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인 곽원갑
우인태 감독, 이연걸 외 출연 / 엔터원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이연걸이라는 중국 배우가 있다.
비록 세계적인 명성은 이소룡과 성룡에 못미치지만, 그가 출연했던 홍콩 무협영화는
나의 영화관람 인생에 카테고리 하나를 채워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양도 많았고,
그 내용 또한 즐겁고 유쾌했었다.
이런 그가 이번 영화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액션영화를 그만 찍겠다고 선언을 해버렸
으니...그렇다면...이연걸이라는 배우를 맬로와 로맨스가 가득한 영화에서 만나봐야
한다는 이야기인가.....안어울리잖아 솔직히....
직접적인 은퇴를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이연걸 본인 스스로가 이 영화가 마지막이
될것이라고 밝혔고,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이야기와 영화 제작과 자선사업에
남은 일생을 바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그렇다면 극의 내용과 완성도를 떠나 봐줘야 하는 것이 그의 팬으로써 최소한의 예의를
차린다는 생각으로 집어들었다. (차마...극장은 못갔었다..)
실존인물인 곽원갑의(이소룡의 영화 정무문을 보면 그의 사부로 나와 독살을 당하는 인물이
바로 곽원갑이다.) 업적과 치적위주보다 인간으로써 무도인으로써 느껴야 했던 갈등과 고뇌를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을 볼 수 있었다.
입신양명과 집안의 부흥을 위해 무리수를 두기 시작하면서 엇갈리기 시작하는 곽원갑은 결국
어머니와 딸의 죽음이라는 값진 댓가를 치루고, 정처없는 떠돌이 생활 중 작은 시골 농가에서
불교인의 해탈에 비견되는 깨달음을 가지게 된다.
과거 젊었을 때의 그 화려한 무술이 중심이 되었던 영화 보다는 마치 이연걸이라는 배우가
스스로 그동안 미처 돌아보지 못했을지도 모를 자기성찰적인 요소가 많이 남아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극의 마지막 부분 일본인 고수(나카무리 시도우)와의 독대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찻잎의 등급은 사람이 매긴 것이지. 진정 찻잎을 가꾼 자연은 그 어떤 찻잎에도 등급을 매기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녹차의 등급이 아니라 차를 마시는 사람의 기분입니다.'
라고...

그의 화려한 몸놀림이나, 무술실력이 아닌 자못 진지한 대사 하나하나로 감동을 받았던 그의
은퇴작으로서는 과함도 없으면서 모자람도 없는 많은 것이 남는 영화가 아니였나 싶다.
한 분야에서 정점에 섰던 인물이 조용히 퇴장하는 모습 또한 아름답다면, 그는 분명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뱀꼬리 :
이번 영화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장면의 그의 무술하는 모습이 아니였었다.
농가에서 모를 심다가 산을 넘어 나무들을 흔들었던 시원한 바람에 고된 허리를 피고 온몸으로
바람을 만끽하면서 보여주는 평온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