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참 거창하다.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난 몇 달 전에 노예해방 되었다. 다른 게 아닌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비유되곤 하던 핸드폰 의무약정기간인 2년이 지난 것이다. 그 속박의 세월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나에겐 전혀 알지 못하는 뭇 여성들이 달콤한 목소리로 나에게 전화를 해댄다. 이놈의 인기란 정말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고객님 지금 쓰시는 핸드폰을 저희 통신사에서 최신 휴대폰으로 유후~~ 바꿔드려요..하아~”
달콤하고 고혹적인 목소리로 최신 IT기기로 무상으로 교체해준다는 유혹은 사실 씨도 안 먹힌다. 대부분 내가 들려주는 답변은 “관심 없습니다.” 로 일관하곤 하니까.
그런데 오늘만큼은 좀 다른 분위기의 전화를 받았다. 어쩌면 그건 내 대응이 조금 달라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단지 똑같은 멘트에 조금은 다르게 “아직 쓸 만합니다.”라는 답변을 들려줬을 뿐인데, 전화기 넘어 들려오는 목소리는 꽤나 놀란 듯 대꾸를 내뱉는다.
“어머 고객님 사과폰 4데...아직 쓸 만하다고요?? 정말요?”
‘네 아직 쓸 만합니다.“란 짧은 응답으로 통화는 끝났으나, 곰곰 생각해보니 왠지 내 휴대용 전화기가 엄청 구닥다리 같은 취급을 받은 기분에 살짝 비윗장이 상한다.
아니 아직 통화 잘되고, 액정에 기스 하나 없고, 어플 잘 돌아가는데, 그렇다고 전화기로 음악이나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닌지라 요즘처럼 한손으로 들고 다니기 버거운 핸드폰은 그닥 효용가치가 없는데...... 언제부터 사용한지 2년이 넘어가는 가전제품이 퇴물 취급을 받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딴 것도 아니고 손바닥 위에 올라가는 전화기가 100만원이나 하는 시대인데 말이다.
뱀꼬리 : Q) 하지만 사과폰 5S가 나온다면......?
A) 안 알랴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