과 박력이 중반부 이후까지 지속되지 않아서 후반부는 읽는데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니, 그보다는 읽으면서 결말이 별로 기대가 되지 않았달까..)

책을 읽다가 잘쓰여졌고 기억에 오래남는 스릴러 소설의 조건이 무엇인가 생각해보았다.
세상에 수많은 스릴러 소설들이 있지만, 게중에는 어떤 사람들이 장르문학을 이야기할때 말하듯 "시간떼우기"에 불과한 소설이 있는가하면, 명작 계열의 스릴러 소설도 있기 마련이다.
예술의 모든 부분에서 그렇지만, 잘쓰여진 명작 스릴러 소설의 조건 역시 만든이의 철학과 개성이 첫번째 가 되는 것이 아닐까. 세상은 점점 빨라지고, 사람들은 자극적인 것을 원하고, 메시지는 흐릿해져도, 그래도 영원히 남게 되는 것은 작가라는 한인간이 남기는 열정과 고뇌와 진중한 메시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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