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사내들이란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바람을 핀다더라..

어제 오후 4시 반 어김없이 마님이 걸은 전화가 울렸다. 퇴근했다고 지금 집에 간다고 조심히 들어가 한마디 하고 전화를 끊었다. 40분쯤 후에 전화가 다시 온다. 집에 잘 들어갔다고 어 그래 애기는 뭐해....주절주절..그리고 또 끊었다. 오후 5시 반..3번째 전화 오늘 늦어..?? 늦진 않는데 저녁에 회의를 할 분위기야...밥은 집에서 먹을 꺼야...주절주절....

11월달 바뀐 법규(아파트발코니확장관련)로 인해 작년 말에 끝낸 프로젝트 3개가 한꺼번에 리벤지 매치를 걸어오는 바람에 사무실은 요즘 정신이 없다. 대강 회의 끝나니 저녁 7시50분쯤....핸드폰을 확인해보니 마님이 거신 전화가 2통이 와있다...냄새가 난다...전화 이렇게 자주 하지 않는데..?? 직장에 있는 이탈리아 그 놈이 또 성질을 긁었나..?? 아님 고부간의 갈등인가..?? 아님 저녁때 마트를 가자고 하는 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확인 전화를 걸었다.

대뜸 왜이리 전화를 안받냐는 떱떠름한 목소리에..회의 한다고 말했을텐데...?? 라고 대꾸를 하니 잠잠해진다. 그래서 언제 올껀데..?? 회의 한거 정리 좀하고 9시쯤엔 집에 들어가 있을 꺼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뭔가가...있다....뭔가가......

예정대로 8시 50분쯤 집에 도착해 무장해제 하고 혼자서 차린 밥상에 저녁밥을 먹고 있는데 저녁 다 드신 마님이 식탁 반대편에서 가자미 눈을 뜨고 날 찬찬히 뜯어 보고 있다..

메피스토 : 얼굴에 뭐 묻었냐..?

마 님 : (취조하는 어투로) 오늘...유난히 입술이 붉군.....

음....그래 이건 도발이다 도발... 뭔가가 확실히 있기에 밥 먹는 마당쇠를 긁고 있는 것이다.  가시방석같은 저녁식사가 끝난 후 잠시 틈을 본 후 본격적인 취조가 이어졌다.

마 님:(여전히 가자미눈) 오늘 웬 회의를 그렇게 길게 했어..?

이런 저런 상황 설명을 해가며 성실하게 취조에 응했고 난 적어도 죄가 없기에 무협의로 풀려날 꺼라 생각하고 있었다. 취조가 무사히 끝난 후 난 되물었다. `뭔일 있냐..?? 털어 놔 봐라...' 잠시 후 마님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날 밤 날 내내 실성한 사람마냥 낄낄 거리게 만들었다.

마님의 그 내용은 어젯밤 꿈을 꿨는데. 내가 어떤 X이랑 바람을 피고 있는 현장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꿈이 너무 리얼해서 그 자리에서 그 X을 아주 작살을 내고 날 박살낼려는 순간에 꿈에서 깨어났다는 것이였다. 

마님의 꿈을 자주 꾼다...그러나 마님이 꾸는 꿈은 예지몽하고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작년에 세종대왕이 숫자 6개 불러주는 꿈 꾸고 로또 5만원어치 샀다가..그 흔하다는 숫자 3개도 못 맞출 정도로 마님이 꾸는 꿈은 개만 등장하지 않았지 올웨이즈 개꿈 퍼레이드의 연속이였다.

철부지 마님에게 댁의 마당쇠는 지금 바람을 필 정도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더군다나 결혼 후에 불어버린 몸무게와 살덩어리 때문에 더이상 이성에게 섹시어필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는 설명과 더불어 그런 주제도 안된다고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나서야 마님의 예지몽 타령은 끝을 맺게 되었다.

새벽2시쯤 이미 잠자는 마님을 쿡쿡 찌르면서 한미디 던졌다..

어이 이봐요 이봐...지금은 무슨 꿈 꾸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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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2-14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발렌타인 기념 바가지 아닐까요?

로드무비 2006-02-14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의심을 받다니, 유능하시군요.=3=3=3

물만두 2006-02-14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마님의 눈에는 그래도 섹시해 보이시니 안심을 못하시는 거겠죠^^

Mephistopheles 2006-02-14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그러고 보니 작년 3월14일 제가 덩어리가 작은 사탕을 사줬던 기억이 새록새록......
로드무비님// 마님이 요즘 심심했나 봅니다..가끔 말도 안되는 의심을 하면서 제 표정 보면 재밌어라 하는 요상한 취미가 있거든요...^^
물만두님//생각해 보니 마님 직장에 있는 남자들이 죄다 몸이 좋다 보니, 배나온 남자가 섹시하게 보일 수도 있겠군요..^^

아영엄마 2006-02-15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마님의 취조에 응하느라 마당쇠님 힘드셨겠습니다. 있던 숟가락 들 힘도 다 빠져 나가셨겠어요. 재미있게 사시는 거 자랑하시는 글이죠? ^^

Mephistopheles 2006-02-15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하하...재미있게 살려고 노력 하는 거라고 생각해 주세요..^^

paviana 2006-02-15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 신문을 보니 발렌타인 날 전후로 3일동안 배우자를 감시하면 바람피는지의 여부를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다고 하네요.
열심히 잘 하세요.ㅋㅋ

Mephistopheles 2006-02-15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님//마님도 파비님과 같은 기사를 접하거나 들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열심히...뭘 잘해야...하나요..?? 정말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