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집 사무실...사무실 집이 아니였던 시기에는 제법 빨빨거리면서 서울 여기저기를 뻔질나게 돌아다녔던 적이 있었다. 월요일은 신촌에서 술을 먹으면 다음날은 한양대 앞에서 또 그 다음날은 강남역에서 그 다음날에는 신천에서...동서남북 술과 친구가 있다면 가리지 않고 사방 팔방을 싸돌아다닌 결과 음식을 제법 맛있게 하는 집을 두루두루 알게 되었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과거 역삼동쪽 사무실을 다닐 때 알게된 허름한 중국집이였었다.

일반 동네 중국집과 별반 다를바 없는 가게크기에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겠어 하면서 들어간 중국집은 인건비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저렴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주방에는 아저씨 한분 홀에는 아주머니 한분...나중에 알았지만 이 두분은 부부셨고 두명의 인원이 이 음식점을 운영하는 단촐소박한 가게 였었다. 그러다 보니 배달은 절대 불가능하며 먹고 싶다면 찾아가서 먹어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감내해야 했었다.

점심때 주로 찾아가서 면류나 밥류를 주문해서 먹다가 어느날 독한 술이 땡긴다는 사무실 동료의 요구에 의해 점심을 먹으러 갔던 그 중국집에 생각났고 고량주에 탕수육이나 먹자는 결론을 내리고 그곳으로 향했다.

예정대로 주문을 하고 탕수육을 한입 입에 넣은 순간....
거짓말을 보탤 필요도 없이 태어나 먹어 본 탕수육 중에 제일 맛있는 탕수육이였었다. 겉은 촉촉하고 속은 바삭하며 씹을 때 살짝 흘러나올듯 말듯 한 기름기는 느끼하지 않았으며 소스 또한 일품이였다.
서울의 유명하고 의리의리한 중화요리 전문점보다 월등한 그 맛....전혀 화려하지도 않고 유명하지도 않았던 가게에서 이런 맛을 접하다 보니 진흙속에서 진주라도 건진 듯한 기분이였다.

그 후 저녁 술자리의 단골가게가 되었고 그 해 사무실 송년회를 아예 이곳에서 했었던 기억이 난다. 다만 단점이 있다면 주방 아저씨의 컨디션에 따라 맛이 기복차가 좀 심했던 정도...5번 가면 4번은 제맛이 났고 1번은 오늘 아저씨 기분이 별로 안좋구나 라는 정도 였었다.

그후 직장을 옮기면서 거리가 멀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처럼은 아니지만 가끔씩 찾아가 술잔을 기울이던 곳이였다. 

사무실을 옮기고 같은 직장에 다니던 여자동료가 약간 많은 인원이 모이는 모임을 위해 음식점을 물색할 때 난 주저없이 가격대 성능비가 월등한 이곳을 추천했던게 화근이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수다스럽고 말이 많던 이 여직원은 결국 그곳에서 모임을 가졌고 그 맛에 감탄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지나치게 소문을 많이 내버리고 만것이였다.

소문에 소문을 돌아 다른 부서 과장이 나에게 와서 죽이는 탕수육 하는 곳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그 가게는 퍼질 대로 퍼졌고 결국 다수의 인원이 그 중국집을 방문하고 단골이 되버린 상황까지 가버렸다.  그 이후..난 그 집에 발길을 끊어 버렸다. (불쾌하게도 그 집 소문의 진원지가 그 여직원이 원조라는 이야기.. 그러니까 번역은 내가 했는데 번역가는 그 여직원 이름으로 올라간 것과 같은 분위기였었다.)

왠지 모르게 나만의 보물이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때가 타버렸다는 같잖은 생각...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절대 아니면서 알게 모르게 빈정 상하고 불쾌한 그 기분 때문에 그집의 출입을 지금까지 자제하고 있다.

오픈하는 날 울긋불긋한 화려한 부적을 잔뜩 걸어 달고 카운터 앞에는 큼지막한 전병을 쌓아 놓고 가져가라고 권해주시던 아주머니... 그리고 홀에서는 한국말을 주방에선 중국말을 계속해서 주절주절 거리셨던 주방 아저씨.. 

그 부근을 지나치던 친구녀석의 말을 빌리자면 아직 가게는 존재한다고 하니 이쯤에서 한번 방문을 해볼까 생각 중이다.  그새 망하거나...맛이 형편없이 떨어졌다면 대략 난감할 상황이겠지만....

뱀꼬리 : 군만두는 호화반점..!! 사천탕면은 동촌홍!! 탕수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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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10-21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엄마표. 탕수육.이 맛있는데 ^^

비로그인 2006-10-22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잡지에 맛집기사가 자주나가는데 어떤집은 기사 나간다음에 자기집 빼달라고 항의하는 식당도 드물게 있데요.자기들은 작은규모로 단골들하고만 식당하고 싶은데 사람많이 오는거 싫다고...

Mephistopheles 2006-10-23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 음 언제 어머님이 탕슉 하시게 되면 사진 좀 올려주세요..^^
바람구두님 // 음....바람구두님 알게 모르게 바람구두님과 저는 공통점이 조금씩 많아지는 느낌이 듭니다..혹시..도플갱어...ㅋㅋ
담뽀뽀님 // 매스컴을 통해 떠드는 집치고 7할이상은 기대치 이하가 맞을 껍니다.
특히 양의 피해는 심각하죠..TV화면에서는 그렇게 푸짐하던 양이 직접 가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그런 경우가 허다하답니다..^^
원칙을 말씀하시면서 속삭이신 분 // 대체로..그런 것 같습니다..(나는야 킬리만자로의 표범~ 아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