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뇌의 용량은 한정적이라 많은 걸 담아두지 못한다. 그렇다고 컴퓨터마냥 외장메모리나 하드디스크를 달고 다닐 수도 없는 일.(하지만 미래엔 가능할지도, 뒷덜미에 자리 잡은 USB 포트.) 길에서 우연히 들려지는 음악소리가 너무나 귀에 익고 익숙한데 도통 누가 불렀는지, 어떤 제목인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대처하는 방법은 두 가지쯤일 것이다. 요즘 여간해선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 스마트 폰을 이용하여 검색공식을 세우거나, 뭐 중요한 거라고 그냥 다시 망각의 늪으로 빠지는 길이다. 개인적으로 은근히 집요한 성격인지라 이런 걸 여간해선 그냥 넘기지 못하곤 했다. 옛날엔 길에서 우연히 들었던 음악의 리듬을 머릿속에 집어넣었다가 기어이 동네 단골 레코드 샵에 들려 허밍으로 불러 곡명을 알아내는 집요함을 보이곤 했다.

 

얼마 전 톰 아저씨 주연의 오블리비언이란 SF 영화를 보고 시종일관 들렸던 음악에 앞에서 말했던 일 듯 말 듯 한 망각의 안타까움에 허우적거렸다. 그런데 나이가 먹었는지 위의 두 가지 방법 중 난 평소와는 다른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한다. 뭐 중요하다고 언젠가 떠오르겠지.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연히 웹 서핑 도중 흘러나오는 노래. 그리고 자연스럽게 기억나는 곡명과 부른 이들의 이름. procol harum A Whiter Shade of Pale는 이렇게 내 망각의 늪을 빠져 나온다.

 

 

명곡의 기준은 다른 게 아닌 것 같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계속해서 기억하고 들을 수 있다는 것.

 

 

A Whiter Shade of Pale -procol harum-

 

We skipped the light fandango

Turned cartwheels cross the floor

플로어를 가로질러 카트 휠을 하면서 우리는 가볍게 판당고 춤을 추었죠.

I was feeling kind of seasick

나는 마치 뱃멀미를 하는 것 같았지만

The crowd called out for more

사람들은 더 하라고 소리를 질러댔어요

The room was humming harder As the ceiling flew away

방안은 천장을 날려버릴 듯 점점 더 소란스러워졌지요.

When we called out for another drink

우리가 술 한 잔을 더 청하자

But the waiter brought a tray

웨이터가 쟁반에 술을 받쳐왔지만

And so it was that later

너무 늦은 일이었어요.

As the miller told his tale

밀러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자

That her face at first just ghostly

그녀의 얼굴이 처음엔 유령처럼 하얗게 질리더니

Turned a whiter shade of pale

점점 더 창백하게 변해갔어요

She said there is no reason

그녀는 아무런 이유도 없다고 말했지만

And the truth is plain to see

진실은 명백하게 보였죠.

But I wandered through my playing cards

그러나 나는 카드 게임에만 빠져있었어요

And would not let her be one of the sixteen vestal virgins

Who are leaving for the coast

그리고 그녀를 해안으로 떠난 16세기 수녀처럼 만들지 않으려 했죠.

And although my eyes were open

비록 내 두 눈은 뜨여있었지만

They might just as well been closed

감겨있는 것과 마찬가지였어요.

And so it was later

너무 늦은 일이었어요.

As the miller told his tale

밀러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자

That her face at first just ghostly

그녀의 얼굴이 처음엔 유령처럼 하얗게 질리더니

Turned a whiter shade of pale

점점 더 창백하게 변해갔어요

 

뱀꼬리 : 생각해보니 우디앨런, 마틴 스콜세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옴니버스 "뉴욕스토리"에서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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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3-08-07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영감님이 아주 노래를 잘하신다는....

Mephistopheles 2013-08-07 17:26   좋아요 0 | URL
영감님은 가수잖아요...(아 너무나 당연한 답변..)

moonnight 2013-08-1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이 곡 무척 좋아해요. 전주가 나오면 두근두근 ^^ 영상으로 보는 건 처음인데, 영감님 무척 멋지시네요. 오케스트라와의 협연도 멋지고. 우왕~~~ +_+;

Mephistopheles 2013-08-13 10:37   좋아요 0 | URL
근데 보시면 아시겠지만..이 가사는 대체 뭔말을 하는지 해석이 불가능하네요.... 지금까지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난해한 가사 중에 하나라고 하던데...

로드무비 2013-08-19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 보니 이 음악 나오는 영화가 무지 많았던 것 같아요.
하나도 생각 안나는 게 문제지만.
메피스토님, 그런 면에서 보면 아직 총기가...부럽.^^

Mephistopheles 2013-08-19 12:49   좋아요 0 | URL
택시 드라이버..에도 나왔다더군요. 로드무비님이 생각하시는 총기는 어디까지나 검색의 힘 이랍죠.. 저도 한물 갔어요...ㅋㅋㅋ