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라는 국가는 우리들 제일 조선인의 지역참정권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일본인은 결코 많지 않다. 그뿐 아니라 우리들이 일본 국민과 똑같은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들에게 납세는 하지만 참정권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면, 대개의 경우 `원 심하군요'라고 동정의 반응을 보인다. 그것까지는 좋은데 이어서 `당신은 완전히 일본 사람인데....'라고 덧붙이는 경우가 있다. 우리들 재일 조선인은 `일본인'이 아니다. 과거 일본은 동화정책,황민화정책에 의해, 조선 사람들을 `완전한 일본인'으로 개조하려고 한 적이 있다. `완전한 일본인'이라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을 리가 있을까?-19~20 쪽
재일조선인의 대다수가 일본 식민지배의 결과 의도하지 않은 채 이 나라에서 태어났다. 때문에 이 나라의 언어밖에 모르고, 여기밖에는 집이 없고, 여기밖에 직장이 없고, 여기밖에는 친구도 아는 사람도 없다. 다시 말하면, 삶의 기반이 여기 외에는 없는 것이다. 어떤 때는 완곡하고 부드러운 말로, 어떤 때는 거친 목소리로 싫으면 나가라고 하는 말을 들어가면서, 그래도 여기밖에는 살 곳이 없는 것이다.-30쪽
2001년 8월 말 남아프리카 더반에서 유엔 반차별회의(정식 명칭은 `인종주의.인종차별.외국인혐오.불관용에 반대하는 세계회의)가 열렸는데, 이스라엘과 미국 대표단이 `시오니즘은 인종차별이다.라는 결의안에 반발해 퇴석했다. 이 회의에서 제 3세계의 나라들이 노예제와 식민지 지배의 책임을 인정해 사죄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선진국'그룹은 이를 끝내 거부했다. 이회의 폐막 후 얼마 되지 않아 `9.11'이 일어났다.-44~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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