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뱀
베르나르 뒤 부슈롱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유일신을 모시는 종교적인 개념으로 축복받은 이들은 천국에 가고 버림받은 이들은 지옥에 간다고 한다.   하지만 축복이라 생각하고 오른 원정길이 결국은 버림받은 위치로 격하되는 지경까지 간다면 당하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혼란스럽게 현실에 대처해야 할지도 모른다.

특정종교에서 불경시 하고 있는 뱀이라는 동물의 이름을 붙인 배이름(짧은 뱀)부터 수상하기까지 하며 지독한 원정길의 종착점에 도달해 하는 행동 또한 결국에는 불경스럽기 그지없다면 뭐라고 생각하야 하나.

3가지 시점으로 나누어진 이 책은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과거의 모든 참상과 살육, 탐욕이 고스란히 나타내어 지고 있다. 3가지 시점에서 하나의 시점으로 표현되는 추기경의 시점에서 지금의 스킨디니바아 반도로 종교적인 원정을 감행하는 원정대에게 보내는 서신속에서 탐욕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대가 돌아오자 마자 그런 품목(여우와 곰의 가죽, 바다코끼리와 일각돌고래의 뿔, 고래 내장에서 추출한 용연향)들을 본인의 창고안에 즉시 채워놓도록 한다. 그대의 심신과 박애에 대해 은사를 배풀고 싶은 본인의 마음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겠으나, 미리 선불로 그대에게 내어준 일만 이천마르 은화를 상환하는 의미로 말이다."

종교의 포교보다는 결국 약탈로 인해 자신의 창고에 투자한 것에 버금가는 결과물을 바라는 속세적인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는 추기경의 시점이 이렇다면 막상 원정길을 떠나는 주교의 시점 역시 처절한 환경에 직면하게 된 후 반인륜적인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 주고 있다.

혹독한 원정길에 식량이 떨어진 선원들이 결국에는 동상으로 떨어져 나간 자기 손과 발을 뜯어 먹는 장면에서 주교의 표현은 차라리 솔직하게 다가오고 있다.

"그제서야 저는 먹고사는 문제의 결핍이 하느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을 어느 정도의 나락으로까지 추락시킬 수 있는지 난생 처음 똑똑히 목격한 셈입니다."

이런 혹독한 원정길 후 도착한 곳에서 추기경의 창고를 그득 채워줄 이지역의 특산물(?)들은커녕 온갖 반인류적인 패륜의 형태로 살아가고 있는 집단들의 교화에 힘쓰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이미 자신들의 종교를 일차적으로 전파하여 그 흔적(주교,사제,종교건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제라고 인물은 원주민 소녀와 세속적인 사랑을 탐닉하고 미리 정착한 주교라는 인물은 요한계시록의 암시라고 생각되는 원주민일가를 무참하게 도륙 했고, 어설프게 포교가 된 종교는 그 지방의 샤머니즘과 짬뽕이 되서 이도 저도 아닌 무속신앙으로 전락해 버리는 상황속에서 원정길에 올랐던 주교는 자신이 추구하는 종교적인 방법으로 질서을 잡으려고 동분서주한다.

사제라 하더라도 화형에 처했고, 주교라 하더라도 참수형에 처했으며, 이단의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주교의 잣대로 만들어진 처벌이 뒤따르게 된다.

"교의와 의식에 관련된 문제에서 교회의 권위를 일반 대중이 좌지우지하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노라고, 이 몸이야말로 바로 그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라고 말입니다."

위와 같은 권위적인 생각과 지역 토착민의 나름대로의 문화에 대해서는

"장식과 허영과 사치란 오로지 부자의 것이어야만 하느님의 뜻에 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망각하다니 참으로 딱한 인간들입니다. 부자는 아무리 겉치레를 화려하고 풍성하게 갖추고도 기본적인 문제에서 모자람이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라는 식으로 자신만의 잣대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외통수적인 모습으로 그가 말하는 질서를 잡기위해 발악하는 모습은 황당하다 못해 거북한 느낌마져 들게 만들어 주었다.

3번째 시점인 전지적인 작가의 시점에서 이 책에서 벌어진 사건의 모든 진실에 비교적 가깝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추기경과 원정길에 오른 주교의 시점은 세속을 가장한 종교적인 신성함으로 과대포장되어 있는 반명 작가의 시점에서 보여주는 모든 서술은 결국 질서를 잡기 위해 화형과 고문 처벌을 일삼던 주교 역시 그가 이곳에 상륙해 처음으로 처벌한 사제의 죄목과 똑같은 죄를 저지렀음을 암시해 준다. 한계상황에 도달한 후 결국 귀환의 길을 택하는 주교일행의 약탈과 비겁한 행위 또한 책의 마지막에 직설적인 진실에 도달하게끔 만들어주고 있다.

전혀 두껍지 않은 책속에는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패륜적인 죄악과 신성함으로 위장한 탐욕의 흔적이 가득하다. 역겹고 원초적인 표현속에 교묘하게 장치되어 있는 조롱과 비아냥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것이 전부이고 그것을 위해 이런 원초적인 표현방식이 에피타이저의 역활을 충실히 해주고 있다.
아울러 역사적인 진실이 아니기에 현재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문제 또한 직. 간접적으로 묘사한 부분을
마주치는 재미도 쏠쏠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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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9-29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새 읽으셨어요?? 대단대단.

Mephistopheles 2006-09-29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별로 안두껍답니다 반딧불님..^^

로드무비 2006-09-29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보니 스케일이 큰 책이군요.
세 번째 시점인 전지적인 작가 시점이라니 좀 어려븐 책 같다는 생각이...
아무튼 추천이여라우.
섭섭하게시리(?) 오자도 안 보이는군요.^^

2006-09-29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9-30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책은 얇아도 배경이나 설정자체는 좀 크긴 커요...^^
그런데 어렵진 않은데요....^^
속삭이신 분 // 감사합니다 그래도 이정도면 받아쓰기 95점 정도 아닐까요..ㅋㅋ

산사춘 2006-10-24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지세여. 덕분에 접수드갑니다.

Mephistopheles 2006-10-24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산사춘님 제가 멋진 겁니까 책이 멋진 겁니까...^^
그리고 접수는 무슨 접수씩이나...황공할 따름이네요..^^

파란여우 2006-10-30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 리뷰도 조목조목 선을 긋고 각도를 계산하고 분석을 하는군요
음, 나도 집을 한 채 짓고나면 요리 된단말이죠? 그럼 아자!
내일은 개미집이라도 지을테야욤!^^

Mephistopheles 2006-10-3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그게...직업적인 면 보다는....성격적인 면 때문...일텐데....
개미집 안지으셔도 되요 파란여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