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시간.

입사(?)하신지 얼마 안되신 이사(?)님이 말문을 열었다.
(말이 입사, 이사...이지 실은 소장님의 친구분으로 현장일을 하시는 분인데 일이 없으셔서 소일거리
삼아 사무실에 나오신다. 서울 북쪽에 위치한 I시에서 부터 이곳까지 종종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괴력을 보여 주시는 바 이름하여 웰빙이사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다.)

`오늘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는데 전혀 상반되는 두가지 상황을 본거야. 첫번째 목격담은 젊은 여자
둘이 지하철을 탔는데 마침 한자리가 비어서 그중 한여자가 그곳에 앉았지..그러고 몇정거장이 지나자
그 앉은 여자 바로 옆에 자리가 나버린거야. 일행인 여자는 앉은 여자 앞에 서 있었고 마침 비어있는
자리 앞에 서있던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했지... 그러자 서있는 여자가 앉아있는 여자에게 이런말을
하더군.."눈치 없게시리..재빨리 옆으로 수평이동을 했으면 내가 지금 니가 앉은 자리에 앉아서 둘이 나
란히 앉아서 갈수 있잖아.."
라고 하더군. 그리고 나서 전철을 갈아 탓더니 어떤 노신사분이 서있는 앞에
자리가 난거야 그러자 이 노신사는 점잖게 옆에 서 있는 사람에게 `괜찮다면 제가 앉아도 되겠습니까.?'
라고 정중하게 물어보지 않겠어... 그 노신사의 행동을 보고 마치 나를 보는 듯 해서 흐뭇했지..핫핫핫..!!!'

자아도취 혹은 자아망상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었으나, 난 밥먹느라 정신 없었고 연세도 있으시니
그냥 넘어갔다.

사실 이사님이 전철에서 보신 노신사분과는 좀 거리가 있다.
예를 들어 사무실에서 저녁야근때 삼겹살이나 구워먹자 라는 말이 나오면, 지나친 웰빙을 주장하시면서
무슨 저녁에 고기를 먹느냐고 파토를 내기 일쑤셨고.. 그나마 간 고기집에서 싸먹을 쌈을 대부분 차지하
거나 혹은 반찬으로 나온 연두부를 독식하시는 바.(연두부는 메피스토도 좋아한다.) 결코 지하철의 남을
배려해주는 노신사와는 같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자아도취라는 판단되는 것이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지나갔다.

저녁식사시간.

저녁을 집에서 먹고 싶지만 사정상 요즘 그렇지 못한다. 저녁밥을 먹기 전의 상황을 먼저 설명해보자.
소장님이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부셨는지 어디서 결명자를 한박스를 가지고 오셨다. 눈에 좋고 몸에 좋으니
끓여 먹자 하시면서 손수 가스난로 위에 물을 올리셔 우리에게 일용할 결명자차를 제공해 주셨다. 아이고
고마워라~ 그러나 날이 풀리기 시작하니 난로에 불을 지필 일이 없어졌고 그로인해 결명자차를 끓일 방법
이 전무하다 보니 (사무실 탕비실에 취사가 가능한 도구가 존재하면 건물주인에게 쫒겨난다.)휴대용 가스
렌지를 하나 구입해야 겠다는 의지를 저녁밥을 먹으면서 우리에게 제안하셨다.

이사님이 또 한마디를 하셨다.
`거 우리 가끔 시켜먹는 집 있잖어..왜 찌게 시키면 휴대용 가스렌지 들고오는 그 식당...거기다 시켜서
다먹고 난 후 가스렌지만 꿀꺽 하면 되잖어...찾으러 올라오면 우린 분명히 내놨다고 누가 가져간 것 같
다고 둘러대면 되잖어...그러면 간단하잖어...!!'

이에 소장님은 그깟 휴대용 가스렌지 얼마나 한다고 그런걸 꿀꺽하냐고 차리라 돈주고 산다는 말씀을
하셨다.머쓱해지는 이사님...거기에 한방을 더 날리신 분이 있으셨으니..이름하여 원리원칙의 절대고수
실장님이 한마디 거드신다.

`점심때의 그 이사님하고는 전혀 다른 모습이시군요..!!'

점심식사시간 때를 회상해 보자.
그렇다. 분명 이사님은 오늘 자신의 출근길에서 목격한 그 `are you gentle~!' 스러운 노신사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모습과 똑같다는 개인적으로는 말도 안되는 망발(?)을 하시지 않았던가..?? 그런 분이 저녁식사시간때 하셨던 말씀은 are you gentle~!'은 커녕 `are you crazy~?'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말씀을 하신 것에 대해
실장님의 비꼬는 말이 분명하였다.

썰렁해지는 분위기...조용히 고개 박고 밥을 먹는 나는 분위기 타파용으로 한마디 던졌다.

`점심때의 이사님이시라면 이렇게 말씀하셨겠지요. 그 가스렌지 가져다 주는 집에 밥을 일단 시켜서 먹고,
그릇을 회수하러 온 배달맨에게 정중하고 교양스럽게 한말씀 하시면 됩니다.
"우리가 차를 끓여 마시기 위해 이 가스렌지가 필요하답니다. 괜찮다면 우리가 이걸 가지면 안되겠습니까.?"
라고요. 이것이야 말로 제가 점심때 뵈었던 이사님의 참모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달그락거리는 수저와 젓가락 소리까지 조용해졌다.
순간 책상의 저 끝에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소장님이셨다..!!)
밥상에 둘러싼 모든 사람들은 밥먹는 걸 잊고 죄다 낄낄거리기 시작했다. 단 한사람...이사님만이 입으로는 웃고 있으나 얼굴은 점점 굳어지는 걸 목격하면서 서둘러 저녁밥을 먹어치웠다.

뱀꼬리1 : 이사님은 퇴근하시기 전까지 아무 말씀도 없이 일만 하시더니만 남들보다 30분 먼저 퇴근하셨다.
               아마도 단단히 삐진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에이...`are you gentle~!' 하신 분이 농담을
              `are you serious.?'하게 받아들이시면 안되는데 말이다.

뱀꼬리2 : 영어 자판을 군데군데 쳤더니만 손가락이 굳어온다...으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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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4-11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흐흐흐흐흐 멋진 한 방이었어요.

urblue 2006-04-11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러셨어요? 멋집니다. 추천!

paviana 2006-04-11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러셨어요? 진짜?
참 저도 연두부는 양보못합니다.ㅎㅎ

Mephistopheles 2006-04-1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뚜하하하하하 별말씀을 입니다..^^
블루님//예 진짜루....아침에 출근해서 인사했더니 받는둥 마는둥 하십니다.
단단히 삐지신 듯...^^
파비님//그럼 설마 자작극 일까봐요..?
파비님과 혹시라도 고기라도 먹는 날에는 연두부는 무조건 양보해드릴께요..^^

stella.K 2006-04-1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군요. 이사님 같으신 분이 계셨군요. 흐흐.

2006-04-11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4-11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찾아보면 범상치 않은 행동을 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답니다.
속삭이신분//저야 고맙죠..마님께 먼저 여쭤봐야 하겠지만요..^^

2006-04-11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