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번치 SE 골든 라벨 한정판 (2disc)
샘 페킨파 감독, 윌리엄 홀덴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스위스의 시계 장인들의 작업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대량생산되는 시계가 아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시계를 만드는 그들의 작업 모습을 보면서 답답함과
동시에 감탄과 존경심이 자연스럽게 생겼었다.

머리카락 굵기보다 더 가늘어 보이는 부품과 개미알보다 더 작아 보이는 부품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깍아내고, 돋보기라기 보단 현미경에 가까운 렌즈를 눈에다 붙이고 굳은살 투성이인 험한 손가락을 놀려
정교한 부품을 짜맞춰 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저렇게 치밀하고 완벽한 작업이 가능한가 하면서 그들의
지나치리만큼 정교한 그 능력에 경의를 표하게 되었다.


샘 페킨파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칭송받는 영화인 `와일드 번치'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1969년 영화라고 생각되어지지 않을 정도로 화질과 음향은 깨끗하게 다듬어졌고
그 당시 제작자의 압력으로 인해 들어가지 못한 장면까지 완벽하게 끼워 넣어 감독 재편집판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감독 재편집판은 감독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닌 후배들의 청원에 의해 1995년에 만들어 졌음)

도입부의 개미굴에 던져진 전갈이 나오는 장면이나, 초반부 총격전, 열차 강탈 장면과 `죽음의 무용' 혹은
`탄도발레'라고 칭송이 되는 마지막 결투 장면을 리뷰를 통해 이야기 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싶다. 어디를
가도 이 영화에 대한 위의 명장면들의 이야기는 많이 접하고 볼 수 있으므로....



200대 4라는 절대적인 숫적 열세 속에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는 파이크, 더치, 고치형제

이름까지 거창한 이 골든레벨의 장점은 145분으로 재편집된 완전판 영화의 본편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본편의 영화와 비슷한 시간을 할애한 4명의 샘 페킨파 전문가들이 무음으로 영화를 돌리면서 장면 하나하나
와 에피소드를 설명하는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주고 있다. 마치 문제집에 딸려 나오는 완벽에 가까운 해설
답안지가 함께 끼워져 있는 듯한 모습으로 말이다. 고개를 끄떡거리면서 아 그렇구나~ 를 연발하게 만들
정도로 4명의 전문가의 즐거운 수다는 앞에서 언급한 스위스의 시계 장인들처럼 샘 페킨파 감독의 영화에
대한 통찰력과 정교한 치밀함까지 일깨우게 주는데 부족함이 없다.

그가 장면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마치 정교한 스위스 시계마냥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돌아
가게끔 하나의 영화가 완성되는 과정을 간접체험하게 해주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었다.

두번째 디스크의 경우 서부극의 의미로써 샘 페킨파 감독에 대한 다큐멘터리와 와일드 번치 영화에 관련된
다큐멘터리 그리고 영화의 촬영장소를 재방문하여 감독과 영화를 회고하는 다큐 등..두시간이 넘는 볼륨으
로 차지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괴팍하며, 제작사와의 끊임없는 충돌과 배우를 고문하는 악질 감독이라는 불명예와 결코 순탄
치 않았던 그의 최후, 술과 마약에 찌들었던 일상 등등...온갖 어둠의 이면을 가지고 있던 감독의 변종적인
삶의 방식이 거름이 되어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진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샘 페킨파는 촬영내내 짙은 선그라스를 쓰고 작업에 임했다고 한다.

디스크 안의 4명의 전문가는 이런 말을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는 명작이며, 수십번을 봐왔지만 볼때마다 새로운 무언가를 찾게 해준다'

`주연부터 조연, 단역까지 그들은 자신의 역활에 경의를 표하며, 그들의 모든 것을 영화속에서 보여줬다.'

괴팍한 감독의 예술혼과 경의를 표하면서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줬던 배우들. 세심한 디테일까지 신경을 썼던 미술과 의상 스텝, 까다로운 자연조명을 활용해 멋진 영상을 선사한 촬영감독,감독에게 의자까지 던지면서 자신의 음악을 고집했던 음악감독,  등등... 샘 페킨파라는 구심점을 향해 맹렬하게 타올랐을 그들의 정신은 수십년이 지난 후 생김새도 틀리며, 말도 안통하는 동양의 중년 남자에게 존경을 곁들인 애정을 선사하게 해줬다.

당신들을  정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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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9-01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전문가의 내공이 한껏 드러나는 글이네요. 볼 때마다 새로운 걸 찾게 해준다니... 좋은 영화의 조건은 그런 것 같습니다. 여러번 봐도 또 보게 된다는...

Mephistopheles 2006-09-02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전문가라뇨...그냥 이것저것 보는 수준이죠...^^
맞아요..여러번 봐도 또 뵈게 되죠..^^

페일레스 2006-09-02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페킨파 얘기가 많이 나오네용. 메피님의 영화 스펙트럼은 그 범위가 상당히 넓군요 -ㅅ-)b

Mephistopheles 2006-09-04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펙트럼이 넓다 보다는 닥치는대로 본다.....때문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